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오'는 방송 복귀용 '간보기'가 아니다 [김유진의 시시콜콜]

김유진 2015. 5.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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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카메오란 '저명한 인사나 인기 연예인이 영화나 드라마에 짧게 등장하는 것'이다. 일종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연예인의 '카메오' 출연이 사람들의 입질에 오르고 있다. 방송 복귀를 위한 '간보기'로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tvN 'SNL 코리아'에 출연한 개그맨 이수근을 들 수 있다. 

이수근은 지난 16일 방송된 'SNL 코리아'시즌6에 깜짝 출연했다. 이날 방송의 메인 호스트이자, 이수근과 개그 콤비로 호흡을 맞춰온 절친 김병만의 적극 추천으로 이뤄지게 됐다고 한다.

1년 6개월 만의 방송 컴백이었다. 이수근은 지난 2013년 불법도박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뒤 자숙 중이었다.

그 사이에도 이수근의 방송 복귀설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실제 이수근은 자숙 중이던 지난해 9월 후배 윤형빈이 운영하는 부산의 소극장에서 개그 공연에 출연하고, '사랑의 밥차'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식 출연은 아니었지만, 다시 그가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중의 화제를 끌기에 충분했다.

'SNL 코리아'에서 이수근은 VCR과 생방송 모두에 등장했다. 영화 '늑대소년'을 패러디한 코너 출연에 이어 현장 생방송에서는 '글로벌 위켄드 와이'에 나서 동료 개그맨과 호흡을 맞췄다. '카메오'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출연 분량이 많았다. 

이수근은 코너에 등장해 "잘 나갈 때 쓸데 없는 짓을 했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반성을 한다"며 도박 파문에 대한 사과의 뜻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이어서 방송 복귀 소감을 묻는 MC 신동엽의 질문에 "계속해서 감사하다는 말만 전하고 싶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며 붉어진 눈시울로 인사를 덧붙이기도 했다.

'SNL 코리아' 방송을 마친 이수근의 향후 행보는 정해진 바가 없다. 하지만 이번 '카메오 출연'을 계기로 본격적인 복귀를 준비하리라는 건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방송 후 큰 반발이 없었던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수근의 경우에서 보여지듯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거나 범법행위를 저질러 방송을 중단했던 이들이 복귀하는 방법으로 선택하는 '카메오 출연'은 당사자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은근슬쩍' 얼굴을 내비쳐 여론의 반응을 떠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로서도 안전한 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정식 출연이 아니다'라고 둘러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당사자나 방송사 모두 '간을 보겠다'는 의도다.   

한 방송 관계자는 "카메오는 자신의 방송 출연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대중의 반응을 좀 더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범법행위나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방송 복귀의 기회를 차단할 필요는 없다. 반성 여부나 대중의 수용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허용할 수 있고, 허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복귀 방식은 좀 더 '떳떳하고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식으로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모호한 방식으로, 마치 '새끼손가락으로 된장 맛을 보듯이'  대중의 마음을 떠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카메오로 출연해  "반성많이 했다" 며 눈시울을 붉히면서 용서를 구하는 방식이야말로, 흔히 말하는 '감성팔이'가 아닌가. '감성팔이'란 '진정성이 안 보인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있다.

방송에 복귀하려는 이들이 거쳐야 할  무슨 '공식적인 절차'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물론 아니다. 하지만 발을 슬쩍 밀어넣으면서 상대의 눈치를 보는 식으로 방송의 문턱을 넘어서는 곤란하다. 문턱은 발을 들고 성큼 건너야 한다.  
  
김유진 기자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이수근 ⓒ 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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