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월세 받는다? 증권사들의 얄팍한 마케팅

윤창희 2015. 5.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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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중인 주식으로 월세 받으세요"

최근 한 증권사가 벌이는 마케팅 문구다. 월세를 챙기는 집주인 처럼 보유중인 주식을 이용해 매월 수수료를 챙기는 개념의 이른바 '주식 대여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이 주식 대여서비스 마케팅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주식대여거래 서비스에 가입한 고액에 대해 주식 잔고에 따라 현금이나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주식 대여 서비스란 말 그대로 자기가 보유중인 주식을 남에게 빌려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물론 주식을 빌려준 고객은 대여 중인 주식을 언제나 자유롭게 팔 수 있다. 남에게 빌려줬지만 배당이나 증자 등의 권리도 원래 주주에게 있다. 다만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

이처럼 들고 있는 주식을 이용해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마케팅에 유혹을 느끼는 개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식대여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을 빌리는 것은 공매도를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없는 주식을 미리 파는 것을 공(空)매도라 하는데, 공매도를 위해서는 일단 주식을 빌려 와야한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주식을 모아 하나의 풀(바구니)을 만드는데, 공매도를 하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특정 종목의 주식이 필요하면 여기서 주식을 빌려가고, 그 종목을 들고 있던 개인에게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문제는 공매도가 주가 약세 요인이라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대여라는게 공매도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소정의 수수료는 챙기지만 자기 주식의 가격 하락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자칫 수수료에 집착하다가 주식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건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제도상으로는 주식을 빌려준 고객도 대여 중인 주식을 언제나 자유롭게 팔 수 있지만, 수수료 수입만 생각하다가 주식을 팔 때를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증권사들이 주식 대여 서비스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증권시장의 가격 제한폭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다음달 15일부터 가격 제한폭이 지금의 두배인 상하 30%로 확대된다.

가격 제한폭이 늘어나면 일반 종목의 경우 이론 상 하루에 최대 60%의 수익도 가능하다. 하한가에 샀다가 마감 전 상한가로 치고 올라갈 경우 그렇다. 물론 반대로 고점에 샀다가 하루에 하한가로 전환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가격제한폭이 커질 경우 공매도를 통한 이익도 커지기 때문에 향후 공매도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고, 증권사들도 주식 대여 서비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기관에 대여해준 주식은 공매도에 이용되는데, 증권사야 중간에서 중개 수수료를 챙기지만, 해당 주가는 떨어져 개인 투자자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2월부터 국내 대차거래 잔고가 50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대차거래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빌려둔 물량을 말한다. 대차거래 잔고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공매도에 활용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로서는 염두에 둬야할 사항이 또 있다.

주식대여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무조건 수수료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내가 보유한 주식을 누군가가 빌려가야 한다. 그런데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대형 우량주는 워낙 시장에 물량이 많아 대여 계약이 잘 체결되지 않는다. 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중소형주나 코스닥주다.

특히 주식대여 수요가 많고, 수수료가 높은 종목은 우량 종목과는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수수료도 차이가 크다. 우량종목이냐, 아니면 테마주 같은 비우량 종목이냐에 따라 수수료율이 연 0.1~5%로 차이가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은 거의 없지만,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릴 소지가 크다"며 "주식대여가 빈번히 이뤄지는 주식이라면 왜 그런지, 위험요인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도 감안해야 한다. 주식대여 수수료에는 기타소득세가 적용돼 22%의 세금이 원천징수된다. 만일 기타소득이 연간 합계 300만 원 이상 종합과세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윤창희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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