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울릉도 주변 '200km 소용돌이' 정체는? 5개월째 지속 매우 이례적

세종 입력 2015. 5. 25. 02:14 수정 2015. 5. 2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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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수산업에 악영향 우려·오징어 등 일부는 풍어 전망.. 난류가 한류 만나 발생 추정

판타지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바다 소용돌이가 울릉도를 중심으로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직경이 200㎞에 달한다. 느린 속도로 돌고 있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지나가는 배를 집어삼킬 만큼 위력이 강하지는 않다. 그러나 바다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 소용돌이도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발생 원인과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추정만 할 뿐이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 발생=국립해양조사원은 인공위성과 조사선을 활용해 관측한 결과 지난해 12월 말 동해에서 발생한 소용돌이가 현재까지 5개월째 소멸하지 않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이 소용돌이는 울릉도를 중심으로 직경 200㎞에 달하는 크기다. 최대 시속 0.9노트(1.67㎞)로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어 어선 운항에는 지장이 없다. 소용돌이 안에는 수심 250m까지 10도의 따뜻한 해수가 갇혀 있다. 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울릉도 주변에서 발생하고 따뜻한 해수가 갇히는 소용돌이라는 의미에서 '울릉 난수성 소용돌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해양조사원은 난류와 한류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는 따뜻한 해류를 '동한난류(East Korea Warm Current)'라고 부른다. 이 난류는 북위 37.5도 정도에 이르러 '북한한류(North Korea Cold Current)'를 만나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일본 홋카이도 남쪽 해협인 쓰가루 해협을 향한다. 이때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한류를 다시 만나게 되면 난류는 남쪽으로 꺾이게 되면서 이 힘으로 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하게 된다. 즉 커피를 숟가락으로 젓듯 한류가 난류를 회전시켜 와류(渦流)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형, 바람 등도 소용돌이 발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수개월간 한곳에서 지속, 이례적 현상=동해는 사실 한류와 난류가 계절별로 그 세기를 달리하며 만나 크고 작은 소용돌이가 생성과 소명을 반복하는 곳이다. 그러나 해양조사원은 이번에 발견된 소용돌이처럼 한곳에서 수개월간 유지되는 소용돌이는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장경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울릉 난수성 소용돌이는 학계에도 여러 차례 보고됐고 지속 기간이 1년이 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번 경우를 특이한 현상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1999년 6월 관측된 울릉 난수성 소용돌이는 2001년 6월까지 2년간 지속되기도 했다. 다만 장 교수도 "울릉도를 중심으로 소용돌이가 고정된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소용돌이가 수산 자원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소용돌이가 발생하면 따뜻한 해수가 소용돌이 중심부에 갇히는 현상이 발생한다. 해양조사원은 따뜻한 해수가 바다 밑에 풍부한 규소나 인, 질소 같은 영양 염류의 상승을 차단해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 번식을 막아 수산 자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소용돌이가 오징어 등 일부 어종을 풍족하게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은 "2000∼2002년 한국과 미국 연구기관의 공동연구에서 소용돌이 가장자리에서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많이 분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표층 수온이 오르는 여름까지 소용돌이가 소멸하지 않는다면 올해 오징어가 풍어(豊漁)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후 변화와 소용돌이 연관성은 미지의 영역=울릉 난수성 소용돌이 발생과 기후 변화의 연관성은 현재로서는 밝혀진 바 없다. 학계에서는 기후 변화로 난류의 북상 한계선이 높아져 소용돌이 발생 장소도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도만 밝혀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어쨌든 해양 환경에 변화가 생긴 만큼 이를 역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주도는 지난 3월 참다랑어 양식실험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참다랑어는 적도 부근에서 주로 잡히지만 최근 온난화 영향으로 제주 남쪽 해역까지 나타나자 이를 역이용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울릉 난수성 소용돌이가 발생했을 때 어류 분포에도 변화가 생기므로 이를 잘 파악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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