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남과 중복되는 사업은 안한다..자동차 진출 없을 것"

백강녕 기자 입력 2015. 5. 7. 13:31 수정 2015. 5. 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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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녕 기자의 IT 人사이드]JY의 솔직한 생각 10개(下)

⑤“모든 아들의 롤모델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고 싶지만 어렵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묘사하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큰 그림을 보고 큰 틀과 방향만 제시한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디테일에 강하고 세심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렇게 아버지와 비교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쩔 줄 모른다. 사실 그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흉내내고 있는 중이다.

그가 어린 시절 본 이 회장은 사소한 일까지 직접 지시하는 디테일에 강한 경영자였다. 예를 들어 1980년 무렵 이건희 당시 부회장은 삼성 수원 공장 직원 화장실부터 식당까지 이렇게 저렇게 고치라고 일일이 지시를 했다. 작업환경이 좋아야 직원들이 상쾌한 마음으로 일한다, 그래야 품질과 서비스도 좋아진다는 논리였다. 그랬던 이건희 회장이 경륜이 쌓이면서 큰 그림을 보고 큰 틀을 제시하는 경영자로 변했다. “세심하고 꼼꼼하셨던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흉내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배워도 큰 그림을 보고 큰 틀을 제시하는 경지까지 갈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⑥“완성차 사업엔 절대 손대지 않습니다. 전기차에 미래가 있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삼성에 관한 루머 가운데 가장 끈질기게 오래 살아남아 돌아다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동차 사업 진출설이다. 지금도 삼성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이야기가 연간 몇번씩 각종 매체를 장식한다. 실제 삼성 내부 기술 전시회에 삼성이 만든 전기차가 등장한 적도 있다. 삼성은 전기차용 배터리, 전장장치, 소재를 만든다. 삼성이 만든 전기차에서 삼성이 만들지 않었던 것은 고강력 철판 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 이유는 시장의 저항 때문이다.

⑦“예를 들어 독일에 가솔린 엔진 엔지니어만 수만명이 있습니다.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사업은 그 국가들이 목숨처럼 생각하는 사업입니다. 삼성이 부품이 아니라 완제품을 만들겠다고 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반감을 살 것입니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한 자동차 부품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은 자동차 사업 진출에 욕심을 낸다. 작년 한 관련 계열사 사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자 그는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을 생각하면 자신은 하고 싶지만 그룹 최고위층에서 반대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성은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한다.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고 이미 열려 있는 시장을 닫을 순 없다. 결국 전기차는 삼성에겐 그림의 떡이다.

사실 국내 주요 관련 기업 오너들도 전기차 사업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한다. LS그룹은 자동차 전장부품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런 LS그룹 구자균 회장도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과 비슷한 논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유럽·미국 등에 내연기관 엔진 개발로 먹고 사는 사람만 몇 명일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대가 당장 열린다는 생각은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또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이 부회장이 경영을 할 때 피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복 투자다. 국내에 이미 경쟁사가 있고, 해외에 쟁쟁한 강자들이 즐비하다. 삼성의 완성차 시장에 진입한다면 이른바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꼴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다.

⑧“미래 신사업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는 회사의 최고 기밀입니다.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사업 선정의 원칙은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업을 합니다. 다음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기존 업체가 있어 중복이 생기고 분쟁을 피할 수 없는 사업엔 손대지 않을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완성차 사업 진출은 중복과 분쟁을 피한다는 원칙에 어긋납니다. 그래서 자동차 사업에 손댈 생각이 없습니다.”

삼성의 미래 핵심 사업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이 부회장은 ‘핵심 역량’과 ‘새로운 가치 창출’이란 2개 키워드를 꺼냈다. 회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다른 기업 혹은 산업과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말 그대로 신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대답을 원했지만 그는 “미래 신사업에 대해서만은 절대 말할 수 없다, 회사의 진짜 기밀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업에 이미 글로벌 강자, 글로벌 강국이 있다.

이 부회장 말대로라면 삼성의 미래 핵심 사업은 지금은 없는 사업이다. 지금 없는 신사업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해 이를 바탕으로 사업 나아가 산업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 일류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라면 초일류 기업은 시장을 만드는 기업이다. 예를 들어 소니는 워크맨이란 전에 없는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 워크맨 시장까지 만들었다. 삼성도 지금은 없는 제품과 시장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는 것이다.

⑨“콘텐츠 사업은 기본 원칙은 물건을 팔 지역에서 1등인 파트너와 손을 잡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이 1위인 국가에서 파는 스마트폰엔 라인을 집어 넣습니다. 그 지역 소비자들이 라인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왓츠앱을 선호하는 곳에선 왓츠앱을 설치해 판매하는 식입니다.

삼성의 강점은 하드웨어, 약점은 콘텐츠라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이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기 위해 전세계 다양한 콘텐츠 소프트웨어 사업 강자들과 손을 잡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2월 자체 개발한 메신저인 서비스인 챗온을 접었다. 챗온 뿐 아니라 삼성북스, 삼성뮤직 등 많은 자체 콘텐츠 서비스를 포기한다고 비슷한 시기에 선언했다. 강자들과 손을 잡기 위해 손가락 일부를 잘라낸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⑩“갤럭시S6는 성패는 이제 시장에 달려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과 같은 심정입니다. 사실 지금은 갤럭시S7에 더 신경이 쓰입니다.”

현재 이 부회장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제품은 갤럭시S6가 아니라 내년 출시할 갤럭시S7이다. 사실 갤럭시S6에 대해 물었을 때는 지난 2월쯤이었다. 당시 삼성은 이미 갤럭시S6 개발과 디자인을 마치고 공장에서 제품을 뽑아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고등학교에 막 입학해 첫 중간고사를 마치고 기말고사를 걱정하는 수험생 같은 분위기였다. 채점은 선생님 격인 소비자들이 한다. 걱정해도 점수가 달라지진 않는다. 그래서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책을 펼친다는 식이었다. 지금쯤 이 부회장의 생각 속에서 갤럭시S6가 차지하는 공간이 더 줄어들고, 갤럭시S7이 차지하는 공간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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