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있는 집

임수진 입력 2015. 5. 15. 15:20 수정 2015. 5. 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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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 Scandi House

몇 가지 소품으로만 북유럽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공간으로 디자인 철학을 드러내는 집. 그 집을 함께 완성한 가족과 시공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집이 꼭 모든 기능과 흥미로운 외양을 갖추어 만인의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저 집주인의 마음에만 들면 된다. 필요한 기능을 꼼꼼하게 계획하고 그것에만 집중함으로써 기능성을 최고 수준으로 높인다면 제한된 예산으로도 충분히 사치를 누릴 수 있다."<북유럽의 집> 중에서

용문 스칸디하우스는 밖으로 보여지는 외관에 신경쓰는 대신, 실내의 쾌적함에 치중하여 반전을 꾀했다.

이 집의 메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거실. 주방과 대면형으로 오픈되어 시원스러운 공간감을 선사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대지면적 660㎡(200평) 건물규모 지상 1층 건축면적 본채 - 130.31㎡(39.42평), 별채 - 24㎡(7.26평) 연면적 154.31㎡(46.68평) 건폐율 23.38% 용적률 23.38% 주차대수 2대 최고높이 5.47m 공법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벽 - 외벽 SPF No.2 2×6, 내벽 2×4, 지붕 - SPF No.2 2×10 지붕마감재 이중그림자싱글 단열재 그라스울 '나' 등급(외벽 R21, 지붕 R32), 기초외단열(열반사단열재 13T) 외벽마감재 스터코플렉스 창호재 독일식 시스템창호(융기 VEKA 드리움), 3중 유리(아르곤가스, low-e) 설계 및 시공 춘건축 www.choonarchi.com

얼핏 보면 창고 같은 투박한 외관이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반전이 있는 실내, 용문 스칸디하우스의 건축주와 시공사의 의도는 애초부터 일맥상통했다. 외관에 집착하지 않고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집. 대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 속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주택을 짓고자 했다.

"아이가 15개월일 때부터 함께 캠핑을 다녀서 가족 모두가 자연과 친숙해요. 노년 즈음에는 전원생활을 하리라 꿈꾸기도 했지만 '왜 도시에서 아등바등 버텨야 하지?'란 생각에 당장 용기를 냈죠. 우선은 '살아보자' 생각했어요."

자녀의 학교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다니다 이곳 용문면에 전세로 나온 전원주택을 어렵사리 찾을 수 있었다. 집을 짓기 전에 먼저 살아보기로 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다. 지역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전원생활이 생각과 달리 맞지 않을 경우 다시 도시로 돌아갈 것을 염두에 둔 방편이었지만, 그로 인해 적합한 곳을 찾았고 설계 시에 유의할 점까지 모두 체득해 실수를 예방할 수 있었다.

뒷마당의 데크가 시원스럽다. 안쪽으로는 캠핑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가족만의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다.

목공실은 본채와 별도로 계획해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을 줄였다. 배치된 매스의 각도 차이로 인해 생긴 사이공간에는 지붕을 덮었다.

1년 넘게 물색해 찾아낸 부지는 양지바르고 주변 풍광이 탁월하다. 마당에 데크를 넓게 계획하여 이러한 자연환경을 생활에 적극 끌어들였다.

"스웨덴어로 거실은 '알룸(Allrum)'이라고 하는데, '모든 방'으로 번역됩니다. 거실, 주방, 식당이 합쳐진 공간으로, 기능이 특정되지 않고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죠. 특히 소규모 주택에서 북유럽 양식은 대부분 주방이 집의 중심이 되며 거실과 통합된 오픈 플로어 플랜(Open floor plan)을 형성하는데, 이 주택에서 그 효과를 여실히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최근 스칸디하우스(Scandi House)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효율 높은 집 짓기에 매진하고 있는 오춘환 대표는 건축주와 의기투합해 북유럽풍 공간을 구현해냈다. 주요 실을 모두 일렬로 남향 배치하고 거실과 주방은 오픈하였으며, 가변형 멀티룸을 계획해 확장도 가능토록 했다. 혹자는 핀란드식이라고도 하는데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지을까'에 집중하여 얻어진 결과다.

