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감자 칩에 들어가는 감자 국산? 수입산?

임태우 기자 입력 2015. 5. 22. 17:03 수정 2015. 5. 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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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 칩 열풍으로 감자 가격이 오른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들은 감자 칩 인기 때문에 감자 가격이 정말로 오르는 건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신 분은 안 계신가요? 취재기자로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떤 면에선 사실이지만, 또 아니기도 합니다.

통계청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국내 연간 감자 생산량은 대략 70만 톤이 넘는 것으로 나옵니다. 반면, 제과회사 중 국산감자를 가장 많이 수매하는 농심은 지난해 2만 톤 정도를 사들였습니다. 농심은 올해의 경우 '달콤한 감자 칩' 인기로 수매량을 3만 톤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지난해보다 50% 늘리는거죠. 농심의 감자칩이 가장 많이 팔리는 편인데, 전체 감자 생산량 가운데서의 비율로 따지면 5% 미만의 감자가 '달콤한 감자칩' 용으로 소비되는 셈입니다. 때문에, 비중만 놓고 보자면, '감자 칩' 인기 때문에 감자 가격이 오른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감자가격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작황 부진입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감자 관측 전망을 살펴보면, 작황 부진으로 4,5월 감자 출하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옵니다. 다만, 전체 감자 생산량의 감소로 인해, 5% 미만에 불과했던 '감자 칩' 수요의 가격 영향력이 좀더 커질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전체 감자 생산량이 적어지다 보니, 감자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거라는 전망이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작황 부진이 가장 큰 이유지만, 이런 상황에다 감자 칩 수요 급증까지 더불어서 감잣값이 비싸졌다고 기사에서 설명을 한 겁니다. 즉, 감자칩의 인기로 인해 전체 감자 생산량 중에서 감자칩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이 오르는 진짜 이유는 감자의 작황 부진입니다. 그래서 '감자칩 인기 때문에 감자 가격이 올랐다'는 기사는, 한편으로는 맞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니기도 하다고 기사를 썼습니다.

다만, 이런 글을 쓰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예상치 못했던 시청자 문의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 감자 칩을 수입산으로 만드는 데, 국산 감자 생산량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이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감자칩' 국내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심의 경우는 국산을 100% 쓰고, 다른 업체들은 국산과 미국, 호주산 감자를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주장 역시, 역시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사실과 다릅니다. 다만, 국내산 감자를 쓰는 농심이 감자칩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감자칩은 수입산'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거죠.

참고로 감자 품종은 여러 가집니다. 밥상이나 마트에서 자주 보는 국산 감자는 '수미' 품종으로, 알이 작고 단단합니다. (그래서 '수미감자칩'이라는 제품까지 있죠) 반면 수입산 감자는 감자의 성격이 좀 다릅니다. 아웃백 등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접시에서 함께 나오는 으깬 감자요리를 만들 때 쓰는 알이 큰 품종이 수입감자 입니다. 국내산 수미 품종과 비교해 덜 단단한 대신 단맛이 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처럼 감자 품종마다 식감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렇다고 국산이 좋고 수입감자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품종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입감자의 경우 단맛이 나기 때문에 이른바 '달콤한 감자칩'에는 수입감자가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태 등 달콤한 감자칩을 만드는 기업들이 수입감자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작물의 가격 인상은 너무도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잘라 말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산과 수입산 역시 용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생활과 관련한 기사, 그리고 경제 기사를 쓸 때 고민스러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1분 40초라는 짧은 시간에 우리 경제의 한 현상을 담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번 감자가격 인상 기사를 쓰면서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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