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이 만난 사람] 친노에 연일 강경발언, 새정치련 박지원 의원

이정민.강정현 2015. 5. 2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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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민심은 '문재인 안 된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분당 말려
박지원 의원은 “당내에 이미 정치혁신위원회가 있고 거기서 만든 혁신안이 우리 당 창고에 쌓여 있다”며 “100번의 혁신안보다도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하다”며 문재인 대표의 혁신기구 제안을 비판했다. [강정현 기자]

4·29 재·보선 패배로 촉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당내에 혁신기구 설치를 수습안으로 제시하고 나섰지만 대표 사퇴, 신당 창당론이 그치지 않고 있다. 친노- 비노 간 격돌은 감정싸움으로 옮겨 붙고 있다. 문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당원들의 집회가 벌어지는가 하면 인터넷에선 문 대표 사퇴를 요구한 비노 의원들에 대한 출당 서명운동이 불붙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란스러운 어둠 속이다.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비노 대열에 박지원(3선·목포) 의원이 있다. 지난 2월 대표 자리를 놓고 문 대표와 맞붙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의원회관을 찾은 21일은 마침 새 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명된 날이다. 그는 “호남 민초들의 민심은 문재인으론 안 된다. 신당 창당하라는 것이지만 오피니언 리더들은 분열하지 말고 단합해 정권교체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처신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광주 보궐선거 패배에 대해선 “보수와 진보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호남이 저항으로 버텨줬는데 거기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웰빙 야당이 됐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상장폐지됐다 구조조정해 다시 살아난 JAL(일본항공) 회장이 ‘망하니까 보이더라. 그래서 살아났다’는 말을 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망하지도 못해봤다”는 말도 덧붙였다.

 - 총리 후보자 검증 등 중요한 일이 많은데 당내 문제에 발목 잡혀 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 지명은 문재인 대표한텐 당 결속을 시킬 호재다. 그런데 성완종 리스트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넘어가면 진짜 야당으로서 국민들한테 실망을 주게 될 거다.”

 - ‘선거만 하면 지는 야당’이란 자조가 당 안팎에 퍼져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늘 말씀하셨듯이 정치인은 학자도, 사상가도, 언론인도 아니다. 국민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보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 내가 무엇이 될 것인가를 보고 정치하기 때문에 늘 어긋난다. 국민을 주머니 속 구슬로 생각한다. 선거 전에 문 대표에게 ‘무난한 공천은 무난한 패배를 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딱 맞지 않았나.”

 - 공천 실패 때문인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성남 중원에 영입해 놓고 경선 나가라고 했다. 자기랑 생판 인연 없는 곳에서 경선해서 이길 수 있나. (관악을에 출마했던) 정태호 후보는 문 대표의 최측근이다. 불출마 시켰으면 김희철 전 의원이 이겼다. 선거 전에 문 대표에게 천정배 의원을 만나라고 했더니 천 의원에게 전화해 경선하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들어온 자리는 작지만 나간 자리는 크다는 말이 있다. 정치는 선거를 위해서 있는 거고 선거는 이기려고 하는 것 아닌가.”

 - 네 곳의 선거 결과를 전국적 민심의 반영으로 볼 수 있나. 문 대표 사퇴 요구는 지도부 흔들기란 지적도 있다.

 “비록 4개 선거였지만 결국 우리가 키워서 전국선거로 만들어준 거 아닌가. 이번 광주 패배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됐던) 순천 보궐선거와는 다르다.”

 - 어떻게 다른가.

 “순천 선거는 마호메트의 기적 같은 거다. 호남이 영남에 문 열어라 해도 안 열어주니까 우리가 먼저 열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천정배 의원 당선은 다르다. 강기정 의원이 내가 차마 말하지 못하는 패배의 세 가지 이유에 대해 ‘후보공천을 잘못했다, 광주 7명 의원을 심판했다, 문재인이 싫다는 거다’라고 요약했다.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30%도 못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문 대표 사퇴하고 신당 창당하라는 게 호남 민심인가.

 “호남 민심이라고 할 것 없이 국민의 보편적 민심은 새정치민주연합, 이래서는 안 된다. 문재인, 친노 안 된다는 거다. 그런데 호남의 천주교, 개신교, 학계, 시민단체 지도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은 호남 신당, 신당 창당하지 말라, 분열해 패배하지 말고 통합하고 단결해 정권교체 하라는 거다. 그래서 내가 굉장히 처신하기 힘들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하는 말씀이 과거의 김대중 대통령이 하던 말씀과 똑같기 때문에 나는 그 스탠스로 가는 것이다. 내 입으로 한 번도 문 대표 사퇴하라고 한 적이 없다.”

 -‘모든 건 대표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한 건 결국 사퇴하라는 얘기 아닌가.

 “우리는 정치집단인데 정치로 풀어야지 논리로 풀려고만 해서 이렇게 꼬인 거다. 선거 패배한 다음날 문 대표가 성명(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투쟁하겠다는 내용) 발표했는데 그건 노무현 사상을 이어받은 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다 던졌다. 내가 그 입장이면 ‘나 물러간다. 그러나 중앙위원회, 하다 못해 당무위나 의원총회에서 신임을 묻겠다’고 할 거다. 우리 당은 친노당이다. 중앙위원회에서 신임 물어 부결되면 그대로 대표하는 거다. 근데 (문 대표가) 이것도 못하고 있지 않나. 내가 잘하겠다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나를 따르라? 이건 안 된다.”

 - 혁신기구 설치하면 봉합이 될까.

