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장서도 '인구론'..끝없는 문돌이 잔혹사
지난해 홍익대 거리에서 패션소품 가게를 창업한 수도권 사립대학 인문계 출신 송진형 씨(28·가명). 동료 두 명과 시작한 사업은 1년 새 업종을 넘나들며 점포가 4개까지 늘어났다. 한숨 돌린 지금과 달리 창업 초반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던 송씨는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창업지원사업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송씨는 "7년에 걸친 창업 준비기간 업종별 전망이나 상권분석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면서 "그러나 정부의 창업지원 사업에서는 경영학적인 측면은 고려되지 않고 기술력만 본다"면서 "기술을 통한 창업도 좋지만 진정 '사업'을 해보려는 젊은이들이 꿈을 펼 수 있는 발판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업난을 넘어 창업까지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 적용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청년창업사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한 지난 4년간 청년창업사관학교 선정 업체를 보면, 전체 904개 업체 중 기계재료·전기전자 등 순수 이공계열 비율이 73%(663개)에 달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관계자는 "나머지 선정 업체도 공예디자인 분야가 9.4%(85명)나 된다. 그나마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어를 갖고 뛰어든 인문계열 출신이 섞여 있는 지식서비스 분야는 17.2%(156개)에 불과하다"며 "인문계 창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업체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10%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창업지원기관 관계자는 "준비자금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간단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 창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분야에 지원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창업에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단계부터 인문계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을 운용하는 정부기관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몇몇 창업지원기관은 기술력을 뒷받침해줄 업체와의 동업을 주선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인문계 출신의 고난은 그치지 않는다. 해당 기관 관계자는 "기술 이해도가 떨어지는 창업자가 주선받은 업체와 갈등을 빚어 선정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이럴 경우 지원금이 모두 환수된다"고 밝혔다.
유지열 통상진흥원 교수는 "사업성을 평가함에 있어 당연히 기술력이 중심이 돼야겠지만, 제품의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홍보·마케팅 역량도 중요한 요소"라며 "이런 분야에 대한 평가에도 비중을 둔다면, '내 사업'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홍보·마케팅에 나설 인문계 학생들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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