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생활형 코스튬플레이'에 빠진 태국男.. 맥가이버 수준 아이디어로 연일 화제

김철오 기자 2015. 5. 12. 02: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롱하던 네티즌도 "장인 수준" 감탄

[친절한 쿡기자] 코스튬플레이 행사장은 화려합니다. 은빛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하고 큰 검을 휘두르는 기사부터 금빛 드레스를 입고 노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천사까지. 그야말로 별천지죠. 영화나 만화 캐릭터를 재현한 의상과 소품을 보면 화려함과 섬세함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입니다.

코스튬플레이어는 의상과 소품을 직접 제작합니다. 새벽시장에서 사들인 옷감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고 해외에서 공수한 특수 물감을 구석구석 칠합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많게는 수백만원을 들여야 하는 작업입니다. 코스튬플레이어에겐 이런 과정과 투자가 모두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태국 청년 아누차 생찻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생찻은 코스튬플레이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습니다. 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세상의 모든 캐릭터를 재현합니다. 생찻의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바나나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흰 종이를 직삼각형으로 잘라 눈썹처럼 붙이면 일본 만화 '드래곤볼'의 초사이언인이 됩니다. 할리우드영화 '터미네이터'는 레이저 마우스 두 개면 끝입니다. 마우스로 두 눈을 가리고 한 개만 작동하면 선글라스 안에서 드러난 터미네이터의 빨간 눈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생찻의 기발함은 미국 만화 '캡틴 아메리카'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날개에 파란색, 빨간색, 흰색을 그린 선풍기를 작동하면 원형방패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사진). 선풍기의 뒤에 서면 방패를 든 것처럼 보이죠.

생찻은 2013년부터 페이스북에 자신만의 코스튬플레이를 공개했습니다. 사진이 미국 유머사이트 나인개그(9gag.com)에 한두 장씩 소개되면서 생찻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죠. 물론 처음부터 박수가 나오진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비웃었습니다. '코스튬플레이의 수치' '싸구려 슬랩스틱코미디'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생찻의 상상력은 마르지 않았습니다. 2년 동안 수백 개의 캐릭터를 생활용품으로 묘사하자 비웃음은 박수로 바뀌었죠. '예술의 경지' '코스튬플레이의 장인'이라는 찬사까지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생찻의 사진이 매일 한두 건씩 소개되고 있습니다.

생찻은 11일 현재 페이스북 친구가 29만명인 인터넷스타입니다. 태국 방송에도 출연하는 유명인사죠.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은 사람도 기발한 상상력을 꾸준하게 표현할 때 박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엔 경지에 오를 수도 있겠죠. 적어도 생찻은 그걸 증명했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