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덜 받는 것도 서러운데.."

서지명 2015. 5. 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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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전쟁](중)연금전쟁의 본질, 세대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더딘 연금개혁..미래세대 부담 가중2030 "차라리 안 내고 안 받겠다"..연금폐지론도 등장"세대 갈등 해소 열쇠는 기성 세대의 배려"

[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연금전쟁의 본질은 세대갈등이다. 수명 연장으로 인구피라미드 단층이 높게 쌓이면서 연령별 이해구조가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을 낼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현 세대와 미래세대간 회계다툼은 더욱 예민해지는 양상이다.

◇ 청년층 인구감소..노후 삶에 직접적 영향 =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제도이기 때문에 인구구조의 변화는 직접적으로 국민연금의 가입자와 수급자 수에 변화를 가져온다.

국민연금의 가입자와 수급자 추세를 살펴보면 2013년 기준 가입자는 2074만 명, 노령연금 수급자는 284만명에서 가입자는 점차 감소하고 수급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오는 2060년에 가입자는 1357만 명, 노령연금 수급자는 1448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제도부양비(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2013년 13%에서 장기적으로 110% 수준까지 높아지게 된다. 가입자 1명이 1.1명의 수급자를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연금 개혁 논란이 터질 때마다 청년들이 반발하는 근본적 이유다.

이민호씨(한국외국어대 영미문학과 4년)는 "사회전체적으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졌다고 하는데 연금개혁이 미뤄지면 세대간 빈부격차도 더 벌어지는 게 아니냐"며 "부의 재분배를 위해 연금개혁이 절대 필요하고, 그 시작은 고위층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30, 미래 위해 현재 희생하고 싶지 않아" = '늙어서 잘 살려고 오늘의 아메리카노를 참지 말자.' 젊은 세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는 국민연금을 더 받기 위해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면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가 가장 부정적이었는데 66%가 보험료 인상에 반대했고 20대는 56%로 조사됐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안내고 안 받는 게 낫게다는 '연금폐지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연금 덜 받는 것도 서러운데 일자리도 정년연장으로 윗세대에 빼앗긴 것 같아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정년연장 등으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더욱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 고용절벽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2%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4월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나경씨(중앙대 국제관계학과 4년)는 "정년이 길어져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턱이 더 높아졌다"며 "취직이 어려워 부모 품을 못떠나는 캥거루족 신세를 면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고 한탄했다.

연금과 일자리를 두고 세대간 전운이 감돈다.

청년단체인 '대한민국 청년대학생연합'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연금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형님들이 독점하고 있는 일자리, 조금만 나눠 주십시오."라고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은 "공무원 연금 개정에 국민연금을 붙인 것은 아주 잘못 됐다"며 "후세대에게만 부담을 떠넘기는 개혁으로 세대간 갈등이 폭발해 지난 2004년의 국민연금 탈퇴운동이 재현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세대 갈등 해소 열쇠는 기성세대의 '배려' = 국민연금이 저부담-고급여 구조에서 고부담-저급여 구조로 바뀌면서 후세대로 갈수록 수익비(내는 보험료 대비 받는 연금액)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내놓은 '국민연금의 재정평가 지표에 대한 비교 연구'에 따르면 현 제도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10세인 2005년생이 받게될 국민연금은 보험료의 1.7배 수준이다. 22세는 1.8배, 42세는 2.1배, 62세는 2.8배이며 현재 82세인 1933년생의 경우 5.3배에 달했다.

최기홍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간 회계 측면에서 현재까지 모든 세대가 1이상의 수익비를 나타내고 있지만 후세대로 갈수록 제도가 덜 관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간 화합을 촉진해야 할 제도가 세대갈등을 되레 부추기는 셈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현 시스템은 기성세대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세대갈등 해소를 위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세대간 갈등을 푸는 열쇠는 기성 세대의 '배려'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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