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감독 선임 딜레마, 비전을 제시해야..

곽현 2015. 5. 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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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에 대한 논란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에서 국가대표팀을 관장하는 농구강화위원회는 오는 9월 23일부터 중국 장사에서 개최되는 FIBA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감독 후보로 모비스 유재학 감독,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2명을 후보로 선발했다.

대한농구협회는 6월 초 이사회를 열어 둘 중 한 명을 최종 감독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한데 감독 후보 발표 후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 감독과 소속 구단 모두 대표팀 감독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2년간 대표팀을 이끈 유재학 감독은 이전부터 올 해 대표팀 감독을 고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2년간 대표팀을 이끌면서 소속팀 모비스에 신경을 쓰지 못 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을 맡는 순간부터 모든 신경은 대표팀에 쏟아 부어야 한다. 더군다나 지난해는 16년 만에 FIBA 월드컵에 출전했고,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까지 참가해야 했기에 부담감이 컸다.

유 감독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음에도 모비스는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오랜 시간 다져온 팀워크가 빛을 발한 것.

하지만 이제는 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올해까지 팀을 비운다는 것이 구단 측에 굉장히 미안한 부분이고, 본인의 건강 문제도 있다. 모비스 관계자는 "감독님이 2년 동안 제대로 쉬지 못 해 휴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유 감독은 올 해 팀을 다시 만드는 시기로 잡고 싶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 양동근, 함지훈, 문태영 등 주축선수들의 비중이 너무 높았고, 그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전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또 문태영도 FA로 팀을 떠났다.

유재학 감독은 대표팀 감독 후보 소식에 난처하다는 반응이다. "몸이 피곤한 상태다. 그 동안 시즌, 비시즌 다 쉬지를 못 했다. 난 모르겠다. 구단에서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유 감독이 공식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고사하기는 또 어려운 일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일을 개인적인 의사로 거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민감한 일이 될 수 있다.

유 감독은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전부터 나는 대표팀에 대한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확실한 계획을 잡고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몇 년은 계획을 잡고, 성적보다는 선수들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근데 왜 또 올림픽 출전, 성적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매년 안 중요한 대회가 어디 있나. 그렇게 되면 대표팀 세대교체는 또 물 건너가게 된다."

유재학 감독은 세대교체 등 대표팀의 시스템 문제에 대해서 여러 차례 강조를 해온바 있다. 더 이상 고참들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몇 년을 계획해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임감독이 필요한데, 그러한 계획성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모비스 관계자는 "대표팀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나 시스템 없이 프로팀 감독에게 팀을 맡기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2년 동안 대표팀과 프로시즌을 모두 소화하면서 건강도 안 좋아지셨다. 프로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려면 체계적인 시스템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마음 편히 대표팀을 맡겠는가"라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이 부담스러운 건 유도훈 감독도 마찬가지다. 사실 유도훈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 구단 입장에서도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를 한 팀의 감독이 후보에 올랐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가장 문제는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되면 시즌 초반 소속팀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선수권은 9월 23일부터 10월 3일까지 치러진다. 프로 개막이 9월 12일이기 때문에 20일 가량 감독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 뿐만 아니라, 대회를 준비하기까지 2달가량은 대표팀에만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소속팀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유도훈 감독의 존재감이 큰 전자랜드로선 유 감독이 팀을 비우는 것이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유도훈 감독은 대표팀 감독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지금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 감독이 된 것도 아닌데 무슨 말을 하겠나"며 말을 아꼈다.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듯 했다.

현재 대표팀 감독 선임에 있어 소통이 단절돼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유재학 감독은 소속팀이 있는 상황에서 2년 동안 대표팀을 맡아 왔다. 지난 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위해 희생을 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 또 다시 대가 없는 희생을 강요하긴 어렵다. 소속팀 입장에서도 좋아할 리가 없다.

프로 감독이 대표팀에만 전념할 수 없는 여건에서, 그들의 입장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과연 그들이 안심하고 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 환경이냐는 것이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당장은 어떨지 모르지만, 시즌 중에라도 성적이 좋지 못 하다면 언제든 감독을 경질할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내 집 살림을 놔두고, 어떻게 남의 집 살림을 더 신경 쓰겠나.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을 때의 딜레마다. 프로 감독으로선 사실상 큰 이점이 없다. 프로팀에 비하면 보수도 턱없이 부족하고,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명예도 곧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한 농구 관계자는 굳이 프로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 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소속이 없는 농구인들도 많다. 프로감독 출신들도 많다. 그중에 전임감독을 맡길 수도 있다. 근데 왜 프로팀 감독만 후보로 올렸는지 모르겠다. 꼭 프로팀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면, 전임코치라든지, 상비군 제도, 내년 구상 등 뭔가 계획이 잡혀 있어야 프로 감독들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현재 대표팀은 연속성 없이 매년 일회성으로 조직되는 모양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이 목표라면 올림픽까지 2년간의 목표와 설계가 마련된 뒤 그에 가장 적합한 감독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다. 감독직을 수락하기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오래 전부터 야기됐던 대표팀 전임감독 선임은 여전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표팀이 연속성을 갖고 운영되기 위해선 전임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화위원회 관계자는 "두 감독 뿐 아니라, 김영만, 문경은, 김진 감독 등도 얘기가 있었는데, 유재학 감독은 지난 해 대표팀 감독이었고, 유도훈 감독은 올 해 전자랜드가 워낙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에 후보로 올렸다"며 "전임감독은 운영비 문제 때문에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임감독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올 해부터 토토 지원금을 국가대표팀에 쓸 수 없게 되면서, KBL은 국가대표팀 운영에 손을 뗀 상황이다.

KBL이 빠지면서 대한농구협회는 대표팀 운영에 있어 자금적인 어려움이 있다. 결국 올 해는 훈련기간도 짧아질 예정이고, 존스컵 출전 외에는 별도의 전지훈련도 없다. 자연히 전임감독 선임도 어려운 상황인 것.

지난 해 16년 만에 세계무대 출전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남자농구. 한국농구의 혁신적인 기회가 될 수 있었으나, 대표팀 시스템 문제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팀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비전 제시가 없다면, 한국농구는 다시 암흑기로 빠질 수 있다.

#사진 - 유용우 기자

2015-05-23 곽현( rocker@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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