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의 파격 변신이 궁금한 이유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2015. 5. 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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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사진 오른쪽)과 김민수가 프로농구 서울 SK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서울 SK 유니폼을 입고 뛰는 김선형의 포지션을 따지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그는 슈팅가드로 데뷔한 루키 시즌부터 팀 내에서 가장 오래 공을 만지는 선수(primary ball-handler)였다.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이 2년차 때부터 아예 포인트가드를 맡겼는데 역할에 큰 변화는 없었다. 김선형의 플레이 성향에 날개를 달아준 것에 더 가깝다.

김선형은 날개가 달린 2년차 때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SK를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놓았고 여전히 팀의 간판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SK에게 포지션은 영어 단어일 뿐이다.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을 논할 때 애런 헤인즈의 이름이 빠질 수 없다. 2012년 트라이아웃 당시 정통 센터 대신 헤인즈를 선발한 SK의 선택을 두고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았다.

그러나 SK는 3-2 드롭존을 준비해 수비시 나타나는 헤인즈의 단점을 상당 부분 상쇄시켰다. 반대로 헤인즈가 공격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누렸다.

이 기간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2명의 정통 외국인 빅맨을 보유한 울산 모비스였지만 SK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력으로 늘 높은 곳을 바라봤다.

SK의 파격적인 선택은 올해도 계속 됐다.

SK가 2015년 봄 자유계약시장(FA)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SK는 먼저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 박상오와 부산 케이티의 오용준을 트레이드했다. 선수 가치만 놓고 보면 박상오가 오용준보다 다소 높지만 샐러리캡의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어 SK는 주희정을 내주는 '사인-앤드-트레이드(sign-and-trade)'를 통해 서울 삼성의 FA 이정석과 이동준을 영입했다. 여기에 보수총액 3억6200만원을 입찰, 투자해 FA 이승준을 영입했다.

주축 로테이션만 살펴볼 때 주희정, 박상오가 나가고 오용준, 이정석, 이승준-이동준 형제가 들어온 셈이다. 김선형과 김민수를 주축으로 남기고 변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희정의 빈 자리는 이정석이 메울 수 있다. 오용준은 변기훈의 군 입대로 부족해진 슈터 자리를 채워줄 적임자다. 여기에 이승준-이동준 형제를 더해 골밑 경쟁력을 강화했다. 박상오는 3-4번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이승준-이동준 형제는 4-5번 포지션의 선수들이다. 상무에 입대한 최부경의 빈 자리도 채울 수 있게 됐다.

이제 SK의 골밑은 김민수와 이승준 그리고 이동준이 지킨다. 세명 모두 혼혈 선수다(물론 국내선수 자격으로 뛴다). 신장에 운동능력을 갖춘 빅맨들이다.

2015-2016시즌부터는 반드시 193cm 이하의 외국인선수 1명을 뽑아야 한다. 정규리그 4-6라운드부터 두 쿼터에 한해 2명 동시 출전이 가능하나 1-3라운드는 기존대로 2명 보유 1명 출전 체제로 간다.

일각에서는 1-3라운드에서 장신 외국인선수가 출전시간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농구에서 높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만큼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SK는 국내 장신선수들을 대거 보유함에 따라 로스터의 유동성을 크게 늘렸다.

SK는 정통 외국인 센터가 아닌 외국인 포워드를 주축으로 내세워 3년 연속 정상권에 올랐던 팀이다.

국내 빅맨들이 상대 외국인 센터와의 골밑 경합에서 버텨준다면 활용 가능한 전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3-2 드롭존으로 헤인즈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 것처럼 2-3번 포지션을 맡는 193cm 이하 외국인선수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공격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오히려 상대에게 까다로운 미스매치를 안겨줄 수 있다.

스피드가 점점 더 각광을 받고있는 현대 농구다.

게다가 SK는 지난 시즌을 계기로 수비력이 크게 향상된 박승리를 보유하고 있다. 박승리와 193cm 이하 외국인선수가 상대 2-3번 포지션의 국내선수를 강하게 압박한다면 골밑 열세를 상쇄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SK가 이번에 영입한 선수들은 모두 수비보다는 공격에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다. 문경은 감독은 취임 후 줄곧 수비를 강조하고 있지만 농구 팬이 바라보는 SK는 화려한 공격농구의 팀에 더 가깝다. 지금부터는 그 조화를 찾아내고 유지하는 게 숙제다.

SK는 이번 FA 시장을 통해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제 실행의 문제만 남았다. 차기 시즌은 9월에 개막한다. 준비 기간이 예년에 비해 짧다. SK의 오프시즌은 어느 때보다 바빴지만 앞으로 시작될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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