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치욕의 공군 참모총장.."지휘봉 부러졌다"

김태훈 기자 2015. 5. 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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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차규 공군 34대 참모총장에게 이제 명예는 사라졌고 수치만 남았습니다. 부하들은 밤샘 작전을 하든 말든 자기 방 꾸미기에 여념 없었고, 부인과 아들은 운전병이 모는 관용 차량을 회장님 가족들처럼 이용했습니다. 특권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까지 미쳐서 수의 장교가 참모총장 강아지 치료하러 '긴급 출동'해야 했습니다.

부대 돈 수백만 원을 집어갔다는 의혹도 있는데 국방부는 거기까지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6~7년 전 일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국내 최대 방산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에서 사라진 수십억 원 어치 백화점 상품권 중 상당액이 최 총장에게 갔다는 의혹도 있는데 국방부는 손도 못 댔습니다. 감사원도 슬그머니 관련 감사를 덮는 분위기입니다.

국방부는 최 총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했습니다. 말이 엄중 경고이지 "똑바로 해"라고 말로 혼 좀 내는, 하나 마나한 처분입니다. 이제 대한민국 장군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생겼습니다. 명예 따위는 버리고 수치스럽지만 별 자리를 보존하면 그만입니다. 병사는 장군의 종입니다. 나라 돈은 장군의 미적 취향을 북돋아주는 공돈입니다.

● 그동안의 해명은 거짓이었다

최 총장 공관병 출신이 최 총장 부인이 관용차량을 함부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공군은 최 총장의 구술을 토대로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최 총장이 작전사령관이었던 시절, 부인이 3~4차례 운전병 달린 관용 차량을 이용한 적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총장은 부인에게 관용 차량을 타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후에 규정이 새로 생겼다."

모두 거짓말입니다.국방부 감사 결과 최 총장의 부인은 서울 공관에서는 주 1~2회, 계룡대 공관에서는 월 1~2회 가량 사적, 공적으로 관용 차량을 이용했습니다. 국군 창군 이래 장군 부인들이 관용 차량 이용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었습니다. 국방부 감사는 허술해서 최 총장이 작전사령관 시절 부인의 관용 차량 이용 실태는 파악도 못했지만 총장 시절에도 최 총장 부인은 '회장님 사모님', 아들은 '회장댁 도련님' 생활을 했습니다.

리모델링 건에 대해서도 공군은 거짓말을 일삼았습니다. 공군은 "적법하게 리모델링했다"고 주장했고 기자들에게 "뭐가 문제냐"고 오히려 되물었습니다. 국방부 감사 결과 중복 투자로 판명됐습니다. 적법하지 못한 것입니다. 신축한 지 6개월 만에 멀쩡한 벽과 문짝을 뜯어내고 억대의 예산을 쏟아 부었습니다. 국방부는 최 총장에게, 아니면 공군한테라도 구상권 청구해야 합니다.

총장 댁 강아지가 아프다고 왜 장교가 와서 병 치료를 해야하는지, 딸 집 커튼은 또 왜 병사가 달아줘야 하는지 이해할래야 할 수가 없습니다. 최차규 총장은 "경위야 어찌됐든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습니다. "경위야 어찌됐든"이란 말의 뉘앙스가 수상합니다.

● 규명 못한 의혹들

최 총장은 6~7년 전 제10전투비행단장 재직 시절 부대 돈 370만 원을 몰래 갖다 쓴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당시 군 감찰이 수사를 하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중단됐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당시에 감사를 했어야 하는 사안인데 감사를 안한 것은 부적절했다"라고 이미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번 감사에서는 "오래 돼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최 총장 의혹의 최고봉은 KAI 백화점 상품권 실종 사건에 있습니다. KAI가 작년과 재작년 구입한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 가운데 20억 원 안팎의 사용처를 감사원에 밝히지 못하고 있는데 최 총장이 받았다는 의혹입니다.

엄청난 액수의 상품권의 사용처를 증빙하지 못하는 KAI도 수상하고, 이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감사원도 수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감사원 감사는 흐지부지되고 있습니다.

● 오합지졸 된 공군

최차규 참모총장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영(令)이 설 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공군 지휘부들 사이에서 "군 생활 편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답니다. 참모총장이 간섭을 안한다는 뜻입니다. 결재 서류를 올리면 예전과 달리 군말 없이 사인한다는 말이 들립니다. 명예가 땅에 떨어졌으니 사실상 지휘권도 잃어버린 것입니다.

최 총장은 국민들의 신뢰도 함께 잃었습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기회 있을 때마다 말했듯이 "국민 신뢰를 잃은 군은 오합지졸"입니다. 공군은 오합지졸이 됐습니다. 대한민국 영공이 불안합니다. 최 총장의 책임입니다. 또 최 총장을 끝까지 끌어안고 가자고 주장한 누군가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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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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