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챔스 결승으로 가는 길', 레알-유베 관전포인트

홍의택 2015. 5. 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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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2-1로 잡은 유벤투스(유베)는 여유가 있었다. 일찌감치 세리에A 왕좌를 접수한 덕에 나흘 뒤 홈에서 열린 칼리아리전(1-1 무)에서는 마르키시오 외 무려 10명을 바꿔 선발 라인업을 짰다. 휴식으로 충전한 베스트 자원의 몸 상태는 상대적으로 싱싱한 편. 모든 신경은 결전 장소인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해 있다.

프리메라리가 우승 끈을 놓을 수 없었던 레알 마드리드는 홈에서 열린 발렌시아전에도 모든 걸 쏟아부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2-2 무승부. 골대를 네 번이나 때린 쓰라림에 1위 바르셀로나와의 승점 차는 더 벌어졌다. 상대를 홈으로 초대하는 만큼 원정 거리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주말 경기를 전력 질주했다는 체력 부담과 원하는 결과를 놓쳤다는 심리적인 좌절감이 도사린다.

유럽대항전 4강 대진 정도면 단순히 '전력'만으로 모든 걸 논할 수 없다. 토너먼트에서 배가되는 축구의 의외성에 '한 끗 차이'로 향방이 갈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1차전만 봐도 경기 주도권과는 별개로 양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상황이 쉼없이 벌어졌다. 득실에서 1점 앞선 유베와 원정 1득점에 성공한 레알의 2차전. 지난 6일(한국시각) 열린 1차전을 토대로 살펴본다.

:: '컨트롤 타워', '탱크 두 대'가 주축인 유베의 빌드업

후방을 조종하는 '컨트롤 타워' 피를로의 존재가 곧 유베다. 방향을 정확히 돌려놓는 논스톱 패스, 타이밍을 지체하지 않고 내주는 리턴 패스 등이 축구 게임과 흡사하게 나올 정도. 보통 피치를 밟는 선수들보다는 밖에서 관전하는 이들의 시야가 더 넓거늘, 피를로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패스의 줄기까지도 찾아낸다. 그뿐만 아니다. 때로는 본인 스스로 미끼가 되면서 상대 공격수를 유인하고, 여유가 생긴 동료의 볼 운반 능력을 살리기도 한다. '축구 도사'란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속공 시에는 조금 다르다. 골키퍼 부폰이 볼을 방출할 시점, 상대가 채 수비 진영으로 복귀하지 못한다면 패스의 포인트를 2~30m 앞으로 설정한다. 멀리 있는 모라타보다는, 그 아래 광활한 공간을 누리는 비달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 속도나 정확도 면에서 나을 수 있기 때문(상단 캡처 참고 / 부폰은 총 24개의 패스 중 7개를 비달에게 100% 성공률로 전달했다). 1차전 후반 9분, 마르셀로의 슈팅이 맞고 튀어나온 것을 60m가량 치고 나가 PK를 얻어낸 테베즈도 마찬가지다.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탱크'는 각기 성능이 대단하다.

이 탱크 둘이 정녕 무서운 건 '경기에 꾸준히 참여하는 능력'에 있다. 비달과 테베즈는 무작정 힘과 스피드만으로 공을 차는 게 아니다. 4-4-2를 들고나온 레알의 1, 2, 3선 사이 사이에서 볼을 받고(하단 캡처), 상대 골문을 향해 돌아서면서 볼을 나르는 기본 수칙을 충족했다. 아군 진영에서 적군 골문까지 나아가 지체 없이 슈팅으로 마무리한다는 건 그만큼 패스가 빨리 돈다는 얘기이며, 이는 패스 받을 자원이 격렬한 움직임을 취하며 동료의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는 방증이다.

:: '스피드레이서'의 속도만 살린다면 레알도 한결 쉽게 갈 것

전반 23분, 이스코가 오른발로 찌른 패스는 유베 최후방 라인 뒷공간에 정확히 도달했다. 중앙 수비 보누치에 앞서 볼을 거머쥔 호날두는 스텝을 잘게 밟으며 오른발로 퍼스트 터치를 해뒀고, 이후 왼발 슈팅으로 반대편 모서리를 노렸다.

