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벽쌓은 한국문학.."스타작가 기다린다고 나올까"

입력 2015. 5. 14. 11:14 수정 2015. 5. 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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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문학 떠받들기에 장르문학 하대, 평론은 암호문"

"순문학 떠받들기에 장르문학 하대, 평론은 암호문"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한혜원 기자 = 주요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국 소설이 사라진 지 오래다.

대중성을 선도해온 소설 장르의 '몰락' 추세는 한국문학 전반의 '사망 선고'를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위험신호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요나스 요나손과 무라카미 하루키, 파울루 코엘류 등 해외 스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소재와 내용, 주제의식 등에서 독창성을 보이지 못하는 창작 현실과 이 같은 구조 유지에 급급할 뿐인 각종 신춘문예 심사 관행, 문학계 내의 장르문학에 대한 경시와 하대 풍조, 체계적 접근은 고사하고 문학 진흥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등은 한국 소설과 문학의 동반 몰락을 이끄는 주된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 '안 읽히는' 한국소설…"뻔하고, 폼만 잡고, 공감도 안되고" =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위주의 대중문화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대중적 측면에서 소설의 역할을 대체한 지 오래다.

시각 자극과 흥미로운 서사로 대중을 끌어들이는 콘텐츠가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유독 한국문학은 순문학만을 고집하며 스스로 독자와 벽을 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문학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작가들이 대중적 공감대보다 개인의 내면이나 난해한 실험적 의도에 치중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스토리텔링에서 멀어진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신춘문예는 더이상 '앙팡 테리블', 즉 주목을 받는 신인을 배출하는 창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각 대학들에 마련된 문예창작학과들이 작가들을 키우는 산실로서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역으로 문예창작과 출신이 아니면 신춘문예 당선이 쉽지 않은 구조를 만들어내 뛰어난 작가 발굴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문학평론가는 연합뉴스에 "문예창작과들이 창의력보다는 작법 공식에만 안주하는 그저 그런 작가군만 양산해낸 측면이 없지 않다"며 "다수의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어디선가 본듯한 플롯, 비슷비슷한 주제의식 등을 보여주는 건 문단의 기득권이 만들어낸 적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한국 드라마들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작품성 면에서도 꾸준히 질적 향상을 보여오며 스타 드라마 작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신춘문예에 당선되더라도 소설보다는 드라마 극본 쓰기로 전향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는 현실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문학의 담론을 풍성하게 하고 창작의 기반을 확장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평론이나 문예지 또한 관성에 치우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학평론가들마저 인정하는 '암호문' 수준의 난해한 평론들은 문학의 대중화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또 하나의 배경이다.

◇ "장르문학 주류로 끌어들여야…문학의 상상력엔 금기 없다"

우리 문학계가 장르문학을 포섭해야 한다는 지적은 일찌감치 제기돼왔으나 여전히 보수적 문학계의 벽은 높은 현실이다.

서영인 평론가는 "국내에서 잘 읽히는 번역서를 보면 순문학이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완전히 장르문학이라고 구별되지는 않는, 장르문학처럼 흥미로우면서도 순문학처럼 생각할 요인도 많은 작품이 많다"며 "한국문학이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완전히 구분시킨 상태로 진행해온 것이 양쪽의 성장을 모두 저해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등 장르문학으로 분류되는 베스트셀러를 써낸 정유정 작가의 경우에도 변변한 평론 한 편이 없는 게 현재의 문학계 현실이다. 한 작가는 "정 작가의 경우 순문학 작가들과는 결을 달리 하는 작가로 바라보는 게 문학계 내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인 정우영 시인은 "장르문학은 물론, 문학 스스로 신화적 상상력에서 멀어진 점 등을 돌아봐야 한다"며 "장르문학인들도 똑같은 창작 방식을 답습하는 글쓰기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문학계는 새로운 실험과 시도와 스스로 절연한 채 "하늘에서 '대형 작가'가 떨어지길 기다릴 뿐"이라는 게 솔직한 현실 인식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대형작가에만 매달리는 출판계 현실 또한 신인 발굴의 한계가 되고 있다.

문학세계사의 한 출판기획 담당자는 "출판사들이 전속 관리하는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는 계약에 신문 광고 등의 홍보 조건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며 "대형 작가는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새 작품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신인 작가는 아예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 '오락가락' 문학 진흥책…"철학 부재" = 문학 진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어려운 과제다.

최근 정부 내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의 통·폐합 문제가 거론됐던 것 자체가 정부의 철학과 정책의지 부족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학번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설립된 번역원은 지난 15년간 중·장기적인 번역인력 육성과 번역지원 사업을 통해 전세계에 우리 문학작품들을 소개하는 소기의 성과를 내왔다.

이제 막 성과를 내고 있는 시점에 번역원 조직 통·폐합에 나설 경우 그간의 성과마저 무위로 돌아가리란 우려와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정부내 통합 논의는 일단 중단된 상태다.

김성곤 번역원장은 "문학은 우리 문화의 정수인 만큼 상업적 잣대로만 볼 수 없다"며 "세계와 우리 문학을 공유하는 작업은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 들어 문예지 지원사업 규모를 대폭 줄인 데 대한 문학계의 반발도 적지 않다. 문예지들이 대중성을 잃어버린 점을 간과할 수 없으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명맥을 이어온 지역기반 문예지들이 폐간 위기에 놓이면서 지역내 문학기반이 고사되리란 우려도 커졌다.

시인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문학진흥법' 제정안은 문학계의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러나 국회 내 논의는 정치상황 등에 밀려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jbkim@yna.co.kr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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