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성화 학과 혜택에 입학했더니.." 숭실대의 변심

김민정 2015. 5. 25.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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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 신설된 '국제법무학과'

학기당 등록금 100만원씩 더 받고

中 로펌 인턴십 등 해외연수 지원

"올부터 지원 절반 축소" 일방 통보

학생들 강력 반발… 연수 포기 속출

학교 "지나친 지원 조정한 것" 해명

숭실대가 각종 특전을 내세워 값비싼 등록금을 책정한 뒤 신설한 특성화 학과의 지원을 대폭 줄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연수 등 양질의 혜택을 믿고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지원 축소 통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숭실대는 2011년 미국법과 국제법 등을 전공한 국제법률가 양성을 목표로 법과대학 내 '국제법무학과'를 새로 만들었다. 해당 학과는 '숭실 특별 프로그램'이란 이름의 해외연수 과정을 운영하면서 비용을 파격적으로 지원해 왔다. 가령 6박8일 일정의 몽골ㆍ유럽 국제법률기구 연수를 다녀 오는데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각각 20만원, 50만원에 불과했다. 4주 과정의 중국 로펌 인턴십도 90만원만 내면 수료할 수 있었다. 통상 항공료를 포함, 비슷한 기간의 해외연수 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혜택이었다. 해외연수 외에 1년에 한 번씩 학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 모의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우수한 지원책 덕분에 신입생들은 같은 법과대인 법학과보다 학기당 100만원이 더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도 국제법무학과의 문을 두드렸다. 모집 첫해인 2012학년도부터 국제법무학과의 지원 경쟁률(정시모집 기준)은 3.38대 1을 기록, 정원을 훌쩍 넘겼고 지난해에는 경쟁률이 5.29대 1에 달하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학교 측이 올해부터 학과에 주는 해외연수 지원금을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고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국제법무학과 학생회 관계자는 24일 "학교 방침 대로라면 몽골 연수는 50만원대, 유럽 일정은 80원대로 개인부담이 늘어나고 중국 로펌 인턴십 비용은 330만원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프로그램 혜택을 염두에 두고 비싼 등록금을 감수한 학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당장 연수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윤영원(21) 국제법무학과 학생회장은 "학생 부담이 4배 가까이 늘어난 중국 인턴십의 경우 대다수 재학생들이 연수를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졸업 때까지 등록금을 800만원이나 더 내는 것은 각종 지원이 보장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송종호(19ㆍ국제법무학과 2)씨도 "화려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는데 결국 우수한 신입생을 끌어 모으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당초 밝힌 특성화 목표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자 지원 축소를 신호탄으로 아예 학과를 폐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학과 신설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학교는 원래 미국 로스쿨과 자매결연을 맺어 졸업생들을 교류 시키려 했지만, 로스쿨 섭외가 쉽지 않은데다 지난해 처음 배출된 졸업생들도 눈에 띄는 실적을 내놓지 못하자 골칫거리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학생은 "등록금이 높을수록 교육부의 대학 평가 지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투입 대비 산출이 적은 특성화 학과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연수 지원을 줄여도 학생들이 추가 등록금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숭실대 관계자는 "그 동안 다른 학과와 비교할 때 지원이 지나치게 많아 조정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기존 지원금 중 일부를 장학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수습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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