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자리 지키려 멀쩡한 중학생을 지적 장애인으로 몰아가"
지난 5일 오후 전남 강진군 한 공원에서 만난 도암중 2년 ㄱ군(15)은 "학교 측에서 공부를 잘 가르쳐주겠다고 해서 모든 조사에 응했는데, 친구들에게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학생으로 보이게 됐다"고 울먹였다.
개학 하루 전인 지난 3월2일 오후 9시쯤, 정신장애아를 위한 특수반 담당 교사가 ㄱ군에게 전화로 "(너는) 내일부터 특수반이다"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학교 측의 ㄱ군 특수반 편입 작업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교조 전남지부 조사에 따르면 이 학교 김모 교장이 기간제 교사인 특수학급 지도 교사에게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교사는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ㄱ군 아버지(40)에게 여러 번 연락해 "아들이 성적이 부진해 특별교육이 필요하다"며 서명을 요구했다. 아버지의 서명은 '특수학급 대상자 학부모 동의서'로 둔갑됐다. 학교 측은 '정서장애'가 있다는 병원 진단서까지 제출했다. 진단서를 발급한 이모 의사는 "최종 진단이 아니라 주의력결핍장애 등이 추정된다는 의견을 냈을 뿐인데 학교가 너무 확대해석해 진단서를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올해 들어 1명만 남게 된 특수반에 추가로 1명을 배정하지 않으면 특수반이 해체되고, 그럴 경우에는 전체 학교 학급이 3학급으로 줄어들면서 교감 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상황에 이르자 할머니가 돌보는 ㄱ군이 지목된 것"이라고 말했다.
ㄱ군은 특수반 편입 사실이 학교에 퍼지면서 가출과 결석을 반복하는 등 맘고생을 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김모 교사가 밤늦게까지 ㄱ군을 찾아나서 설득해 학교로 데리고 왔다. 현재 ㄱ군은 일반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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