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방 소재 한 여대에서 벌어진 '공포의 대면식'

이동휘 기자 입력 2015. 5. 22. 18:34 수정 2015. 5. 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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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재 한 여대에서 4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을 3시간가량 세워 놓고 언어폭력을 가하는 등 ‘군기’를 잡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혹시나 내용이 녹취가 될지 모른다"며 휴대폰도 ‘압수’했다.

지난 13일 오후 5시 A여대 한 학과 건물에서는 4학년 학생 10여명과 1~3학년 학생 100여명이 참여한 속칭 ‘대면식’이 열렸다. 대면식은 각 학년들이 서로 얼굴을 익히고 알아가자는 취지로 한명씩 앞에 나와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말한다.

이날 대면식에서는 4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에게 “전반적으로 학교생활을 잘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고 4학년 학생들과 학과 측은 밝혔다. 얼굴을 모르는 선배들이 있으니 인사를 좀 더 주의해서 하고, 학교생활도 예의 바르게 하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학과 측은 “매년 해오던 것이고, 학과 교수들도 이 자리에서 학교생활과 진로 등에 관해 조언한 뒤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학과 신입생들에게 이날은 ‘공포의 대면식’이었다. 학생들은 강의실 책상을 모두 뒤로 밀어 놓고 3시간가량 서서 선배들에게 ‘군기’를 잡혀야 했기 때문이다. 신입생들과 2~3학년 학생들은 3열로 오와 열을 맞춰 정렬해야 했다. 선배들은 고압적인 자세로 고개를 든 학생들에게 “넌 왜 고개 안 숙여” “뭘 쳐다봐” 등의 말을 쏟아냈다.

더욱이 이날 4학년 학생들을 제외한 1~3학년 학생들은 휴대폰을 모두 ‘압수’당해야 했다. 이날 대면식에 참석한 한 신입생은 “예전에 대면식을 하던 후배들이 선배들의 말을 ‘녹취’해 문제제기한 사건이 있어 휴대폰을 걷는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휴대폰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과 측은 “4학년 학생들은 교수가 학교생활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등의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면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아 별 생각 없이 휴대폰을 걷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과대표라는 이유로 4학년의 주요 ‘타겟’이 된 여학생도 있다. 이 학과 1학년 과대표 B양은 선배들이 “너 마음에 안 든다” “네가 일을 못해서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네가 뭔데 과대하냐” 등의 말을 했고, 대답을 하지 못하자 “벙어리냐, 귀먹었냐”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B양은 “공포감과 모욕감이 들어 대면식 내내 울었고, 몸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인사를 제대로 안 한다’는 이유로 일렬로 선 4학년 선배들에게 ‘90도’인사도 강요당했다. 4학년 여학생들이 일렬로 서 있고, 대표격인 후배들이 한명씩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식이었다.

대면식에 참석했던 학생 중 한명은 현재 자퇴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학과 측은 “매년 선·후배가 서로 얼굴을 알고 친해지라는 의미에서 ‘대면식’을 하는데, 잘못한 점을 지적하다 보니 상황이 무서워지고 말이 거칠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4학년 학생들도 반성문을 작성해 피해 학생에게 전달하는 등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욕설과 폭행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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