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액 따라 '카파라치' 실적도 오락가락

오현태 입력 2015. 5. 24. 19:51 수정 2015. 5. 2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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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카드 차단 효과에도 부작용 속출

'2015년 5월 최대 정책 떴습니다.'

24일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 신용카드 관련 게시판에는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하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글쓴이들은 저마다 최대 '정책'(카드 발급 대가로 사은품이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이르는 은어)이라고 강조하며 사람들을 유혹했다. 이 중 한 곳에 쪽지를 보내 발급 조건을 물었더니 연회비 20만원 카드는 '풍선 20개'라는 답이 왔다. 현금 20만원을 지원해준다는 의미다. 연회비 7만원짜리 카드는 현금 15만원을 지원해줘 연회비를 내고도 돈을 남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시판 위쪽에 공지된 '여신전문 금융법을 준수하며, 인터넷 불법 카드 모집 활동은 금지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불법 신용카드 모집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잡기 위한 '신용카드 불법모집 신고 포상제'(일명 카파라치)는 포상 규모에 따라 실적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포상 규모를 늘리자 폭증했던 신고는 규모를 축소하자 덩달아 줄어들더니 다시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과 취지를 살릴 적정 포상 규모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2년 12월 도입된 카파라치 신고 건수는 2013년 분기별로 최소 23건에서 최대 46건으로 월 평균 신고건수가 9.25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들어서도 1분기 신고가 22건에 그치자 금감원과 여신협회는 제도 수술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여신협회는 종합카드모집(불법 모집인을 고용해 여러 카드사의 회원을 모집하는 것)의 포상금(200만원)과 1인당 연간 포상금 지급한도(1000만원)는 그대로 두고, 미등록모집 등은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길거리모집 등은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포상금을 확 올렸다. 이 분의야 연간 포상금 지급한도도 1인당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렸다. 그러자 지난해 2분기 신고 건수는 97건, 3분기는 445건으로 폭증했다.

신고가 늘어서 불법 차단에는 효과를 봤지만 부작용도 속출했다. 포상금을 노리고 불법행위를 유도하는 일이 가장 많았다. 카드 모집인을 만나 타사카드 발급 권유 등 불법행위를 하게 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신고하는 수법이었다. 불법을 유도해 신고하겠다고 협박해서 모집인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뒤 실제로 신고까지 해서 포상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전국 3만5000여명 규모인 카드 모집인들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제도를 다시 손볼 것을 촉구했다. 여신협회 등은 부작용과 반발을 고려해 지난해 9월 포상금은 유지하고 지급한도를 1인당 연간 100만원으로 되돌렸다. 불법행위 유도나 협박이 있었던 신고는 포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포상 규모 축소는 신고 급감으로 직결됐다. 지난해 4분기 신고 건수는 120건으로 전 분기에 비해 4분의 1 가까이 줄어들더니 지난 3월 17건으로 사실상 제도 도입 초기 수준으로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 3개월 만에 제도를 또 다시 개선해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에 대해 애초에 검토가 부족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카드사의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을 불러 교육을 하고 모니터링도 하지만 (카드 모집이) 생계가 걸린 문제다 보니 불법을 없애는 게 쉽지 않다"며 "신고 건수가 적정 수준을 유지할 포상 수준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고 제도의 효율성을 높일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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