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현명해 보이는 기성용의 느린 걸음

김태석 입력 2015. 5. 22. 16:26 수정 2015. 5. 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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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기성용은 침착하다.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팀의 에이스였다면 더 큰 클럽을 향한 야망을 불태울 법하건만 섣부르게 도약하기보다는 느리지만 확실한 걸음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갈 생각을 하고 있다. 화려한 무대와 클럽이 주는 유혹에 넘어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길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성용이 22일 오후 3시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아직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 라운드가 남은 상황이나 약 2년간 지니고 있던 무릎 부상을 떨치기 위해 수술한 후 동료들보다 먼저 휴가를 받아 귀국길에 올랐다. 기성용은 2014-2015시즌 EPL에서만 8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활약상 덕분에 스완지 시티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7년 만에 결승에 오른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호주 아시안컵에서 거둔 성과를 떠올리면 소속 팀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종횡무진했다고 봐도 무방한 시즌이었다.

덕분에 기성용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스완지 시티의 의심의 여지없는 에이스라는 평가가 따라붙고 있으며, 리버풀 등 몇몇 빅 클럽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기실 이 정도로 인상 깊은 시즌을 보냈다면, 더 큰 팀에서 추파를 던지고 선수가 이런 유혹을 받아들여 더 큰 팀으로 가는 게 자연스럽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 시즌 EPL 초반 같은 팀 동료로서 맹활약을 펼친 윌프레드 보니가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입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기성용은 시즌을 마무리하기 전 스완지 시티와 계약 기간을 3년이나 더 연장했다. 이적은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어느날 갑자기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온전히 계약 기간이 지켜질진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기성용은 이번 시즌 성과에 도취되어 더 큰 팀 일원이 되는 것보다 스완지 시티에 남는 게 더 낫다고 봤다.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팀보다는 스완지 시티가 매력적이었다. 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좋은 팀이라고 봤고, 지금도 변함없다. 스완지 시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10위권에 항상 들 수 있는 팀이다. 만족스러울뿐더러 딱히 내가 팀을 옮겨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많은 분들이 더 좋은 클럽에서 뛰길 원하지만, 스완지 시티에서 꾸준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내년이 내겐 더 중요한 시즌이라고 본다."

기성용의 생각은 확고했다. 더 좋은 팀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스완지 시티에서 에이스로서 자리매김하며 꾸준히 최고 수준 플레이를 펼치는 게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토대라 여기고 있다. "빅 클럽의 일원이 되어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혹은 유로파리그라는 더 큰 무대에서 뛰는 것도 선수로서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도 세계 최고 프로축구 리그인 만큼 여기서 뛰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굳이 더 큰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기에 스완지 시티의 전술적 색채가 기성용에게 딱 부합하는 점 역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소다. 브랜든 로저스 감독 시절부터 꾸준히 패스 축구를 펼치고 있는 스완지 시티는 미드필더로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길 소망하는 기성용이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완벽한 토대다. 더군다나 EPL 승격 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면서 최고 수준 클럽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닦아 나가고 있다. 지금도 준수하지만 향후에는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기성용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경이다.

기성용은 스완지 시티 입단 후 제법 많은 부침을 겪었다. 뜻하지 않은 포지션에 서기도 하고, 감독과 마찰 때문에 EPL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를 걸고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을 시도하기도 했다. 온전히 팀의 중추로 자리매김한 건 올 시즌부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성용이 내년을 언급한 것도 바로 이와 맞닿아 있다. EPL 진출 후 이제야 자신을 위해 확고한 토대가 되어 주는 팀을 만났다. 섣부른 도약보다는 뿌리를 내려 EPL에서 더욱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느린 걸음이긴 해도 이것이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길임을 기성용은 잘 알고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gettyImages멀티비츠(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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