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1000만 시대? "관광버스 기사는 통곡합니다"

김희정 기자 2015. 5. 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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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휴일없이 일해도 월급여 200만원 안팎..열악한 근무환경에 안전은 뒷전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한달 휴일없이 일해도 월급여 200만원 안팎…열악한 근무환경에 안전은 뒷전]

"관광버스 운전기사치고 졸음운전 안 하는 사람 없습니다. 근무수당을 받아야 생계가 유지되다보니 2개월간 하루도 안 쉬고 운전한 직원도 봤어요."

내년이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행사에 관광버스를 대차해주는 관광전세버스업체도 성업 중이다. 하지만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의 근무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어 승객들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7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유커를 타깃으로 한 국내 여행업체의 관광프로그램에는 대부분 쇼핑몰 방문이 일정에 끼어있다. 여행사가 마진을 키우기 위해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쇼핑업체와 연계해 일정을 짜면 해당 쇼핑업체는 주차비 명목으로 관광버스 운전기사에게 5000원~1만원의 현금을 쥐어주는 구조다.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에겐 하루 2~3곳의 쇼핑업체에 유커들을 태워주고 받는 2~3만원이 기본급 외의 '근무수당'으로 통한다. 서울시내 전세관광버스회사에서 일하는 기사들의 기본급여는 월 110만~120만원 수준. '근무수당'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창훈 서울경기지역버스지부 서울고려관광지회장은 "관광버스 회사는 대부분 차량 1대당 1명의 운전기사를 두고 예비 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이 들어오면 휴일 없이 차량을 '가동'해 최소한의 휴무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사의 경우 하루 8시간 근무기준 기본급 110만원에 회사가 매월 고정적으로 정액 근무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일정한 휴무일 없이 기사들에게 차량을 배차하고 있다. 이렇게 휴무없이 꼬박 한 달을 근무해도 한 달에 돌아오는 급여는 200만원 안팎이다. 수학여행 등 전세버스 운행 시 받는 대차비의 10%까지 포함한 액수다.

이 지회장은 "회사별로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기본급이 설정돼있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휴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기업과 개인 간의 포괄적 임금계약이라는 논리로 고용노동부는 손을 놓고 있고 기사들은 열악한 근무여건을 견디지 못하고 단기 근무 후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세관광버스업체의 이런 업태로 탑승객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졸음운전과 정비도 제 때 받지 않은 차량이 버젓이 다니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차량 1대당 예비운전자 없이 1명의 운전자가 배치되다보니 2박3일 수학여행 운전 후 돌아와 곧바로 배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수학여행 관광차량 운전 도중 졸음운전을 안 해본 운전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송파구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버스 교통사고도 운전기사가 당일 새벽부터 15시간 20분이나 운전을 지속해 피로를 이기지 못해 잠든게 원인이다. 졸음운전은 혈중 알콜농도 0.17%에 상응한다. 우리나라 면허 취소 기준이 0.1%인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관광버스 허가제가 신고제로 바뀐 후 전세관광버스회사들이 많아졌지만 그만큼 중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차량 정비에도 구멍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지회장은 "관광전세버스 영업을 하려면 차량 정비사를 일정 인원 두게끔 돼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정비사를 따로 두지 않거나, 있던 정비사도 운전기사로 돌려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며 "차량정비를 제대로 받고있는 관광버스가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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