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아이들에게 너무나 냉혹한 우리사회

신희은 기자 2015. 5. 2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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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취재여담]]

학창시절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시내에서 어울려 놀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슬슬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왜 이렇게 늦었냐고 화를 내실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하루 이틀만 학교나 학원을 '땡땡이'쳐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학교 친구나 선생님, 부모님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게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거죠. 하지만 학창시절의 기억이 모두 다 이런 식인 것은 아닙니다.

평범한 시각에서 보면 조금 이상하게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하루 이틀 이상 귀가하지 않아도 자녀를 찾지 않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적응에 어려움을 느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이를 방치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어린 자녀에게 강압적인 태도로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폭행, 폭언을 되풀이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습니다. 부모의 이혼이나 부부 간의 불화가 자녀에게 집을 '안식처'가 아니라 '지옥'으로 느끼게끔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시 위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학업이나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남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아'로 낙인찍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문제아'가 되면 반복되는 전학 끝에 학교를 나오게 되는 수순을 밟곤 합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외면 받은 아이들은 결국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홈스쿨링이나 건강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집, 학교가 울타리가 돼주지 못한 학교 밖 청소년이 매일 200여명, 연간으로 따지면 6~7만명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청소년들을 근거리에서 선도하고 돕는 한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 밖 청소년들 대부분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아이들이 거리에서 생활하면서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아이'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학교나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절도나 성매매 등 범죄의 늪에 쉽게 빠져듭니다.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구해도 제대로 일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숙식을 제공한다는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당하기도 합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거리로 나온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안식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청소년이 안전하게 먹고 자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나마 오는 29일 학교 밖 청소년에 관한 지원 법률이 첫 시행되고 정부가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확대키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거리의 아이들이 더 이상 위태로운 생활과 각종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자립을 돕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저렴하고 안전한 숙소, 적성을 살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 등을 거리의 아이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빠져 나오더라도 사회에서 또 다시 '낙오'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과 13범의 19살의 한 청소년은 "집으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이젠 정말 혼자 힘으로 잘 살아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혹자는 이 아이를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하는 '구제불능 범죄자'라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아이의 가정과 학교, 우리 사회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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