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중국인, 오로지 화장품..명동 '호황 속 불황' 위기감

2015. 5.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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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화장품가게만 7년새 6~7배 급증

의류 동대문·액세서리는 홍대…

옷가게·마사지숍 등 손님 뜸해

식당도 한식 외엔 예전만 못해

상인들 "이태원·삼청동처럼 바꾸자"이달말에 '상권 다양화' 토론회

서울 명동에서 30년째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0)씨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남 얘기라고 했다. 중국 노동절 연휴를 맞아 10만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았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필수 코스인 명동을 거쳐 갔다. 5일 널찍한 매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이씨는 "중국인은 옷을 잘 사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관광객들이 명동을 휩쓸던 3~4년 전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불고기를 먹고 네일아트나 마사지를 하고 옷도 사고 명동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니 모든 업종이 잘됐죠. 그런데 중국인 관광객 위주로 명동 상권이 바뀐 뒤로는 화장품 매장만 잘돼요. 가이드가 안내하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의류는 동대문, 액세서리는 홍대, 화장품은 명동이라는 공식을 따르는 것 같아요."

명동의 업종별 관광객 쏠림 현상은 '메뉴판'에서도 나타난다. 한식을 팔지 않는 식당에서 중국인을 찾기는 어렵다. 지난 1일 오후 이탈리안 음식점 코푸플레이트 명동점에는 중국인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 회사의 김수지 이사는 "명동에선 중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데 한식이 아닌 음식을 팔다 보니 예상보다 손님이 적은 것 같다"고 했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던 버거킹 명동점은 지난달 문을 닫았다.

명동의 '얼굴'은 화장품이다. 명동에만 매장 5개가 있는 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6년째 일한다는 점장은 "과거 100만원을 쓰던 중국인들이 요즘에는 50만원만 쓴다. 명동에서 돈을 많이 안 쓰는 것 같다"면서도 "몇만원어치 사는 한국인보다 한번에 몇십만원씩 사는 중국인 손님이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과거 '패션 1번지'로 불리던 명동이 '화장품 1번지'로 바뀐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 중구청의 사업체 조사 보고서를 보면, 2007년 730곳이던 의복 관련 소매점은 2010년 477곳, 2013년에는 331곳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명동 상인들이 조사한 화장품 매장은 2008년 21개에서 2015년 1월 134개로 폭증했다. 명동에 들어선 건물이 586개인데, 4곳 중 1곳꼴로 화장품 판매점인 셈이다. 특히 임대료 상승을 이끄는 명동로(눈스퀘어~가톨릭회관), 충무로로(대연각빌딩 앞길), 1번로(유네스코회관~한성화교소학교), 중앙로(밀리오레 건물~을지로), 3번로(외환은행 본점~명동역) 등 주요 상권 대로변에 화장품 매장이 줄지어 서 있다. 66㎡의 가게에서 임대료만 매달 1500만원을 낸다는 한 도넛가게 점장은 "임대료가 비싼 메인도로는 화장품가게나 대기업 유명 브랜드만 들어온다. 다른 업종은 자연스럽게 골목으로 밀려난다"고 했다.

중국 간체자가 들어간 빨간색·황금색 광고지로 온통 도배된 명동 거리의 터줏대감 상인들이 '유커들만 찾는 거리'를 벗어나려는 고민을 시작했다. 화장품과 주점 등으로 확 쏠리는 '상권 단극화'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명동 건물주들과 상인들이 참여하는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지난달 9일 관광 전문가를 불러 명동 상권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동희 협의회 국장은 "만약 국제 정세나 환율에 따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 상권 공동화가 발생할 만큼 명동은 이미 균형감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이 국장은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태원이나 삼청동처럼 한국인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명동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명동만의 개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명동 상인들은 이달 말 명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상인 토론회도 열기로 했다.

서울시도 유커 집중 현상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관광사업지원팀 관계자는 "명동뿐 아니라 관광지 대부분에 중국인만 몰리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응하는 종합관광대책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10일까지 진행하는 '외국인 관광객 환대 주간' 홍보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이나 금색이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분홍색을 사용했다.

김영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지리적 이점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 쏠림 현상은 몇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화장품 쇼핑에 집중하는 관광문화를 다양한 문화상품 개발과 질 높은 관광서비스 제공을 통해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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