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마이애미 '황당 인사'..새감독은 단장 제닝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5. 5. 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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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마이애미 말린스가 새 감독으로 댄 제닝스 현 단장을 임명했다. /AFPBBNews=뉴스1

지난 2010년 타계한 전 뉴욕 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독선적이고 제왕적으로 군림했던 괴짜 구단주 중 하나로 꼽힌다.

그에게 최대의 가치란 오직 이기는 것이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선 즉흥적으로도 '무소불위' 권력의 칼을 휘두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성적이 좋지 않은 감독을 자르는 일 정도는 점심때 '햄버거 하나 해치우듯' 했다. 그가 구단주로 있는 동안 감독을 갈아치운 횟수가 20회가 넘고 단장을 바꾼 것도 10번이 넘는다.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점찍은' 선수는 돈이 얼마나 들던지 상관없이 데려왔고 그로 인해 양키스는 돈으로 승리를 사들이는 '악의 제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지휘아래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의 위치를 되찾았다. 그가 1973년 CBS 방송국으로부터 1,000만달러에 양키스를 사들인 이후 30여년간 양키스는 11차례 아메리칸리그 우승과 7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사들일 당시 만성적자와 성적 부진에 시달리던 양키스는 지금 구단가치가 20억 달러를 훌쩍 상회한다는 평가를 받아 메이저리그는 물론 세계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가치있는 구단 중 하나가 됐다. 스타인브레너는 독재자였고 괴짜였으나 한편으로는 탁월한 전략가였고 냉철한 승부사였으며 혜안을 지닌 뛰어난 비즈니스맨이었다. 그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많은 사람들도 그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인물 중 하나였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마이애미 말린스가 19일 새 감독으로 댄 제닝스 현 단장을 임명했다. 전날 말린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9회 투아웃까지 노히터로 눌린 끝에 2안타로 영패를 당해 시즌 전적이 16승22패로 떨어진 직후 제프리 로리아 구단주는 마이크 레드먼드 감독이 유니폼을 갈아입기도 전에 해임을 통고했다. 그리고 이날 아침 2년차 단장인 제닝스가 프론트 오피스에서 덕아웃으로 내려와 올해 잔여시즌동안 팀을 맡는다는 발표가 나왔다.

스카우트 부분에서 뼈가 굵었고 감독 경험은 30여년 이전에 고등학교 팀을 지도한 것이 전부인 제닝스의 감독 임명은 즉각 '말도 안되는 황당한 조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는 당사자인 제닝스조차 자신의 임명이 파격적임을 인정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이 감독이 됐다는 사실을 듣고 "너 미쳤냐? 정신 나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그의 모친의 반응은 말린스에게 감독이란 그야말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 커리어로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닝스는 지난 6년만에 말린스의 5번째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모친이 아니더라도 제닝스의 감독 임명 발표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전체적인 반응은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 또는 '로리아의 미친 결정'이라고 반응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제닝스가 비록 30여년 이상 야구계에서 활동하며 메이저리그 팀의 단장까지 오른 전문가이긴 하지만 사실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갖춰야 할 일반적인 조건은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 경력의 유무가 좋은 감독이 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마이크 매티니 감독(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처럼 빅리그에서 생애 첫 감독직을 맡아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개 오래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거나 오랜 시간 감독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 온 케이스다. 같은 메이저리그 배경을 지녔지만 프로에 와선 잠깐 마이너리그에서 뛴 것 외엔 선수나 감독 경력이 전무한 제닝스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마이클 힐 구단 사장은 "우린 리더가 필요했고 팀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면서 "우리 팀을 DJ(댄 제닝스)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그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제닝스 감독 본인의 반응을 봐도 메이저리그 감독직을 얻었다는 기쁨과 미래의 대한 흥분보다는 원치 않는 짐을 억지로 떠맡았다는 난처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그를 아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 중에서도 그에게 축하를 해야 할지,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말린스, 아니 로리아 구단주가 그동안 경질한 감독들의 리스트를 보면 이런 느낌을 이해할 수 있다. 감독에 대해 인내심이 없기론 스타인브레너가 울고 갈 정도다. 로리아 구단주에 의해 시즌 초반에 짤린 감독들 가운덴 펠리페 알루, 제프 토보그, 프레디 곤잘레스(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조 저랄디(현 뉴욕 양키스), 아지 기옌 등 명장들의 이름이 다수 보인다. 이 가운데 지랄디와 기옌은 모두 1년만에 경질되는 비운을 맞았다. 로리아 구단주 밑에선 뭔가 바로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언제라고 해고통보를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사실 로리아 구단주는 12년전인 지난 2003년 팀이 올해와 똑같은 16승22패의 부진한 출발을 보이자 토보그 감독을 해임하고 잭 맥키언을 감독으로 임명한 뒤 대박을 터뜨린 경험이 있다. 당시 말린스는 브래드 페니, 칼 파바노, 단트렐 윌리스, 자시 베켓 등 젊고 뛰어난 선발진과 데렉 리, 마이크 로월, 루이스 카스티요, 후안 인카나시온, 이반 로드리게스, 후안 피에르 등파워풀한 중심타선에 시즌 중반 미겔 카브레라 라는 걸출한 루키까지 가세하면서 사실 우승을 할 만한 로스터를 갖고 있었다.

이번에 해임된 레드먼드 감독도 그 팀에서 이반 로드리게스의 백업 캐처로 있었다.

그렇다면 로리아 구단주는 이번에 다시 16승22패에서 단행한 감독 교체로 또 한 번의 홈런을 칠 수 있을까. 사실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우선 토미 존 수술로 빠져있는 에이스 호세 페르난데스가 몇 주 후면 팀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말린스는 지난 오픈 시즌 메이저리그 첫 3억달러 선수가 된 지안카를로 스탠튼(11홈런 36타점)이 있고 LA 다저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디 고든은 타율 .420을 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엔 대부분의 타자들이 고전하고 있고 피칭스태프의 방어율 4.17은 내셔널리그에서 10위에 불과하다. 특히 불펜이 극도로 취약해 현재로선 말린스가 12년전처럼 컴백 '홈런'을 치는 것은 말 그대로 꿈으로 그칠 전망이다.

제닝스 신임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우리가 좋은 팀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면서 "난 이 팀이 플레이오프 팀이라고 믿는다. 우리 클럽하우스에 있는 그 아이들을 사랑한다"며 자기가 만든 팀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드러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라는 냉혹한 정글 속에서 그런 느낌에 의존해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

로리아 구단주는 스타인브레너의 엄청난 팬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는 종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스타인브레너처럼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 레드먼드 감독의 해임과정에서도 그는 팀이 노히터 수모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경기장을 떠나면서 바로 레드먼드 감독의 해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타인브레너를 따라한다고 스타인브레너가 될 수는 없다.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주력선수들을 모조리 팔아버리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엄청난 거액 계약들로 스타선수를 대거 영입한 뒤 이듬 시즌 중반에 트레이드를 통해 몽땅 팔아버리는 등 기행을 일삼아온 로리아에겐 스타인브레너의 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changyh218@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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