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라쉬의 비정상의 눈] 미국은 50개 주마다 교육이 따로 있다

2015. 5. 2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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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시카고대는 1학년 때 문·이과 구분 없이 사회과학·자연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기초교양으로 배운다. 그중 생물학이 특히 재미있었다. 매주 세 차례 강의를 듣고 조별 토론도 했다.

 토론 중 진화론 이야기가 나왔다. 생물학 필수 독서목록에 든 책 가운데 한 곳에 ‘티라노사우루스(육식 공룡의 일종)의 후손이 닭’이라고 나와 있었다. 진화 관계상 아주 먼 거리지만, 그렇게 진화했다는 게 증명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토론시간에 “버몬트에 있을 때 닭장에서 일했는데, 닭이 공룡 후손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걷는 모습은 서로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다른 학생이 “어떻게 책에 나온 내용만으로 그렇게 어이없는 말을 하느냐”고 거세게 반박했다. 그렇게 시작한 토론은 갈수록 뜨거워졌는데 너무 달아오르자 조교가 중지시키고는 “진화론을 학교에서 배운 사람, 손 들어 보세요”라고 했다. 나와 내 발언을 지지한 사람들은 손을 들었는데, 내 말에 반박했던 학생들은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진화론을 안 배울 수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생물학 토론은 어느새 철학 토론 같은 분위기로 변했다. 조교는 마치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던 것처럼 차분하게 “왜 이렇게 관점 차이가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손을 들지 않은 학생 중 가장 조용했던 학생이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오클라호마주에서 왔는데 우리는 진화론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창조론이 더 중요하다고 배운다”고 했다. 버몬트 사람의 입장에서 그 말은 아주 충격적이었다. 버몬트에서 오히려 창조론은 종교적 해석이라는 이유로 공립기관인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양수업으로 생물학을 배우면서 내가 자란 미국이란 나라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다원적이라는 사실까지 함께 알게 된 셈이다.

 방송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미국은 연방국가다. 교육에 대한 권한이 연방 정부에 있지 않고 주 정부에 속한다. 주별로 원하는 교육제도를 설계한다. 따라서 미국에는 교육제도가 50개 이상 있다고 봐야 한다. 버몬트에서는 버몬트 역사를 배우고, 텍사스에선 텍사스 역사를 배운다. 자기만의 교육제도가 있기 때문에 자기만의 세계관도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살 때도 미국을 더 알아가고 배워야만 다른 주에서 온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꾸로, 이 때문에 미국을 다른 나라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할 때 난감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타일러 라쉬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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