이날 이스코는 지나치게 아래에서 볼을 잡는 장면이 잦았다. 공격수 둘, 중앙 미드필더 둘을 뒀던 당시 레알 시스템상, 윙어인 이스코와 하메스는 공격진과의 간격을 좁히고 패스를 잇는 연결고리 역을 꾸준히 해줘야 했다. 마르셀로가 전진하고, 호날두가 왼쪽 측면으로 나오면서 형성한 삼각 대형이 어느 정도 공격 루트를 뽑아내기는 했으나,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그 빈도가 부족할 수 있었다.

단, 상대가 라인을 올린 채 호날두와 베일을 밀어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원톱을 얹든, 투톱을 쌓든, 후방에서 확실하게 볼을 잡아뒀을 때 그 뒷공간도 꾸준히 노려봄 직하다. 이를 향해 뛰어드는 동료와의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면 레알이 풀어가는 경기도 훨씬 쉬워질 수 있다. 호날두도, 베일도 스피드 경합에서는 유베 수비진을 거뜬히 앞지를 수 있으며, 홀로 처리할 개인 능력까지 탄탄하다.

이는 결국 유베가 운영하는 경기의 성격과 직결된다. 1차전을 이기고 원정에 임하는 만큼 엄청난 뒷공간을 주면서까지 모험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득실이나 원정 득점을 따졌을 때, 마냥 웅크릴 수도 없는 상황. 시간대별로 차츰 내려서리란 예측은 가능하다. 중요한 건 앞서 언급한 유베의 저돌성을 역이용할 수 있느냐다. 비달, 테베즈로 대변되는 이들은 공격을 끝낸 뒤 곧장 상대를 압박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봐왔는데, 레알이 이 속도를 앞질러 전방 '스피드레이서'를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하단 캡처).

:: 지공도 무시할 수 없는 레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피를로

유베는 상대 공격을 앞에서부터 지연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후에는 중앙선 아래로 내려와 끈적한 조직으로 맞섰다. 전체적으로 성공적이긴 했으나, 지공을 수비하는 상황에서 호날두에게 동점골을 내줬다는 점은 한 번쯤 짚어볼 대목이다(하단 캡처). 더욱이 왼쪽 측면을 비집고 들어온 볼이 하메스의 머리를 거쳐 크로스바까지 때렸음을 감안하면 가벼이 볼 사안은 아니다(하단 캡처).

공교롭게도(?) 여기엔 피를로가 얽혀 있었다. 1979년생 피를로가 실제 뛴 거리는 11.89km로 양 팀 통틀어 2위. 고작 70m를 더 뛴 비달이 11.96km로 1위이며, 마르키시오, 하메스, 라모스, 리히슈타이너 등도 이 선수보다 아래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경기에 나서 618분 동안 뛴 거리를 환산하면 한 경기당 11.34km는 거뜬히 뛰어줬다. 나이를 들먹이며 부족한 활동량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활동량과 수비 공헌도와의 관계는 따져봐야 한다. 보통 둘 사이는 비례하지만, 정확한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뛴 거리가 많다 해도, 사람과 볼이 수비 범위에 들어왔을 때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대응하는 정도나 수비 조직에 관여하는 참여도는 또 다른 문제다. 상대의 중거리 슈팅 각도를 최대한 좁혀 줄 수 있느냐의 여부도 해당한다.

1차전에서 봤듯, 레알 같은 팀은 균열된 틈을 놓치지 않는다. 빌드업과는 별개로 피를로가 동료들과 함께 어느 정도의 수비력을 보여주느냐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흐름을 읽고 예측하는 능력에 있어 산전수전 다 겪은 이 선수를 따라올 자가 없겠으나, 몸으로 싸워줘야 할 순간을 놓칠 수 있을 터. 이를 포그바, 마르키시오, 그 외 중앙 수비진이 어떻게 보완해갈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 그래픽=홍의택

사진=UEFA, SPOTV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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