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트위터로 신용등급·대출까지 결정한다

홍장원 2015. 5. 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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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건국대, 한국형 'SNS 신용평가' 모델 공동개발 나서소비패턴 생활수준 분석..금융거래 없는 학생도 싼값 대출
독일 신용평가사인 크레디테크는 페이스북과 아마존, 이베이 계정에서 뽑아낸 8000여 가지 변수를 빅데이터로 돌려 대출 신청자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SNS)에서 보이는 개인 성향을 신용등급에 반영하면 해당 고객이 빌린 돈을 연체할지 여부를 훨씬 정교하게 알아낼 수 있어서다. 신청자가 낸 대출 서류 철자 오류로 사회적 지위를 추측해 등급 심사에 반영할 정도다.

미국 핀테크업체 온덱은 대출을 신청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회사 평판을 SNS로 확인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 사장이 대출 서류를 내밀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물론 미국 레스토랑 리뷰 사이트 평점까지 살펴 신용등급에 반영하는 식이다. SNS를 축으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신용도를 심사하는 '빅데이터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온덱은 이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1조5000억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도 이처럼 SNS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를 하는 시스템이 곧 첫선을 보인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핀테크허브센터와 한국NFC, 건국대 금융IT학과와 빅데이터 업체 3곳은 최근 공동으로 '소셜신용평가협의체'를 만들고 한국형 SNS 신용평가모델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에서 금융권과 핀테크 업체, 대학이 만나 SNS 기반 신용평가체제 구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의체 고문은 홍성표 전 신용회복위원장과 마이클 홍 레드헤링 대표가 맡기로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젊은 층이 많이 쓰는 SNS에 올라온 글을 토대로 금융 데이터 없이 개인 신용도 조사를 끝내겠다는 게 협의체 계획이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SNS로 분석한 신용평가 결과를 기존 신용평가 자료와 비교해 둘이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를 우선 밝힐 계획"이라며 "뚜렷한 정(正)의 상관관계가 나오면 예전 신용평가 결과를 SNS 결과로 대체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SNS에서 활동하는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해 어떤 사회적 활동이 신용도와 연관을 맺을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게 최우선 과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활동 그룹이나 친구가 많을수록 신용등급도 높다는 가설을 세우고 빅데이터로 이를 검증해 보는 식이다.

SNS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족관계, 직업, 결혼 유무도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서 일상생활에서의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한다. 평소 자주 가는 곳을 통해 소비성향을 분석하고 교우관계를 통해 생활 수준을 엿보기도 한다. SNS에 긍정적인 글을 주로 올리는지 혹은 그 반대인지도 빅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편견이 개입되지 않은 연관관계가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가상의 방정식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SNS를 통한 평판관리를 잘해야 금융권에서 보다 저렴하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시스템 개발이 끝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20대 초반부터 직장을 잡는 20대 후반까지 약 10년 동안의 신용등급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개인간대출(P2P) 시장이 단기간 크게 확산될 여지도 생긴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금융거래 기록이 없어 30% 넘는 고금리에 시달려야 했던 대학생들이 훨씬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은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면서 결과물이 나오는 대로 KB저축은행에 이를 접목시켜 실제 대출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협의체는 최근 국내 대형 포털 중 한 곳과 물밑에서 제휴협약 논의를 하고 있어 딜이 성사되면 SNS 신용평가 분석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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