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유격수' 두산 김재호의 소리없는 활약

유준상 2015. 5. 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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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올해 두 번째 풀타임 시즌.. 하위타선 이끄는 구심점

[오마이뉴스 유준상 기자]

그저 '스마일 맨'으로만 알려졌던 김재호(두산)의 올 시즌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현재까지 리그에서 정규타석을 채운 8명의 유격수 가운데 타격 수치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눈에 띄게 좋아진 수비능력 또한 그의 존재감을 빛내는 요인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독보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는 유격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 시즌 초반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김하성(넥센)도 최근 10경기에서 타율이 1할대에 그쳐 주춤하는 추세다. 기대를 모았던 오지환(LG), 강한울(KIA) 등도 최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매년 삼성의 내야를 지키는 김상수(삼성) 정도가 눈에 띄는 정도다.

김재호 선수는 한때 벤치 신세를 지며 '눈물 젖은 빵'을 먹었지만, 이제는 두산의 완전한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더위라는 또 하나의 고비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김재호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는다. '스마일 맨'이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벤치 신세'에서 벗어난 '스마일 맨'

▲ 캐치볼 하는 김재호 지난 3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와 두산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김재호가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다.
ⓒ 박중길
2004년 데뷔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던 김재호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이듬해인 2005년 47경기 27타수 6안타 타율 2할2푼2리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채 군 입대를 선택, 2년간 자리를 비운다. 2006년까진 손시헌(현 NC)이, 2007년 한 시즌은 트레이드된 이대수(현 SK)가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제대 후 돌아온 김재호에게 첫 시즌이었던 2008년, 그는 무려 112경기나 출장하며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14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떨어졌고, 2할4푼9리로 타율도 초라했다. 손시헌이 군 문제를 해결 후 팀으로 돌아온 후엔 자리가 더 비좁아져 백업으로 나설 수 있는 경기 수마저 줄어들었다.

가끔 한 번씩 타석에 들어서고, 대부분의 시간은 벤치 아니면 경기 후반 대수비로 출장하는 게 전부였다. 2012년까지 손시헌의 그림자에 가려져 자신의 기량을 뽐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던 그에게 2013년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91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5리 32타점을 기록했다.

정규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오히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김재호의 몫이 늘어났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나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한국시리즈 한 경기를 제외한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 출장하며 김진욱 전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2013년 말, 손시헌이 FA로 NC에 이적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잡지 못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당시 두산이 손시헌과 무리하게 재계약하지 않은 데, 2013년 김재호의 활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첫 풀타임 시즌, 체력에 발목이 잡혔다

김재호는 지난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본인의 한계에 도전했다. 5월까지 줄곧 3할대 초반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예년과 달리 최고조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그러나 6월이 되자 무더운 날씨에 와르르 무너졌다. 6, 7월 두 달간 월별 타율은 1할대 중반에서 맴돌았다.

실책도 11개나 기록해 공-수에서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각에선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김재호를 무리하게 출장시킨다는 비난이 제기됐을 정도였다. 첫 풀타임 시즌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재호의 페이스 하락과 동시에 팀 순위도 추락하며, 결국 타 팀들의 가을야구를 지켜봐야만 했다.

올해도 팬들이 걱정하는 건 딱 두 가지이다. 바로 부상과 체력. 잦은 출장에 몸 상태가 걱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행스러운 건 지난해 '예방주사'를 맞았고, 김재호 본인도 체력 관리에 대한 절실함을 느낀 시즌이라는 점이다. 팀에게도 미안했고, 본인 스스로에게 자책을 느끼기도 했으리라. 그가 최종적으로 남긴 타율은 2할5푼2리, 112경기를 출장한 2008년 2할4푼9리보다 딱 3리가 높았다.

독주 없는 유격수 경쟁, 김재호에게 승산은 있다

리그 내 정규타석을 채운 8명의 유격수 중 유일하게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김재호는 출루율에서도 경쟁자들에 비해 한참 앞서있다. 특히 타석 당 4~5개 이상의 투구수를 유도해내며 투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프로야구전문미디어 KBReport.com에 따르면, 볼넷/삼진 비율이 1.54로 리그 전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22일 잠실 SK전에서도 김재호 선수는 끈질기게 SK 마운드를 괴롭혔다. 2회 말 첫 타석에는 2구째를 받아쳐 선취 타점을 만들었고, 4회 말 희생번트 뒤 6회 말 세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전유수에게 다섯 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8회 말 네 번째 타석 역시 5구 승부를 끌고 가서 안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했다.

이 날 3타수 2안타 1타점, 팀에서 유일한 멀티히트를 기록한 김재호는 시즌 타율이 3할2푼8리까지 올라갔다. 유한준(넥센), 민병헌(두산) 등에 이어 7위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본인의 커리어하이 시즌도 노려볼 만하다.

다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비가 발목을 잡을 우려가 존재한다. 지난해 총 11개의 실책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지난 22일 경기까지 실책이 벌써 9개나 된다. 3루간을 빠져나가는 타구를 백핸드로 처리해 송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좋은 장면이 나오는 만큼 실책도 덩달아 많아졌다.

어쩌면 지난해 부딪혔던 체력의 한계를 다시 실감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5월 그의 타율은 3할9푼2리였다. 올해 현재까지 5월 타율도 3할6리이다. 작년과 비교해서, 한 번에 페이스를 끌어올리기보단 천천히 자기만의 리듬을 유지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홈과 원정에서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김재호는 이제 어디에 내놔도 모자라지 않는 유격수가 됐다. 독주 없이 경쟁 체제가 계속되는 유격수 경쟁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김재호, 그의 진짜야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준상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 Baseball>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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