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떨어진 사람 다시 뽑은 평창조직위, 왜?

권종오 기자 2015. 5. 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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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공모 절차를 통해 이미 떨어진 사람을 몇 달 만에 핵심 요직중의 요직인 경기부장에 선임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평창조직위 경기부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모든 경기 진행과 운영을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인물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물론 국제빙상연맹, 국제스키연맹,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을 비롯한 각종 동계 종목 국제연맹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회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창조직위원회는 지난 3년 넘게 가장 중요한 보직이라 할 수 있는 경기부장 때문에 골치를 앓아왔습니다. 전임 문동후 부위원장의 인맥으로 알려진 Z씨가 오랫동안 경기부장을 맡았는데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 '낙하산 인사' 아니냐?"는 비판을 받다 대기 발령을 받은 끝에 결국 해임됐습니다. ('인사가 망사'된 평창조직위, 1월22일 취재파일 참조)

경기부장 공백 사태가 벌어지자 평창조직위는 지난해 11월 신임 경기부장 공개모집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공모에 참여한 4명의 인사를 모두 탈락시켰습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쟁점이 됐습니다. 지난해 11월27일 오전 10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는 '국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위원회' 회의가 개최됐습니다. 당시 회의록 전문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습니다.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경기부장은 가장 중요한 자린데. 다른 꼼수 있는 거 아니에요? 지원자가 4명인데 누가 해도 손색없는 분인데. 왜 안했을까하는 의심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평창조직위 기획조정실장

"어제 발표했는데, 적격자가 없었습니다."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경기부장을 적격자가 없어서 안 뽑았다고요? 제가 볼 때는 4명 모두 다 적격자입니다. 근데 적격자가 없어서 안 뽑았다는 것은 뽑을 사람이 이미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죠?"

-조양호 평창 조직위원장

"제가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다시 보고 적격자 여부를 판단하겠습니다. 제가 아직 보고 받지를 못했습니다."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제가 누가 뽑히는지 주시하겠습니다. 지금 들리고 있는 그 분이 된다고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이 인사는 흐름상 수상합니다. 이거 보류시킨 것은 내부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거죠?"

이 회의가 있은 지 넉 달이 지났지만 평창조직위 경기부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었습니다. 정황상 조양호 위원장도 4명 모두 적격자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하순 X씨가 신임 경기부장에 선임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X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부장 공모에 참여한 4명 가운데 1명으로 그때 탈락 통보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럼 평창조직위원회는 왜 공모 절차를 통해 이미 떨어진 사람을 거의 5개월이 지난 시점에 다시 선임했을까요?

조양호 위원장과 3명의 부위원장, 그리고 기획조정실장 등 인사에 간여하는 평창조직위 핵심 수뇌부는 그때나 지금이나 단 1명도 변동이 없는데 말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부문을 총괄하는 이준하 평창조직위 대회 운영 부위원장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경기부장은 설상과 빙상 종목 등 동계 스포츠 전반에 대한 지식과 업무 경험, 그리고 영어 실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자리이다. 이 기준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11월 공개모집에 참가한 사람 중에는 적격자가 없었다. IOC도 대한체육회에서 파견한 경기국장이 있으니 굳이 경기부장을 선임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적 현실상 경기국장 혼자 그 많은 업무를 하고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그래서 다시 공모를 했는데 X씨가 또 참가했다. 응시자들 가운데 가장 낫다고 판단해 선발한 것이다."

저에게는 X씨가 평창 조직위원회 경기부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할 객관적 근거와 자료가 없습니다. 모든 인사가 늘 그렇듯이 안민석 의원의 눈에는 적격자로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부적격자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평창조직위가 지난해 11월 적격자가 아니라고 판단해 탈락시켰다는 점입니다. 몇 달 만에 그의 동계 스포츠 지식과 경험, 영어 실력이 갑자기 크게 향상돼 다시 합격했다고는 믿기 어렵습니다. 이준하 부위원장의 답변에 따를 경우 결국 좋게 말하면 '차선책' 나쁘게 말하면 '궁여지책'으로 선임했다는 것입니다.

평창 조직위원회는 현재 3단계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말까지 조직위 인원이 지금보다 579명이나 늘어난 876명 규모도 확대됩니다. 국장 보직이 9명, 부장 보직은 27명, 팀장 보직은 114명이나 대폭 증가합니다. 하지만 사람만 많이 늘어난다고 대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경기부장 자리에 조직위 스스로 '부적격자'로 판단한 인물을 기용하는 '무원칙한 인사'를 해서는 직원이 수 천 명이 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평창 조직위 스스로 자문자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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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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