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금피크제 탄력.. 청년실업 숨통 틜까

고찬유 유환구 2015. 5. 23.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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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희망퇴직과 연동해

더 일할 사람에겐 기회 주고

떠날 사람에겐 길을 열어줘

올 신규채용 400명으로 높여 잡아

"한은도 7월 임금피크제 동참할 것"

이주열, 금융협서 이례적 독려

다른 은행 행보도 빨라질 듯

세대간 일자리 나누기의 해법으로 일컬어지는 임금피크제가 정부의 채용 독려 분위기, 유례없는 고용대란 우려 속에 은행권에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정부도, 금융당국도 아닌 중앙은행 총재까지 나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달라"고 은행장들에게 당부했을 정도다. 아직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거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를 운영하는 은행들의 행보도 바빠지게 됐다.

이주열 총재는 22일 시중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은행들의 인력운용을 화두에 올렸다. 그는 "4월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대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내년 60세 정년연장이 시행되면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라며 "많은 금융기관이 임금피크와 희망퇴직을 실시해 여기서 나오는 경비절감 분으로 신규 고용을 확대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장들을 초청해 격월로 개최하는 금융협의회에 금융시장과 무관한 주제가 화두에 오른 건 매우 이례적. 이 총재가 구조개혁을 외치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 총대를 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총재는 한은도 임금피크제 도입 행렬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한은 역시 7월부터 임금피크를 시행하고, 그로 인해 절약되는 예산을 올해 신규 채용 확대에 쓰겠다고 했다.

최근 금융권 임금피크제 논의에 불을 지핀 건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 노사가 최근 합의한 임금피크 개선안은 종전(2008년)에 시행했던 제도의 틀을 확 바꿨다. 기존에는 55세가 되면 월급이 깎이면서 업무도 뒤로 밀려났지만, 앞으로는 ▦5년간 직전 월급의 반만 받고 기존 업무를 계속하거나 ▦영업 현장에서 뛰면서 종전대비 기본급 50%에 실적만큼 최대 200%까지 성과급을 받거나(임금피크) ▦27개월 분 월급을 미리 받고 나가는(희망퇴직)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희망퇴직을 정례화해 임금피크와 연동한 것도 특징이다. 지금까지는 임금피크를 도입하고서도 5년간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 더 일할 사람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실력을 발휘하게 하고, 떠날 사람에겐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과 신규 채용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 달성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날 이주열 총재도 국민은행의 사례에 대해 "잘 마무리 되면 (청년 실업과 정년 연장을 조화시킬) 좋은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 국민은행은 올해 신규 채용 목표를 290명에서 400명으로 높여 잡았다.

관심은 다른 은행들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임금피크를 운용하고 있긴 하다. 2005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하나은행(2006년) 외환은행(2007년) 등이 도입했다. 그러나 임금피크 대상자를 주요 업무나 기존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퇴물 취급하면서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다수였다. 희망퇴직금을 받아 자영업이나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해 다시 고용 현장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많았다.

해당 은행들은 당장 별다른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면서도 국민은행의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달리 다른 은행들은 예전부터 희망퇴직과 임금피크를 연동했기 때문에 신규 채용 규모를 확대할 여지가 적을 것"이라며 "다만 임금피크 대상자의 업무를 배려한 측면은 높이 산다"고 말했다.

아직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다른 시중은행들의 행보도 빨라질 공산이 크다. 신한은행은 4월부터 노사간 협의를 시작했고, 농협은행, 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임금피크 적용 연령 및 기간, 임금피크 대상자의 업무 기준, 희망퇴직과의 연동 여부 등이 관건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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