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요금제' 당신이 놓친 3가지

2015. 5. 24. 15: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음성통화 무료 제공한 뒤 데이터 사용료로 상쇄

휴대폰 사용 행태 맞춰 비즈니스도 바뀌는 차원

통신사 공격적 마케팅으로 '데이터 중독' 우려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관심과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란 최저요금 3만원대(3만2890원)부터 음성통화는 제한 없이 쓰되, 요금을 데이터 사용량에 연계해 내도록 단순화한 제도다. 이 요금제가 처음 출시됐을 때 기존 체계와 선을 긋는 새로운 제도로 소개된 탓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출시 충격'이 가시면서 사용자의 반응은 냉정하게 살펴볼 부분도 있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데이터 요금제를 둘러싼 논의에서 간과된 측면을 세 가지 지점에서 살펴본다.

첫째, 공짜는 힘이 세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처음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요소는 정작 데이터보다는 '음성통화가 무제한'이라고 광고한 점이었다. 이는 통화가 무료라는 인식을 낳았다.'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처럼 공짜는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크다. 예컨대 200원 하던 상품을 100원에 제공하는 것과 100원 하던 상품을 공짜로 제공하는 것은 언뜻 경제적 이득이 같아 보이지만 공짜는 훨씬 더 큰 관심을 모은다. 이번에도 돈을 주고 쓰던 음성통화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선전하니 관심이 많이 몰린 셈이다.

사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부상하면서 '공짜 경제학'이라는 말은 일찌감치 등장했다. 아이티 전문매체인 <와이어드>의 전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은 공짜 경제의 부상을 예견한 2009년 저서 <프리>에서 "디지털 상품의 한계비용(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 생산할 때 증가하는 비용)이 매년 50% 감소하고 있고, 공짜가 어느 때보다 소비 심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인터넷의 검색도 지식도 모두 공짜다. 하지만 공짜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인터넷의 수많은 콘텐츠가 무료로 공유될 수 있는 이유도 이 플랫폼이 광고라는 비즈니스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은 무료지만 광고라는 다른 형태로 우리는 비용을 내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 요금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통통신사가 3만원대 정액요금에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이유는, '무료' 이미지에 끌려 데이터 요금제에 들어오는 가입자가 장기적으로 데이터 사용을 통해 이를 상쇄하는 돈을 내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요금제를 잘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다.

둘째, 변혁이 아니다. 새 요금제는 '통화 공짜'라는 슬로건과 함께 사용자 앞에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전환은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다. 2013년 낸 정책공약집을 보면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등과 함께 '데이터 기반 요금제도 실현'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단말기유통법으로 통신사의 보조금 지급을 제한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도록 한 뒤, 이번 요금제를 내놓도록 한 흐름도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용자의 휴대전화 사용 행태가 바뀐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 이후(국내는 2009년) 휴대전화는 전화기라기보다 컴퓨터가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음성은 물론이고 동영상, 사진 등 모든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스마트폰을 전통적 전화기로 쓰는 사람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비즈니스도 바뀔 수밖에 없는 셈이다. 스마트폰 보유율이 우리보다 떨어지는 미국, 일본 등은 이미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했다. 미국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버라이즌 등 대표 통신사들이 기존 요금제를 모두 폐지해 전환을 강제로 유도한 점은 크게 다르다. 우리는 기존 요금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사용자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요금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셋째, '데이터 중독 사회'의 위험이 숨어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와 관련해 '데이터 단가가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국은 음성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에 데이터 단가를 기존보다 높게 책정해 가입자당 월매출(ARPU)을 끌어 올렸는데, 우리는 정부가 요금 인가 과정에서 이를 막았다는 설명이다. 개선은 아니더라도 개악을 막은 점은 평가 받을 만 하다.

하지만 여기엔 새로운 위험이 잠재해 있다. 통신사들은 기존에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해 불평이 많았다. 자신이 깔아놓은 망을 이용해 적절한 비용도 내지 않고 돈벌이를 한다는 이유였다. 인터넷으로 통화를 하는 무선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제 요금체계가 데이터 중심으로 크게 한걸음 움직이게 되면 통신사의 태도는 달라진다. 무선인터넷전화는 물론 콘텐츠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 데이터 소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통신사 돈벌이는 좋아진다. 결국 사용자가 동영상 콘텐츠처럼 데이터 소비가 큰 서비스를 많이 쓰도록 발벗고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통신사의 마케팅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데이터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중독적 사용 행태를 부추길 위험이 크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노건호에 배후 세력" TV조선의 기막힌 '3가지 근거''노건호 작심 발언', 여야 반응 보니…노건호, 김무성에 "아버지 죽음으로 몰아" 직격탄[포토] "보고싶습니다"…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 모습[만평 몰아보기] 김기춘의 아바타? 아니, MB 아바타!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