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도촬은 유죄, 뭐 하나라도 걸치면 무죄?"

CBS 박재홍의 뉴스쇼 입력 2015. 5. 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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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취업 현실 속 상사 위력 추행 못 잡아내는 판결 이어져
- 2심부터는 피해자 실제 증언 안 듣는 것도 1심 판결 뒤집히는 원인
- 법관의 여성 비율을 높여야 문제 해결 가능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학자 (여성변호사회 법제이사)

최근 들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성추행 판결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트렁크 속옷을 입은 채 여직원에게 안마를 시킨 남성 사장이 무죄 판결을 받는가 하면, 스타킹을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도 역시 무죄를 선고 받았죠. 그런데 이러한 성추행 판결들, 국민의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여성 법조계에서는 이런 사법부의 판단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여성변호사회의 김학자 법제이사를 연결하겠습니다. 이사님, 안녕하세요.

◆ 김학자> 안녕하세요. 김학자 이사입니다.

◇ 박재홍> 일단 최근 몇 달간 성추행 관련 재판을 짚어보죠. 먼저 20대 신임 여성 여직원과 화투를 친 다음에, 내기에서 이기자 속옷만 입은 상황에서 다리를 주물러라 했던 남성 사장이 무죄 판결을 받았어요, 대법원에서. 이 판결은 어떻게 보십니까?

◆ 김학자> 이 판결은 기본적으로 20대인 여성이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절을 하지 않았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정말 직장인 상사가 요구할 때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특히나 사회적으로 취업도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 박재홍> 그렇다면 당시 상황이 사장과 직원의 관계였기 때문에, 말씀하신 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이런 처벌은 불가능했습니까?

◆ 김학자> 제가 볼 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여지는데, 법원에서는 눈에 보이는 폭행, 말에 의한 협박, 이런 것들이 부족했다고 본 겁니다. 특히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면접추행 같은 것. 예를 들어서 면접을 빙자해서 직원을 추행한다거나 아니면 직장상사에 대한 성범죄 같은 경우가 많은데, 이 판결에 따른다면 전부 다 무죄가 되는 꼴이 되거든요. 그래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굉장히 취약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박재홍> 그리고 또 하나,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나 스키니진을 입은 여성을 상습적으로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 역시 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건 또 왜 그렇게 된 건가요?

◆ 김학자> 이건 제가 볼 때는 조금 황당합니다, 사실은. 법조문 어디에도 벗은 모습을 촬영해야지만 처벌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법원에서 제가 볼 때 법조문 어디에도 없는 법해석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레깅스나 스키니진을 입었으니까 성범죄가 아니다, 이렇게 판단한 거예요?

◆ 김학자> 뭔가 하나 걸쳤다는 거죠, 몸에. 그러니까 벗은 몸은 괜찮고, 뭐 하나 걸치면 죄가 안 된다라는 거니까. 그러면 아무것도 안 입은 여자는 보호되고 뭐라도 하나 걸치면 보호가 전혀 안 된다는 거잖아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학자> 그런 판결은 문제가 있죠.

◇ 박재홍> 20대 남성 역시 또 이런 사진을 지속적으로 보관까지 했던 것인데. 오히려 이러한 판결이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 김학자> 지금 이 판결에 따른다면, 뭐 하나라도 걸치면 처벌이 안 된다는 판결이죠. 나중에 더 심한 범죄가 나왔을 때 처벌 못한다는 결과가 되니까,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위험한 사람들을 예방을 못하고 있는 것이죠.

◇ 박재홍> 그리고 어제 나온 뉴스를 보면, 자는 줄 알았던 후배 직원의 여자친구에게 접근을 해서 특정부위를 더듬었던 30대 남자에게도 역시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는데, 이 판결은 어떻게 봐야 돼요?

◆ 김학자> 만약에 충분히 반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추행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면,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성범죄와 관련된 피해자들의 경우에는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이번 경우에도 그 여자친구로서는 그러한 것이 너무나 당황스럽고 본인한테는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에 반항조차 못하는 케이스라고 보여져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면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판결이 잦아지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김학자> 제가 볼 때는 판사님들께서 이 사회에서 좀 많이 이제는 높아진 어떤 성문화, 개방적 성문화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하고 계시는데, 실제로 모든 여자들이나 모든 상황이 다 여자가 동등하게 결정할 수 있는, 성적인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아니거든요. 특히나 그런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 판사님들께서 그런 고려를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 박재홍> 그러면 이제 국민들의 기대치와 현실과는 좀 동떨어져 있다, 이런 말씀인데. 무엇보다 문제가 됐던 판결이 고등법원이나 대법원 같은 상급재판에서 나왔던 점도 눈여겨봐야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어떤 원인이 있는 건가요?

◆ 김학자> 제가 볼 때는 1심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나 아니면 참고인들이나 증인들이 나와서 활발하게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법정에서 판사님들이 그걸 보시고 정말 그때는 정말 그랬구나. 정말 그렇게 나쁜 일이 일어났구나라고 심증을 갖게 되는데. 고등법원은 그러한 생생한 증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고요. 대법원의 같은 경우에는 특히 기록으로만 사건을 파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법조문의 내용을 굉장히 글자로만 보시고 현실에 대한 생생한 심증을 갖지 못하셔서 그렇게 약간 오해된 판결을 내리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 박재홍> 이상한 내용이, 상급심으로 갈수록 사건의 맥락이라든지 상황을 더 잘 판단할 수 있도록 해드려야 되는 것 아닌가요?

◆ 김학자> 물론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 진행자님께 “아!” 하는 거하고 “아.” 하는 거하고는 느낌이 다르지 않습니까?

◇ 박재홍> 그렇죠.

◆ 김학자> 특히 성범죄 같은 경우에는 그런 가장 생생한 피해자의 진술이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그런 걸로 심증을 많이 형성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부분에서는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의 경우에는 그런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박재홍> 말씀 그대로 성범죄 재판을 문자로만 판단하다 보니까, 어떤 상황적인 맥락이라든지 심증을 잡는데 부족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이에요.

◆ 김학자> 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거 보완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 김학자> 제 생각에는 특히 대법원의 경우에는 조금 더 여성의 숫자를 늘리고 좀 더 사회적인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좀 현장감 있게 들을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성문화에 대한 법관들의 현실 인식이 부족한 부분을 그런 성비문제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이고. 또 판결 시에도 실제 맥락이나 피해자의 생생한 진술을 들어야 판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이런 말씀이네요.

◆ 김학자> 그렇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김학자>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여성변호사회의 김학자 법제이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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