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률의 S담쓰談]류현진도 이제 결혼할 때가 온 걸까

조회수 2015. 5. 23. 12: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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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아니 9년 세월 짋어온 한국 야구의 위상이 너무 무거웠던 것일까. 류현진(28 · LA 다저스)의 어깨에 결국 탈이 났다. 지난 9년 동안 쉼없이 달려온 류현진은 그의 야구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었다.

류현진은 22일(한국 시각) 미국 LA 현지에서 왼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구단 주치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가 집도해 관절와순 파열 문제를 해결했고, 약 2시간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류현진은 "수술이 잘 됐느냐"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상태) 좋아요"라고 밝혔다.

< '바로 식장으로 가도 되겠네' 지난 시즌 뒤 복귀 기자회견 때 멋지게 수트를 차려 입은 류현진의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

이제 류현진은 복귀까지 짧지 않은 기간을 인내해야 한다. 올해를 온전히 회복과 재활에 힘써야 하고,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내년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재활 기간이 더 길어져 복귀도 늦어질 수 있다. 어쩌면 수술보다 더 중요한 과정이 재활이다.

팔꿈치보다 더 민감한 어깨이기 때문이다. 팔꿈치 수술 뒤 복귀해 성공한 선수들은 적지 않다. 류현진 본인은 물론 임창용(삼성), 배영수(한화) 등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존 스몰츠(은퇴)를 비롯해 최근 맷 하비(뉴욕 메츠)까지 수술 뒤 건재를 과시한 선수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어깨는 다르다. 근육이 많고 더 복잡하게 엉켜 있기 때문이다. 성공 사례가 드물다. MLB에서도 관절 와순 파열 수술이라면 커트 실링(은퇴)과 마이크 피네다(뉴욕 양키스) 정도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래서 더 재활이 중요하다. 1995년 수술을 받고도 2009년 은퇴할 때까지 216승(146패)을 거둔 실링은 "수술 소식에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후 회복해 시속 156km까지 던질 수 있었다"면서 "모든 것은 수술 후 재활에 달려 있다. 수술이 25%라면 나머지 75%는 재활"이라고 강조했다.

수술이 잘 됐다고 하지만 이제 막 쌀을 씻어서 앉힌 상태다. 윤기 나는 밥을 얻으려면 불 세기를 조절하고 뜸을 들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의 "류현진이 내년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에서 볼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바람이 실현될 수 있다.

< '휠체어에 앉은 괴물' 류현진이 지난 22일(한국 시각) 미국 LA 현지에서 수술을 받은 뒤 휠체어에 앉아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

한 차례 수술과 재활을 이겨낸 류현진인 만큼 이번에도 잘 극복해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는 않는다. 류현진은 동산고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재활에 성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워낙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인 점도 성공적 복귀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깨라는 점에서 일말의 불안감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실링과 피네다의 사례가 있으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강속구로 이름을 떨치다 와순 수술 이후 사라져 간 롭 넨과 마크 프라이어, 브랜던 웹, 벤 시츠 등의 사례가 절대적으로 더 많은 까닭이다.

때문에 더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기 위한 든든한 조력자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사람, 선수 생활뿐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다.

결혼은 종목을 막론하고 대부분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다소 산만할 수 있는 경기장 밖의 시간을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데다 더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 부여도 제공한다. 바로 가장의 책임감이다.

< '아내 바보들' 2011년 부상 뒤 긴 재활에 아내가 큰 힘이 됐다는 SK 조동화(왼쪽)와 결혼 뒤 야구 인생에 꽃을 피우고 있는 넥센 거포 박병호.(자료사진=SK, 넥센) >

특히 부상을 딛고 재활을 거쳐 부활을 노리는 선수라면 더하다. 올 시즌 SK 주장을 맡아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조동화(34)는 지난 2011년 9월 왼 무릎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약 1년의 재활 끝에 복귀했다.

당시에 대해 조동화는 "재활하는 동안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시고 망가지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가정이 있기에 참고 견뎠다. 아내가 없었다면 2012년 포스트시즌 출전의 꿈은 접어야 했다"고 말한다. 인생 반쪽의 내조뿐 아니라 존재감 자체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뒤 복귀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결혼 생각은 없다"고 했다. 몇 년 후에나 가정을 꾸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 할 수 있는 변수가 생겼다. 부상과 수술로 빡빡한 경기 일정에서 벗어나 쉼없이 달려온 삶을 돌아볼 기회가 났다.

그의 아버지 류재천 씨는 2013년 5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현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며느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아들이 한창 미국 무대를 정복하던 때였다. 류 씨는 "외국에 진출한 대부분 선수들처럼 나도 (아들의) 결혼을 빨리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현진이의 내조를 잘 해주는 사람을 며느리감으로 맞고 싶다"면서 "그게 첫 번째고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고도 했다.

당시 류 씨는 "아직까지 (사귀는 여성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류현진은 열애에 대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왜 아니겠나? 세계 최고의 무대를 주름잡은 대한민국 대표 에이스,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건장한 청년이니 당연했다.

< '며느리만 있으면 딱이네' 지난 2013년 5월 류현진이 시즌 4승을 달성한 뒤 어머니 박승순 씨(왼쪽)의 생일 파티를 하며 아버지 류재천 씨와 함께 한 모습.(사진=류현진 트위터) >

이제 류현진도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이다. 일반인이라면, 또 3포 세대가 즐비한 요즘 한국이라면 아직 이를 수 있지만 운동 선수라면 늦다면 늦을 수도 있는 나이다. 더욱이 류현진은 1년 가까이 경기장을 떠나 있을 시간이 있다. 매해 반년 넘게 경기 일정을 소화해왔던 지난 9년 세월과는 다른 2015년인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 2006년 이후 10년 가까이 괴력을 뽐내며 쉼없이 달려왔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괴물'이다. 이제 한 템포 쉬어갈 때가 됐다. 야구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생각할 시간 말이다.

이제 한국과 미국 무대를 접수했던 류현진. 괴물의 질주에 생겼을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줄 짝을 만나야 때가 오지 않았을까. 적기라면 지금이다.

*연애와 결혼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뭐라고 참견할 생각은 없다. 다만 다른 선수들의 사례와 힘겨운 재활 과정을 보면서 그러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한번 적어보았다.

글=CBS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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