'EXID'의 독특한 성공사례, '천운'은 어떻게 얻을까

윤지혜 입력 2015. 5. 25. 10:16 수정 2015. 5. 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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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종종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현실에 존재하곤 하는데, 즉 '키스하고 보니 왕자였네' 혹은 '그냥 지나가는 노인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요정이었네' 하는 등의 누구도 자신의 앞날을 미리 예견할 수 없다는 교훈 하나씩 주는 내용들이 실체화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룹 'EXID'에게는 자신을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은, 한 팬의 직캠영상(팬이 캠코더로 직접 촬영한 영상)이리라.

하루가 멀다 하고 탄생되는 신예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다. 거대 기획사를 등에 업었으면 모를까, 아니, 요 근래엔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신비스런 이미지에 홀려 스스럼없이 호갱이 되었던 팬들이, 한 입 베어 문 사과(스마트폰)와 함께 SNS를 손에 쥐더니, 호갱이 되더라도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ID'의 예기치 못한 성공은 이 같은 시대(?)의 흐름에 흔히 천운이라 하는 타이밍이 적절히 잘 버무려진 결과다. 생각해보면 'EXID'에 앞서, 유사한 통로로 인지도를 얻은 선례가 몇 있었다. '이이잉'이란 애교 한 번으로 스타덤에 오른 '걸스데이'의 '혜리'와 아이돌로서는 보기 드문 친화력과 생활력으로 대중의 간택을 받은 '강남', 이들의 인기는 너무 난데없어서 기획사의 어떤 전략적인 의도에 의한 거라 보기엔 어렵다. 그냥 그 때, 그 시점에서 사람들에게 '반짝'하고 눈에 띄어 선택됐을 따름이다.

당시엔 그 반짝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는 상관치 않는다. 우선 눈에 띄었다는 게 중요하니까. 하지만 능동적으로 그들을 선택한 대중은 곧 능동적으로 다른 대상을 향하여 눈을 돌리기 마련이고, 오늘날의 대중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너무나 많다. 다시 말해, 어디까지나 운에 의해 얻게 된 관심은 시간문제일 뿐 그 끝은 명확하게 찾아오고, 수많은 유명 연예인 지망생들이 또 다른 동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누군가의 몰락을 맹수처럼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동화와 현실의 차이는, 한 번의 마법과도 같은 사건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산뜻한 끝을 맺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점. 현실 속 왕자는 언제 그 선택을 번복할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이 때 필요한 건 마법의 효력을 스스로 무효화시킬 수 있는 대담함과 그로 인한 장르의 변화다. 우연처럼 찾아온 어떤 신비한 힘에 의해 벌어진 일이 아니라, 알고 보니 그간의 수고와 노력이 때를 맞아 드디어 빛을 발한 결과라고 생각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환상동화'에서 '히어로물'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질이 다른 팬덤과 진정한 호갱의 탄생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다.

'하니'로 시작된 'EXID'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현재 '솔지'의 쌓이고 닦여진 가창력과 만나 히어로물로 재구성되고 있는 중이다. 목소리와 노래만으로 평가하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혼자의 힘으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쥔 '솔지'의 모습은, 다른 이들과 별 다른 차이 없이 끝날 수 있는 섹시콘셉트 위에 하나의 스토리(우여곡절)를 첨가해주었으니까. 즉, 순전히 '운빨'이 좋아 얼떨결에 얻은 기회가 아니라 언제든 어떤 방법으로든(굳이 '직캠'이란 통로가 아니어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단 것이다. 실제로 '위아래'에 이은 '아예'의 선전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할까.

사람들이 순순히 무언가의 '호갱'이 된다는 것은 그만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존재할만한 가치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가. 쉽게 접근하기 위해 영웅 이야기가 여전히 잘 팔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뛰어난 재능을 가졌거나 혹은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냉혹한 현실에 처하게 되어 갖은 고생을 다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모든 과정은 그를 영웅으로 키워내기 위한 하늘의 작전으로 볼 수 있어, 적당한 때에 찾아온 천운은 우여곡절 속에서 한층 성장한 그를 세계 앞에 드러내고 많은 이의 사랑을 얻게 한다.

다시 말하자면, 운명을 거론할 만큼의 적절한 판타지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란 속담이 어울릴만한 인생의 모습이 합쳐졌을 때 사람들은 그의 가치를 높이 사고 스스로 그의 '호갱'이 된다. 다소 거창하고 과한 비교이긴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선택과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 '아이돌'과 '히어로'는 어느 정도 닮은꼴이다. 어쩌면 예정되어 있었을지 모를 'EXID'의 뜻밖의 성공은, 어떤 큰 사고가 있어 천운이 떠난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상당히 오래 지속되리라. 여기서 '천운'이란 하늘의 계획인 동시에, 조심스레 영화 '명량'의 대사를 빌리자면, '백성', 아이돌에겐 호갱이 되는 것도 마다않는 '대중'일 테니.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EXID| 아예| 호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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