 “거의 한 달 돼 가는데 구성도 못하고 위원장도 못 구했잖나. 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위원장직 (거절을) 했니, 안 했니 하면서 진실게임을 벌여 괜히 둘 다 상처만 났다. 이게 지도자들이 할 일인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고 있는 거다.”

 - 문 대표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도자는 잔인한 게 있어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지도자는 결정과 책임만 있는 거다.”

 - 정치력 부재에 대한 지적이 많다.

 “(문 대표는)나는 정치를 모른다. 여의도 정치를 싫어한다(고 한다). 그럼 왜 여의도로 왔나. 밖에 있으면 지지도는 훨씬 높을 거다. 전 세계의 갈등은 유엔으로 가고 대한민국의 갈등은 여의도 국회로 온다. 여기서 싸우고 협상하고 조정해서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조정안이 나온다. 그게 정치다. 대통령 하려면 정치 해야 하는 거 아니냐.”

 - 비주류 측에선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들고나왔다. 무엇이 친노 패권주의인가.

 “국민이 알고 당원이 아는 걸 나만 모른다고 하면 안 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도 우리 정체성 버리고 지나치게 좌클릭 해서 죽은 거 아니냐. 우리 민주당 60년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 정당이다. 야당이 야당답게 싸울 땐 싸우고 양보할 땐 양보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야 되는데 지금 우리는 야당답지도 못하고 밤낮 파벌싸움만 하고 있다.”

 - 왜 그런가.

 “서로 자기가 먹으려고 하는 거다. 당이 정상화되면 대통령 후보는 그냥 생긴다. 당이 망가지면 아무도 안 된다. 내가 전당대회 때 문재인 대표 되면 절대 비노세력으로부터 협조를 못 받는다.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분당된다고 했는데 그 현상이 나오고 있다.”

 - 누구의 책임인가.

 “국민에게 IMF 금 모으기를 누가 강요했나? 리더십으로 끌어낸 거다. 결국 대통령이 국가 책임지는 거고 당은 대표가 책임지는 거다. 일본 대졸 출신들이 제일 선망의 대상으로 가고 싶었던 JAL(일본항공)이 상장 폐지됐었다. 망해서 강한 구조조정을 해서 다시 살아났다. 그 회장이 인터뷰에서 ‘망하니까 보이더라. 그래서 살아났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망하지도 못해본 거다.”

 - 더 망해야 한다는 얘긴가.

 “기다려야죠. 망할 땐 완전히 망해야 형님이 앞에서 리어카 끌면 뒤에서 동생들이 밀고 동대문·남대문으로 길거리 장사 하러 간다. 과천에 땅 만 평 놔두면 그거 또 소송하러 간다. 지금은 기다리고 있다. 경천동지할 방법이 나오든지 문 대표가 물러나든지….”

 - 문 대표를 공격하는 비주류의 속마음은 결국 지분 나눠갖자는 것 아닌가.

 “과거 주류, 비주류가 6대 4 혹은 5대 5로 당직도 배분했다는 예를 든 것을 지분 요구라고 받아들였다. 또 제가 알고 있기론 특정 인사가 문 대표와 만났을 때 지분 얘기를 했다고 한다.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사람들의 얘기(공천 룰을 정리하는 위원장을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맡기라)는 애당심의 발로인데, 문 대표가 공천 지분 나누자는 걸로 생각한 것 같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수습의 책임이 있는 대표가 그런 얘기를 발설할 수 있나. ‘미발표’라고는 하지만 전략적으로 치고 빠진 거 아닌가. 그렇게 말했으면 쳐버리든지 해야지 왜 또 물러서나. ‘내가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거래 안 한다’고 했는데 그건 대표가 할 말이 아니다.”

 - 비노 세력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득실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란 비판이 많다.

 “말 그대로 여러 계파고 느슨한 조직이다. 위기라고 느끼면서도 일련의 희망을 갖고 있으니까….”

 비노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박 의원은 “더 이상 질문하면 곤란하다” “답변하지 않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이내 의원들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우리 당이 치열함이 부족하다. 보궐선거 후에 강한 반성이라도 하자고 해서 워크숍 하자고 해도 못하고 있다. 다 외국 나가버려서…. 대장장이도 쇠가 달궈졌을 때 내려치는 재주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쇠가 식었을 때 치고, 우리는 물에 들어갔을 때 치니 뭐가 되겠나.”

 “친노와 비노 사이 스스로의 좌표가 어디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친노들은 내가 문 대표 비판하니까 싫어하고 민초들은 나를 기회주의자로 본다”며 “정권교체 위해 김대중·노무현·안철수 세력과 노총·시민사회가 연합해서 새정치민주연합 창당했는데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했다.

[S BOX] 3년형 살고 나온 직후 DJ와 찍은 사진, 의원실에 걸어놓은 까닭

박지원 의원의 방 벽면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핏기 없이 야윈 얼굴과 흐릿한 눈동자가 닮았다. 박 의원이 현대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3년형을 살고 나온 직후인 2005년 무렵으로 당시 국정원 불법 도청사건으로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이 구속된 직후였다. 숱한 사진 중에서 왜 하필 가장 우울해 보이는 사진을 붙어놨을까.

 박 의원은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을 때였다. 아무것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그때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독려하고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걸어놨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임·신 전 원장을 구속한 사람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던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다. 황 후보자 지명에 대해 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눈높이에는 맞는데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인사”라고 비난했다. 새정치연합이 황 후보자 인사 검증에 초강경 자세로 나온 것과 궤를 같이한다.

 박 의원은 “황 후보자와 2년반 법사위에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굉장히 똑똑하고 군더더기 없이 유능한 법무장관”이라면서도 “우리가 두 번이나 해임 건의안을 냈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정민 정치·국제 에디터 jmle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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