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안이 벙벙했던 SK 박종훈의 데뷔 첫 선발승 순간

김지섭 입력 2015. 5. 7. 10:39 수정 2015. 5. 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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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24)은 5선발 백인식의 부진으로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보통 선발 투수라면 미리 등판 일을 전달 받고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박종훈은 '임시' 선발이라 그럴 겨를이 없었다. 등판 전날 갑작스럽게 등판 얘기를 들었다. 그는 당시 순간을 떠올리며 "어안이 벙벙했다"고 밝혔다.

박종훈은 6일 부산 롯데전에 1,063일 만에 선발로 나갔다. 그가 마지막 선발 마운드에 오른 것은 2012년 6월7일 잠실 두산전이다. 부산은 3년 전 선발 데뷔전을 치렀던 장소. 2012년 4월19일 부산 롯데전 당시 부푼 기대감과 달리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1피안타 4사구 5개를 내주며 3실점했다.

악몽 같은 순간이 떠오를 법 했지만 박종훈은 과거 일을 까맣게 잊었다. 지금 당장 경기에 집중하기 바빴다.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이나 공략법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그냥 포수 미트를 보고 스트라이크만 던지자'라고 마음 속으로 주문했다.

박종훈은 현역 투수 중 공을 놓는 포인트가 가장 낮다. 투구 시 팔이 거의 땅바닥에 닿을 정도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움직임이 좋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공에 롯데 타자들은 맥을 못 췄다. 박종훈은 5.2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 호투를 했고, 유일한 약점이었던 볼넷은 단 1개만 내줬다. 그는 팀 타선의 지원 속에 5-3 승리 발판을 놓고 2012년 5월20일 대전 한화전(2이닝 무실점) 구원승 이후 1,081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선발승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박종훈은 감격의 첫 승을 거두고 난 뒤 "실감이 안 난다"며 "볼넷도 1개 밖에 안 내준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전 선발이라는 생각보다 매 이닝 잘 던지자는 생각으로 나갔다"고 덧붙였다. 제자의 값진 승리를 보며 김용희 SK 감독은 "베스트 피칭을 했다"며 박종훈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팀 동료들 또한 아낌 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달콤한 열매를 맛본 박종훈은 그 동안 자신을 위해 매일 응원해주고 힘을 실어줬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선발 자리에 대한 욕심은 정말 없다"며 "팀이 이길 때 도움이 되는 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싶을 뿐"이라고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내비쳤다.

-1,063일 만에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아 좋은 결과를 냈는데.

"실감이 안 난다. 경기 전 선발이라는 생각보다 매 이닝 잘 던지자는 생각으로 나갔다. 어쨌든 올해 처음 승리를 거둬 기쁘다."

-2012년 5월20일 한화전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둘 때와 이날 첫 선발 승 가운데 어떤 것이 더 기쁜지.

"그 때는 중간에 나가 막는 상황이었고 타선 도움을 받아 승리를 챙겼다. 지금은 선발로 나가 꾸준히 던져 승리를 따내 더 기쁘다."

-선발 등판 얘기는 언제 들었는지.

"경기 전날 들었다. 원래 (백)인식이 형 차례에 나갈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선발 얘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오랜 만에 나가 긴장은 되지 않았는지.

"요즘 꾸준히 1군에 있어 긴장은 되지 않았다. 특별한 전략을 갖고 나간 것이 아닌 그냥 미트에 집어 넣자는 마음으로 던졌다."

-선발 욕심도 이제 날 법한데.

"그것보다는 팀이 이길 때 도움이 되는 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부산=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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