현관 바로 앞에 욕실과 드레스룸을 두어 집 안에 옷과 가방이 널려 있는 상황을 미리 배제한 것은 안주인의 아이디어로, 동선이 행동을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밖에 본채와는 별도로 남편의 취미를 위한 목공실과, 홈캠핑이 가능한 넓은 데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규조토세상(아쿠아 한방 규조토) 바닥재 온돌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대림 주방 가구 ㈜새벽 식탁, 책상 원목 짜맞춤 가구(건축주 제작) 조명 ㈜디에스엘 계단재 오크원목 현관문 코렐 시스템도어 방문 영림 도장도어 드레스룸 가구 루쏘시스템 데크재 SPF 방부목 전열교환기 ㈜셀파

현관 바로 왼쪽에는 드레스룸과 욕실을 두었다.

현관에서 바라본 모습. 아이방의 다락과 연결된 상부의 작은 창이 눈길을 끈다.

거실 창에 걸터앉아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거실과 주방을 오픈하여 아일랜드형 싱크와 작업대를 비롯, 중앙에 널찍한 테이블을 놓았다.

처음으로 지은 주택에서 2층에 대한 로망은 자녀방의 다락으로 대체했다. 난방과 활용도 측면에서 과감히 포기한 부분으로 전셋집에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 2층 규모였던 전셋집은 외풍이 세고 곰팡이도 있어서 왜 주택을 남향으로 지어야 하는지를 체감하게 해주었다. 더불어 밖으로 보여지는 디자인을 위해 내부를 포기하지 않기로 하고, 건축비를 적절히 조절하여 외장재보다는 '에너지 효율이 좋은 집, 친환경적인 실내 공간'에 더 집중했다. 주방에 자리한 아일랜드형 싱크대 역시 일반적인 예산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아이템인데, 비용집중을 통해 얻은 일종의 사치라 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는 건강을 위해 규조토를 주요 마감재로 채택하였다. 벽과 주방가구 등은 흰색으로 통일하고, 마루나 가구색을 제외한 컬러는 가능한 절제했으며 중문과 조명 등에만 변화를 주었다.

붙박이장을 배제하고 침대만을 놓을 수 있도록 면적을 계획한 침실.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보이지만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센서를 통해 자동 작동되는 전열교환기를 설치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뒷마당의 안쪽 데크는 홈캠핑을 위한 공간이다. 다용도실과 연계해 사용에 편의를 더했다.

아이방에는 다락을 계획해 2층을 꿈꾸던 자녀의 소망을 이루었다. 현관과 거실 쪽으로 작은 창을 뚫어 환기를 꾀하고 시야를 확보했다.

"주변에서는 교외에 일찌감치 집을 지은 우리의 결정이 대단하다 말하지만, 사실 전원에서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의 차이예요. 남향도 왜 그렇게 따지는지 몰랐는데 살아보니 확실히 알겠더라구요. 이곳에서 살면서 삶의 질 자체가 훨씬 높아진 느낌이에요. 보여주려는 삶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하기 위한 삶이 가능해졌어요."

매일 산등성이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시작되는 아침이나, 활기차게 뛰어노는 아이와의 시간이 모두 전원생활에서 얻은 선물이라는 건축주. 아직도 전원행을, 단독주택 짓기를 고민만 하느라 망설이고 있다면 이들처럼 용기내어 먼저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오춘환 대표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춘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다년간 시공현장에서 실무를 쌓은 전문가로서 모든 공사과정마다 현장회의를 통해 충분한 이해와 협의 후 시공이 진행되도록 하여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기밀시공과 친환경 건축을 꾸준히 연구•개발 중이며 주요작품으로 강화도 주택, 동탄 주택, 용문 스칸디하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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