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 노모보다 개 먼저 구한 딸
[동아일보] 검은 연기가 자욱한 빌라에서 A 씨(39)가 개 한 마리를 품에 안고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왔다.
숨을 고른 A 씨는 현장에서 대피를 돕고 있던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김재호 경장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집 안에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있으니 구출해 주세요.”
21일 오후 4시 47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 경장이 겪은 일이다. 김 경장은 A 씨가 얼굴에 두른 물수건을 뺏어 쓰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 마침 A 씨의 어머니 B 씨(62)가 허겁지겁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었다. B 씨의 품에는 개 한 마리가 안겨 있었다. 이때까지도 집 안에는 A 씨의 외할머니이자 B 씨의 어머니 C 씨(90)가 남아 있었다. 연기를 뚫고 간신히 빌라 2층으로 올라간 김 경장은 계단에서 연신 기침을 하고 있는 C 씨를 발견했다. 김 경장은 할머니를 들쳐 업고 곧장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C 씨는 연기를 많이 마시긴 했지만 다행히 큰 화를 입지는 않았다. 할머니보다 개를 먼저 구출한 손자 A 씨와 딸 B 씨도 무사했다. 그런데 B 씨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김 경장에게 “집 안에 개 한 마리가 더 남아 있다. 꼭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경장은 다시 한번 빌라로 들어가 마지막 남은 개 한 마리도 구해냈다. 현장에 출동했던 반포지구대 경찰관들은 김한곤 지구대장의 일사불란한 지휘로 인근 건물을 일일이 뒤지며 추가 피해를 막았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개 전용 '5성호텔' 개장
- 개 머리띠가 56억원? "개 팔자가 상팔자라더니.."
- 90세 노모 방에 가둬 굶겨 죽이려.. 인면수심 아들·딸 체포
- 첫 회의부터 군기잡은 정진석… “비서들 정치할 생각 마라”
- 佛 ‘짜증 나는 관료주의가 경제 발목 잡아’… 우리는 다른가[사설]
- “원내대표는 답정李” “위원장은 원로 아무나”… 제2당이 편한 與[사설]
- “민주당 승리 깔아줘야” 대놓고 중립 무시하는 의장 후보들[사설]
- 공무원연금, 세금으로 10조 메워야… 손놓은 사이 적자 ‘눈덩이’
- 긴 머리 휘날린 아일릿, 뉴진스 카피인가? 불붙은 표절 논쟁, 그 끝은
- 눈 주위와 얼굴, 목 등이 가려워 계속 재채기와 기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