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모두 불편한 드라마가 안기는 재미

2015. 5. 2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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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표재민 기자] 거대한 권력과 재력 앞에서 누구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 '풍문으로 들었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이다. 절대 선과 악이 없어 정을 붙이고 볼 사람은 없지만, 인간의 속물근성을 맹렬하게 풍자하는 재미는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힘이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평범한 서민인 서봄(고아성 분)이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한정호(유준상 분) 가족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보통 상류층을 다루는 드라마가 일명 갑이라고 불리는 이들만 꼬집는 것과 다른 길을 걷는다.

바로 등장인물 모두가 속물이라는 전제 속에 '갑질'과 '을질'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새로울 수 없지만 접근방식은 기존 드라마와 달라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확고한 의지가 26회까지 이어졌다.

30회를 끝으로 종영하는 이 드라마는 현재까지 4회가 남아 있는 상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풍문으로 들었소'는 갑들의 가식과 사회를 바라보는 졸렬한 의식, 복종하고 콩고물 받아먹기에 급급한 을들의 노예근성을 한번씩 다 짚는다. 봄이가 정호의 힘에 눌리고 휘둘리다가 이혼을 결심하며 반란을 꿈꾸는 요즘 이 드라마의 주요 이야기만 바라봐도 그렇다.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빼앗긴 채, 그리고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욕망을 빼앗긴 채 살아가던 봄이의 큰 결심을 이해하지 못해 몰아세웠던 아버지 서형식(장현성 분)과 언니 서누리(공승연 분)의 순종적이고 비겁한 행동은 약자라 할지언정 '착하지 않게 그리는' 이 드라마의 묘미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정의 구현이라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엔 이 역시도 자아도취 성격이 강한 민주영(장소연 분)과 윤제훈(김권 분)의 반란도 썩 통쾌하게 담기진 않는다. 정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는 것도, 이를 깨부수려는 을들의 사투도 결국 자기중심적인 선택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이 드라마 시청자들은 기분 좋은 혼란을 경험한다. 등장인물 그 누구든 감정선을 쉽게 따라갈 수 없다. 마음이 쏠리는 이입 대상을 찾기 어렵다.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을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기대하는 일도, 갑들의 개과천선을 바라는 일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은 인물들의 행동이 공감이 가며, 뒷이야기가 어찌 흘러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선악 대결 구도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고, 늘 봐왔던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아니어도 말이다.

jmpyo@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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