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의료사고'가 의심될 때 명심해야 할 것들

김종수 2015. 5. 24.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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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술해야 할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로 바꿔서 수술하는 경우는 제가 일하고 있을 때 그 병원에서 실제로 일어났다고 교육까지 받았던 사례입니다." (윤혜정 변호사 인터뷰)

■ 의료 과실-사고 증가 추세

취재파일 K 팀이 의료사고 분쟁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의료진이나 병원의 과실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입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듣기 위해 전문가들과 접촉해 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개받은 전문가가 윤혜정 변호사입니다. 윤 변호사의 특징은 이전에 의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점인데, 전문의 과정까지 마친 뒤 변호사가 됐다고 합니다. 윤 변호사는 자신이 의사로 일했던 시절의 이야기로 편하게 의료분쟁이란 주제를 풀어냈습니다.

"대학병원 같은 경우에 동시에 한 30~40개 (수술) 방이 한꺼번에 열리니까 환자가 잘못 방을 찾아 들어가게 되면 그렇게 되면 좀 위험할 수 있겠죠. 그래서 '타임아웃'이라고 하는데 환자의 이름을 간호사가 먼저 점검하고 의사가 점검하고 또 수술부위가 어딘지, 그런 것들을 다 다시 한 번 환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환자의 입을 통해서 들은 다음에 시작하는 그런 것들을 제가 한 2년 차, 레지던트 2년 차쯤부터는 서울대 병원에선 하고 있었고요."

의료 관련 분쟁이나 사고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실제 의료사고 관련 손해배상 소송 접수 건수는 2010년 8백7십여 건에서 2013년 천100여 건으로 3년 만에 20% 넘게 증가했습니다. 또 소송으로 가기 전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의료분쟁 관련 조정중재 신청 건수는 모두 천8백여 건이었습니다. 이 또한 증가 추세입니다.

하지만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의 경우 조정절차가 병원과 환자, 양측이 동의할 경우에만 시작돼 병원이나 환자 한쪽이 거부할 경우 강제할 규정이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가 조정 신청을 하면 대부분 병원이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조정 자동 개시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도입될지는 미지수입니다.

■ 의료 사고로 의심된다면

그렇다면 의료분쟁이 생겼을 경우 환자나 가족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윤 변호사에게 질문해 봤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것인데요. 진료 기록을 확보하라고 하면 의사의 기록지만을 가지고 오시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하고 간호사의 간호 기록지, 검사결과 기록지, 수술하셨다면 수술 기록지, 마취 기록지, 그리고 시술과 수술에 대한 동의서 이런 것들까지 전부 다 한꺼번에 확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윤 변호사는 또 문제가 발생한 뒤 의료진과 대화를 할 때 어떤 치료를 했는지에 대해서 가족분들과 함께 들어서 확인하고, 사건의 경위서를 이른 시일 안에 적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정립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소송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가 볼 때는 소송에 의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거죠. 사고를 당하셨는데 소송을 하고 판결에선 '불가항력이고 과실이 없다'고 하면 소송비용 자체가 고스란히 피해가 되는 거니까. 그래서 결정을 하실 때 신중하게 결정을 하셔야 하는 것 같아요."

■ 의료진과 병원의 뻔한 대응

피해자 가족들은 의료 소송에서 환자의 완전 승소확률이 낮은 이유로 정보의 폐쇄성과 환자 측의 과도한 입증 책임을 지목합니다. 또 병원 책임 유무를 가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진료 기록을 감정하는 절차도 환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 같은 감정 절차의 문제는 '의료사고, 너무나 외로운 싸움'을 취재하면서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점으로 느낀 부분입니다. 윤 변호사도 감정 절차의 문제점에 대해서 공감했습니다.

"감정은 어쨌든 의사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감정의가 받아보면 어떤 의사가 한 일인지 다 알 수 있거든요. 감정은 법원에서 알아서 보내지만, 심지어 어떤 때는 같은 동문에 같은 의국 출신에게 가기도 하고 그렇다면 이 사람이 과연 객관적으로 감정할 수 있겠느냐…."

병원과 의료진이 과실이나 의료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까지 통상 2년 안팎이 걸립니다. 병원은 이런 점을 이용해 소송이나 분쟁 조정이 이뤄지는 동안 진료비 정산을 요구하고, 납부가 늦어질 경우 보험혜택 적용을 중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 측을 압박한다고 경험자들은 하소연합니다.

2012년 울산 의대 이상일 교수연구팀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예방 가능한 병원 내 안전사고 사망 환자 수는 매년 만 7,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우리나라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5,000명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전국적인 의료사고 실태조사와 실효성 있는 법 개정 절차가 추진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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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사고, 너무나 외로운 싸움

※ 이 기사는 5월 24일 밤 11시 20분 취재파일 K <의료사고, 너무나 외로운 싸움>을 통해 자세히 시청할 수 있습니다.디·퍼(디지털 퍼스트)는 KBS가 깊이있게 분석한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더 빨리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디지털 공간입니다.

김종수기자 (sweep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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