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 손연재와 경쟁하라 '투톱 구축에 거는 기대'

스포츠 2015. 5.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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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손연재(21·연세대)가 오는 2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 출전한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지난달 루마니아 월드컵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연이어 발목 통증으로 제대로 경기를 마치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또 다음달 제천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과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일단 이번 대회 성적이 중요하다.

손연재는 지난 3일 출국을 앞두고 열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큰 부상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재활해서 지금은 괜찮다. 대회 출전에 문제가 없다"며 "프로그램 숙련도보다 큰 실수는 없애고 섬세한 부분을 깔끔하게 소화해내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나 리듬체조 선수에게 부상은 숙명과도 같은 요소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세계 최정상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지난 시즌 이후 기술적 난이도를 높인 만큼 여러모로 위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다툴 수 있는 선수는 손연재가 유일하다. 그만큼 외로운 싸움을 거듭하고 있지만 손연재가 현역 선수로서 그 종착지를 2016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으로 선언한 만큼, 그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손연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을 만한 차세대 주자가 누구인가다.

다른 종목에 비해 수준급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 리듬체조의 현실을 감안할 때 지금 시점에서 손연재와 비교할 수 있을 수준의 선수가 등장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리우 올림픽 이후 한동안 주요 국제대회 시상대에 서는 한국 선수를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손연재의 후계자로 가장 앞서 있는 선수는 지난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에 오른 천송이(18·세종고)다.

천송이는 신장 173cm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질 것이 없는 좋은 신체조건을 지녔고, 주니어 시절부터 국내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천송이 자신의 표현대로 훈련하듯 국제대회에 출전했지만 최하위권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포스트 손연재'의 1순위 후보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던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이나경, 김한솔 등 후배들에게 밀려 출전하지 못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주요 국제대회에서 심판들의 눈도장을 받고 인지도를 높여야 서서히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리듬체조의 특징이다. 그만큼 야심차게 출전했던 국제대회에서 마음먹은 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은 건 천송이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절치부심, 훈련에 매진한 결과 지난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두드러진 기량으로 1위에 올라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는 분명 천송이에게 큰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천송이는 지난달 열린 2015 리듬체조 개인 국가대표 및 국제대회 파견 선발전에서 첫째 날(63.800)과 둘째 날(61.450) 점수를 합친 총점에서 125.250점을 기록, 이다애(세종대, 122.150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차 선발전에서 압도적인 점수로 1위에 올랐던 손연재가 발목 통증으로 2차 선발전을 기권한 가운데 거둔 성과기는 하나 2위에 오른 선배 이다애를 3점 이상 앞섰다는 점은 천송이가 그 동안 펼쳐온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천송이는 그동안 빼어난 신체조건에 비해 동작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연기 후반부로 갈수록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하지만 연기를 펼치는 힘과 연기를 지속하는 체력이 부족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번 선발전에서 드러났다.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제야 천송이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팅 라인에 선 셈이다.

천송이가 설정한 최종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다. 물론 2016 리우 올림픽과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당장 오는 22일 우즈베키스탄 월드컵과 6월 제천 아시아선수권에는 손연재와 함께 출전해야 한다.

손연재가 지금 천송이의 나이 때인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11위에 올라 2012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자력으로 따냈고, 그 이듬해인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위인 5위에 올라 세계적인 선수로서 자리매김했다. 이를 감안하면 천송이의 성장 페이스는 다소 늦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천송이 스스로 설정해 놓은 목표가 손연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만큼 페이스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문제는 천송이의 마음가짐이다. 지금부터 손연재의 후배 내지 손연재의 후계자로서의 위치에서 당면한 대회를 출전한다는 마음으로는 결코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인지도와 위상을 높이기 어렵다.

지금부터는 천송이 스스로 손연재의 경쟁자이면서 손연재와 함께 한국 리듬체조를 대표하는 '투톱'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대회에 임해야 한다.

그런 선의의 경쟁이 펼쳐졌을 때 세계 리듬체조계와 언론이 천송이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수 있고, 그래야 출전하는 각종 대회에서 채점상으로나 순위상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갈 수 있다.

올해 손연재와 천송이의 '투톱 체제'가 성공한다면 한국 리듬체조는 자연스러운 간판스타의 세대교체와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을 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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