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쳐톡톡] 창조적 5%는 어쩌란 말인가요?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2015. 5. 2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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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필자 회사엔 비주얼 디자인 아카데미가 제휴사로 있다. 최고과정을 이수한 수강생은 기업 일을 프로젝트 베이스로 한다. 어느 날 그 중 한 명과 우연히 대화를 나눴다. 20대 후반, 눈이 크고 잘 웃는 여성이다.

" 결국 취업을 해야겠지? 역시 큰 기업?"

" 네. 그런데 디자이너들이 경력관리를 해가면서 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 쉽지 않을 걸. 한 해에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디자인 인력들이 3만 명이고 그 중에 20%만 디자인 관련 일을 한다며."

" 박 터지죠, 정말. 그런데요?"

" 디자인 경영 운운한 게 10년도 전이고 창조 경제 운운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실제로 크리에이티브한 친구들이 커나가기 힘들어."

" 왜요?"

" 조직은 보통 창조적인 5%가 끌고 나가고 80% 수동적인 직원들이 따라가고 나머지 15%는 중간에서 승진만 노리는 정도가 되어야 돌아가. 그런데 한국 기업에서는 창조적 5%가 젊을 때는 인정받다가도 부장 정도 되면 핵심 라인 바깥에 있는 경우가 많아. 보통은 15%가 핵심 라인으로 들어가지."

" 설마... 정말요?"

" 한국 기업이나 개인이 아직 경영 2.0, 개인 비전 2.0 버전에 있어서 그래. 창조 능력보다는 관리나 모방 능력, 보신 능력이 우선이지.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야. 캐나다 출신의 컬럼비아 대 교육학 교수였던 로렌스 피터는 이미 1969년에 관료적인 조직에서 한때 유능했던 직원들이 결국엔 무능해질 때까지 승진한다는 걸 간파했어. 그는 또 '피터의 도치(Inversion)'도 말했는데...무능해진 상관들이 직원들을 평가할 때 부수적인 걸 가지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야. 공손하다, 분위기 메이커다, 회사 규범을 잘 따른다... 지금도 그다지 다르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리더그룹으로 갈 수 있겠어?"

" 휴...첩첩 산중이네. 창조적 5%는 그럼 어쩌란 말인가요?"

" 조직 차원과 개인 차원 대안이 있겠지. 조직은 승진만이 아니라 업무 전문화를 통해서 사내 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그 전문가들이 서로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지. 르네상스기에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와 과학자 그룹을 지원했듯이 기업 내 르네상스 환경을 만들어야 해. 사실 이미 2000년대에 여러 기업에서 이걸 시도했지만(약간은 형식적으로) 실패했어. 왜냐? 이미 관료화된 개인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거야. 관리자가 되는 게 편하고 권력이 생기니까. 안전한 삶만 가르친 붕어빵 교육도 문제였고. 그래서 전문가 문화가 크질 못했어. 개인이 비전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지. 자기 세계에 대한 꿈이 없고 직장 생활의 끝도 못 보는. 그러니 창조적인 개인은 너무 조직에서의 성장에 빠지지 말고 자신이 더 이상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자리 털고 진짜 프로로 사는 길로 떠나야지. 비전 3.0 길로."

" 어머, 그게 쉬워요, 나이 들어서?

" 창조 사회는 각성되고 위험을 무릅쓰는 개인이 만드는 거야. 그런데 한국은 먼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이젠 무능한(?) 자들이 작은 파이를 가지고 싸우지. 창조 어쩌고 하는데 살아보면 알겠지만 창조는 위험하며 비효율적인 것이거든. 그러니 영리한 95% 개인들은 창조적으로 되려고 하지 않아."

" 저라고 다르지 않겠죠. 결국?"

" 내가 전에 말한 '가로등 밑에서 동전 찾기' 우화 기억나? 밝지만 동전이 없는 곳, 어둡지만 동전이 있을 곳... 우리는 어디를 선택해야겠어?"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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