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서울이 고향' 그런데 서울말 안 쓴다? 말의 변천사

김나리 2015. 5. 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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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이 두 사람의 대화가 마치 어느 지방의 사투리 같죠.

하지만 이 했걸랑이라는 말은 온전히 서울말입니다.

그럼 이 서울 토박이 말은 표준말일까요, 사투리일까요?

먼저 김나리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한복 차림의 만담가가 입을 열자마자 일대는 웃음바다로 변합니다.

"제게 돈과 여자를 주세요 하고 간절히 기도했데. 하느님께서 기도 내용 고대로 돈 여자하고 결혼시켜줬데"

이 말이 사투리 같은지 표준말 같은지, 물어봤습니다.

[이준희]

"우리가 쓰는 말이랑 다른 거 같아서…."

만담에 쓰인 말은 이른바 서울 토박이말, 서울 사투리입니다.

[장광팔]

"약 100년 이상 서울 토박이의 말이 오롯이 보존돼 있는 게 만담이다."

흔히 서울말을 표준어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콧구멍'을 '콧구녕'으로, '발가락'을 '발꾸락'으로, '했거든'을 '했걸랑'으로 말하는 식입니다.//

표준어와 서울말을 비교해 봤습니다.

표준어 발음은 진폭이 일정한데 반해, 서울말은 처음과 끝의 진폭 차가 큽니다.

시작은 센 반면, 끝은 늘어지는 서울말 고유의 억양 때문입니다.

교양있는 사람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 표준어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경기나 인천지방 말이 표준어 발음에 더 가깝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20년 넘게 소리공학을 연구한 학자도 흥미롭다는 반응입니다.

[배명진 교수/숭실대 소리공학과]

"서울말은 유하게 정감 있게 하려 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토박이 발음이지 우리가 아는 서울, 경기도 표준어가 아니에요."

표준어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전통 서울말은 약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서울시민 중에 내 고향은 서울이라는 사람은 지난 2003년 65%에서 2013년에는 84%로 급증했습니다.

태어난 곳이 서울이 아니라도 서울에서 살면 서울을 고향으로 느낀다는 겁니다.

반면 서울 토박이는 줄고 있는데요, 여기서도 변화하고 있는 서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서울 명륜동에서 70년 넘게 산 서병국 씨에게는 흔히 보기 힘든 인증서가 있습니다.

'서울 토박이 인증서', 서울 종로구가 발급한 겁니다.

[서병국/'서울토박이 인증']

"지금은 아들이 여기서 살고 있으니 4대째죠. 그러니까 토박이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한 거죠."

60년 넘게 서울 중구를 떠나본 적 없는 김동원 씨도 서울의 산증인입니다.

[김동원/78세]

"대장장이들이 많았어요. 어렸을 때 보면요. 지금 을지로 4가서부터 왕십리 한양공고까지 쫙 있고…."

서울시는 1910년 이전부터 3대 이상이 서울에서 살고 있는 경우를 서울 토박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역으로는 사대문 안과 사대문 밖 10리까지로 요즘으로 치면 종로구와 중구,용산 등지가 해당합니다.

지난 2007년 조사 결과 3대 이상의 순수 '서울 토박이' 혈통은 서울 인구의 4.6%, 40여만 명에 그쳤습니다.

산업화를 거치며 인구 1천만 도시로 성장한 수도 서울, 그 사이 서울 토박이도 서울말도 시간 속에 녹아들며 또 다른 서울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경미입니다.

(김나리 narikim@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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