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사고 10일' 실제 예비군훈련장 가보니

이재호 2015. 5. 2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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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막탄 소리에도 깜짝 놀라..실탄사격 없자 안도의 한숨

"어젯밤 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였는데…."

지난 21일 오전 9시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예비군훈련장에서 실시된 향방작계 훈련에 참가한 유모(34)씨는 꿈 얘기를 하면서 훈련 내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0일 전 쌍둥이 자매의 아빠가 된 유씨는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간다고 했더니 지난주 예비군 훈련장 총기사고 소식을 들은 아내가 여러 차례 몸조심하라면서 걱정했다"고 말했다. 같은 분대의 이모(30)씨는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간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현역 입대 당시처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며 씁쓸해했다. 삼삼오오 모인 예비군들 사이에선 "주변에 이상한 사람은 없는지 잘 살펴보자"는 말도 오갔다.

22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예비군훈련장에 "사격장 총기 거치 시설을 재정비했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게시돼 있다.이재호 기자

서울 내곡동에 위치한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한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예비군 훈련 참가자들은 아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예비군들은 평소와 달리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부대 측도 예비군들의 불안감을 달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훈련장을 찾은 예비군들은 "지난주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고로 인해 금일은 축소사격(실탄사격)을 실시하지 않습니다"라는 부대 지휘관의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휘관은 "금일 축소사격은 총기 분해·조립 점검으로 대체한다"며 "본 예비군훈련장은 보다 안전한 사격훈련을 위해 총기 거치대를 재정비하고 모든 총기를 쇠사슬로 묶어 자물쇠를 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구조물에 총기를 거치하면 총구가 15도 이상 움직이지 않고, 사로 1개당 1명의 조교를 배치한다"고 덧붙였다.

수도방위사령부는 22일 예하 부대에서 실시되는 예비군 훈련에서 당분간 실탄사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군의 노력에도 예비군들은 시가지전투 교육장에서 터뜨린 연막탄 소리와 페인트탄 발사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곤 했다.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의 풍경도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생업을 잠시 뒤로 하고 홀가분하게 임했던 과거와 달리 이날 훈련에 임한 예비군들은 교관의 지시에 즉각 반응하며 긴장감을 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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