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어메이징 안병훈

2015. 5. 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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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드디어 '안병훈의 시대'가 열렸다.

25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에서 벌어진 유러피언(EPGA)투어 BMW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펼친 안병훈(23)의 플레이는 경이 그 자체였다. 안병훈에게 남은 생애 동안 이보다 더 멋진 플레이를 펼칠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완벽한 플레이였다. 한국의 골프선수가 유럽무대에서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월 EPGA투어 첫 출전인 아부다비 HSBC 골프챔피언십에서 공동 12위에 이름을 올린 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커머셜뱅크 카타르마스터스 대회에서 한때 공동선두에 나서기까지 하는 등 선전을 펼쳐 공동 5위에 올랐을 때 나는 안병훈이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등 세계의 젊은 강호들과 세계 골프왕좌를 다툴 날이 머지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는 칼럼을 썼다. 그러면서 탁구선수 출신 부모(안재형과 자오즈민)의 DNA를 물려받은 그가 미국에서 엘리트 골프선수 코스를 밟으며 2009년 한국인 최초로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하는 등 범상치 않은 성장과정을 소개했었다. 미국에서부터 그에겐 '슈퍼 신인' '차세대 골프스타'라는 찬사가 따라다녔지만 이렇게 빨리 그의 시대가 열릴 줄은 몰랐다.

EPGA의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BMW PGA챔피언십(총상금 500만유로) 첫 라운드에서 안병훈의 출발은 1언더파로 평범했다. 세계랭킹 1위인 로리 매킬로이를 비롯해 유럽골프의 최강자들이 총출동한 대회여서 다소 긴장했던 탓도 있으리라.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겁먹을 만도 하다. 로이 매킬로이는 물론이고 백전노장 미겔 앙헬 히메네스, 어니 엘스, 리 웨스트 우드, 토마스 비욘을 비롯한 빅터 뒤비송, 니콜라스 파스트, 토미 플릿우드, 소렌 켈젠, 크리스 우드, 브랜드 그레이스, 태국의 골프영웅 통차이 자이디 등 내로라는 골퍼가 즐비했다. 그럼에도 안병훈의 숨은 저력은 둘째 날부터 불을 뿜기 시작했다. 드라이버를 별로 잡지 않아도 될 정도의 가공할 장타력과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하루에만 8타를 줄여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3.이탈리아)에 한 타 뒤진 2위로 몰리나리와 같은 조로 셋째 날을 맞았다. 장타는 아니지만 독일기계 같은 한결같은 샷으로 유럽무대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몰리나리와의 라운드는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다 14 언더파로 공동1위로 마무리했다.

넷째 날 마지막 라운드는 안병훈을 위한 라운드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국 현지의 도박사들은 신인인 안병훈은 제쳐두고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미겔 앙헬 히메네스, 통차이 자이디 등을 우승후보로 지목했으나 안병훈의 플레이는 이런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키 1m86cm 몸무게 96kg의 거구에서 만들어진 부드러운 샷은 갤러리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클럽으로 티샷을 해도 몰리나리의 드라이브샷과 차이가 없었고 특히 3번 아이언으로 250야드 안팎을 날리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2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확실한 자기 페이스를 찾은 안병훈은 '완벽한 골프'가 어떤 것인가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어느 한순간 흔들림을 보이지 않은 평정심, 벙커나 그린 주변에서 보여준 완벽한 리커버리 샷, 때로는 사자처럼 단호하고 때로는 사슴처럼 주의하며 뚜벅뚜벅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마지막 홀을 마칠 때까지 그는 우승을 갈구하는 자의 모습이 아닌 '동양에서 온 구도자'였다. 히메네스, 통차이 자이디 등이 한때 한 타 차이까지 추격했으나 단 한 차례의 보기도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7타를 줄인 안병훈은 이미 강을 건넌 뒤였다. 합계 21언더파로 코스레코드를 수립하며 메이저급 대회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안병훈은 2019년까지 EPGA투어 출전이 보장됨은 물론 디 오픈, US오픈 등의 메이저대회 출전권도 확보하면서 세계의 톱클래스 골퍼들과 어깨를 겨루는 선수로 신분이 급상승했다.

안병훈이 늘 이번과 같은 플레이를 펼칠 수는 없겠지만 타고난 신체조건과 잘 담금질 된 스윙에서 만들어진 견고한 샷, 주변 상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미스 샷을 낸 뒤 무리 없이 수습해내는 능력 등은 앞으로 그가 써나갈 개인의 골프역사가 어떠할 것인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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