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에게 7천여만원 상당 위패·납골 판매

신용훈 2015. 5. 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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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마애사 지역 포교원들의 과도한 위패 영업 실태.. 초등학생 손자 납골함 계약도

[오마이뉴스 신용훈 기자]

▲ 살아있는 사람을 모신 위패 함안 마애사에 봉안된 살아있는 사람들을 모신 위패. 이름 앞에 生자가 기재되어 있다. 마애사는 "生자를 명시했으니 상관없다, 살아있는 사람도 위패를 모신다"라고 주장했다.
ⓒ 신용훈
함안 마애사 지역 포교원들의 과도한 위패 영업 실태를 비판한 기자칼럼'포교인가 위패장사인가보도 이후, 전국 각지에서 이에 대한 피해사례 제보 및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노인들이 본인의 경제적 능력을 넘어선 금액의 위패를 봉안한 데 따른 피해다.

특히 치매 노인에게 7800만 원 상당의 위패를 봉안토록 하는가 하면 살아있는 사람의 위패까지 봉안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태도 확인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위패 봉안을 권유하는 방식 또한 대단히 비불교적이고 상업적이어서, 지역내 불교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비판마저 거세다.

기자에 제보된 피해사례 가운데 한 명인 서아무개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마애사 곡성 포교원에서 위패 6위와 납골함 14개를 봉안했다. 각 410만~490만 원 상당으로 총 금액만 7800만 원에 달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딸 조아무개씨는 경악했다.

어머니는 다발성 뇌경색으로 인한 치매 환자여서 사실상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가 치매라는 사실은 잠시만 대화를 나눠 봐도 알 수 있다"며 "그런 분에게 7800만 원어치 위패 등을 판매한 것은 정상적인 영업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함안 마애사로 직접 찾아간 그는 또 한 번 놀랐다. 위패 몇 위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이름 앞에 생(生) 자가 붙어 있고, 납골함 1개는 아예 누락되어 있었던 것. 초등학생인 손자의 납골함까지 계약이 된 상태였다. 조씨는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금치산자 인정을 받아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서 할머니의 친구 중에는 1억2000만 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김아무개씨도 충청도에 사는 어머니가 마애사 포교원에 위패를 봉안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제보를 해왔다. 위패 몇 위를 봉안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평범한 사찰인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날 차 공양을 올리기 위해 40만 원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의구심이 들어 어머니와 함께 포교원을 찾았다고 했다. 포교원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는 "포교원이라고는 하는데 불상도 없고 탱화도 없고 물건만 가득 쌓아둔 채 염가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 절대 사찰로 보이지가 않았다"며 "게다가 직원들이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면서 어르신들에게 반말도 하고 명령도 해가면서 물건과 위패를 팔려고 환심을 사고 있어 기가 막혔다"고 전했다. 더욱이 고액의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영수증은 없고 위패증서만 있어, 이에 대한 법적 자문을 구하는 중이다.

순천에 사는 김아무개씨의 사위는 "장모님이 납골 한 구좌당 600만 원인데 490만 원으로 할인해준다는 말에 약 2300만 원을 포교원에 입금했다"며 "영수증 발급을 문의해도 시간이 걸린다는 답 뿐이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포교원에 의한 비슷한 피해사례가 많아 애가 탄다"고 해결책을 문의해 왔다.

▲ 함안 마애사에 봉안된 원불 生이 써있는 납골함의 주인은 서모할머니의 손자로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인이다. 마애사는 몇십년뒤에 화장되서 들어갈 납골함을 490만원에 팔아 다른 사람들의 납골함과 함께 모셔놓고 있다.
ⓒ 신용훈
이밖에 "마애사 포교원에 납골함을 계약한 후 영수증 대신 마애사추모센터추모관 '극락원'의 회원증서만 받았다"며 "인터넷에서 피해사례를 찾아보고 경찰서에 신고했더니 협동조합을 가장한 사기일 가능성도 있다고 해 걱정스럽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그런가하면 전북 전주지역의 한 포교원에서는 영업직원 이아무개씨가 "포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마애사에 공탁금을 걸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어르신에게 개인적으로 2000만 원을 빌렸다가 이를 갚지 않아 검찰에 고소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피해 가족들은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포교원 직원 이아무개씨는 깡패 지인을 운운하는 등 위압감을 조성해 피 같은 돈 2000만 원을 편취해 갔다"며 "이로 인해 화목했던 가족이 파탄지경에 이르렀으니 억울함과 분함을 풀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지역 포교원들의 이 같은 비상식적 영업 실태와 관련, 마애사 측은 "포교 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불교 위상 및 이미지 실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제보된 피해사례와 관련 마애사 주지 무진 스님은 "포교원에서 위패나 납골을 모시도록 하는 것은 포교 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며 "살아있는 사람을 위패로 모신 것도 생(生) 자를 명시했으니 괜찮다"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분별력 없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불교와 관계없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과도한 금액의 위패나 납골을 판매해 민원이 속출하는 상황임에도 마애사가 "포교"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영리를 위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많다.

유지원 전북불교네트워크 대표는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마애사 포교원은 더 이상 종교활동을 하는 사찰이 아니라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위패를 판매하는 악덕 상업 시설일 뿐"이라며 "이들이 불교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게 될지 불보듯 뻔하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 호법부 관계자는 "마애사 포교원에 대한 민원이 접수된 바 있어 그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조사·징계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답답한 실정"이라며 "더욱이 마애사는 대각회 소속인데다 조계종 승려였던 전주지가 이 문제로 사직해 조사의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 파장이 더 커지기 전에 이에 대핸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보신문> 인터넷판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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