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천하의 서울대라고 해도 별 수 없는 것들

정덕현 입력 2015. 5. 25. 08:43 수정 2015. 5. 2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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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참신했던 서울대 김종민들의 만남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1박2일>은 왜 서울대에 갔을까. 언뜻 여행이란 소재와 서울대는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박2일>의 유호진 PD는 세계의 유명 대학들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고 밝힌 바 있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대학은 때로는 도시의 녹지와 공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서울대는 학교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곳이 하나의 작은 도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1박2일>이 서울대에 간 이유가 어디 여행지로서의 그 곳을 소개하기 위함만일까. 더 큰 기획 포인트는 서울대가 주는 막연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있기 때문이었을 게다. 수능만점자 만나는 것이 발길에 채이는 돌멩이처럼 흔한 곳. 남다른 뇌섹남, 뇌섹녀들이 있는 그 곳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과 동경.

그렇지만 <1박2일>이 보여주려 한 것은 서울대생이라는 그들만의 특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 역시 보통의 청춘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라는 걸 <1박2일>은 보여주었다. 휴강이 되면 마치 축제라도 하듯 즐거워하며 삼삼오오 캠퍼스 잔디밭에 둘러 앉아 시간을 보내고 애니메이션 동아리 같은 활동에서는 그 누구보다 오타쿠들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

그런 점에서 서울대에서 찾은 여럿의 동명이인 김종민들과 <1박2일> 팀이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특히 흥미로웠다. <1박2일> 멤버들은 읽지도 못하는 수학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서울대생들이지만 제기차기 대결을 하거나 콜라 빨리 마시기 대결을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또래의 청춘들과 다름없었다.

이른바 '신바(신나는 바보)'라는 캐릭터로 불려온 김종민이 똑똑한 서울대 김종민들과 팀을 이룬다는 발상은 그래서 그 자체로 우습기도 했지만 서울대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깨주는 설정이기도 했다. 서울대는 그렇게 <1박2일>의 놀이를 통해 조금씩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공부에는 서울대생들을 당해낼 수 없는 <1박2일> 팀이지만 재치에 있어서는 역시 <1박2일>팀이 한 수 위였다. 2 빼기 2라는 공식의 답을 김준호는 "이를 다 뺐으니 잇몸"이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포복절도시켰고, 10억 단위의 숫자 연산문제를 실패하자 데프콘이 문제를 '로또 상금으로 얼마를 받았는데 누나 명품 백 사주려 얼마를 쓰고' 하는 생활밀착형 문제로 바꿔 냈으면 맞췄을 거라고 해 큰 웃음을 주었다.

서울대생이라고 취업 문제에 있어서는 걱정이 없을까. 휴강을 맞아 잔디밭에 앉아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던 데프콘은 불쑥 "공부를 잘하니 취업 걱정이 없겠다"고 물었다. 그러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요즘 암울하다"며 "다들 고시 준비를 한다"고 말했던 것. 청년 실업 문제는 서울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1박2일>이 만난 것은 단지 우리네 최고의 명문대생들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들 역시 똑같은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보통의 청춘들이었다. <1박2일>의 서울대 여행은 그래서 우리가 막연히 생각해온 서울대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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