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남장연기 도전하는 이연희가 노리는 것

이만수 2015. 5. 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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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이연희, 남장연기 선택한 그녀들의 속내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MBC <화정>에서 이연희는 성인이 된 정명공주 역할로 첫 등장을 하며 남장을 했다. 일본의 광산으로 팔려가 거기서 자라난 정명공주는 드라마가 끝날 때쯤 무너진 갱도에서 동료를 구해 나오는 장면으로 첫 얼굴을 알렸다. 말끔한 얼굴이 아니라 얼굴에 잔뜩 시커먼 칠을 하고 등장하는 모습.

이 장면은 <선덕여왕>의 덕만공주가 성인역으로 첫 등장할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남지현의 아역을 이어받은 덕만공주 역할은 이요원이 소화했다. 이요원은 그간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리 진창을 구르는 전장에서의 강렬한 인상으로 등장했다. 그녀는 한동안 남장여자 캐릭터로 극에 자연스럽게 안착했다. 이요원은 <마의>에서도 남장여자 역할을 선보이기도 했다. <선덕여왕>의 덕만공주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혜민서 의녀로 활동하다가 상투를 틀고 남장을 한 모습으로 깜짝 변신을 보여줬다.

남장여자 캐릭터로 주목을 끈 또 다른 사극은 <바람의 화원>이다. 여기서 문근영은 신윤복 역할로 등장해 남장여자 캐릭터를 소화해내 화제를 뿌렸다. 극 중 정향(문채원)과 김홍도(박신양)과의 미묘한 관계는 그녀의 남장여자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그녀는 <불의 여신 정이>에서도 사기장 유정 역할을 맡아 남장여자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는 오연서가 신율 역할로 남장 연기를 시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합방을 치르기까지 했지만 5년 후 남장을 한 탓에 그녀를 못 알아보는 왕소(장혁)와의 밀고 당기기가 드라마의 재미를 만들어줬다.

이처럼 사극 속의 여성들은 대부분 한번쯤은 남장여자 캐릭터로의 변신을 살짝 보여주는 게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다. 특히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첫 등장을 남장으로 하는 경우는 특히 많다. 도대체 왜 사극 속의 여자들은 남장여자를 그토록 선호하는 걸까.

그것은 사극이라는 장르가 특히 남장여자를 넣었을 때 쓸 수 있는 여러 재미요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들 못잖은 여장부의 모습을 그려낼 수도 있고, 스킨십이 쉽지 않은 시대에 남자주인공과의 미묘한 밀당을 가능하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를 선택하는 배우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장여자라는 캐릭터가 가진 이미지 변신의 가능성이 최고의 이점이 아닐까 싶다. 이연희의 경우는 지난 <미스코리아>에서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지만 여전히 사극은 어색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아직도 꼬리표처럼 남은 연기력 논란을 털어버리기 위한 카드로서도 남장연기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이요원이나 문근영의 남장 연기가 기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털어내고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줬던 전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이요원의 어딘지 가녀린 이미지는 <선덕여왕>의 남장연기로 일정부분 강인한 면모의 변신을 가능하게 했던 면이 있고, 국민 여동생 이미지로 굳어있던 문근영이 <바람의 화원>의 남장 연기로 새로운 연기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남장연기는 한 마디로 여배우가 가진 그간의 이미지를 덮어버리고 새로운 변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면이다. <화정>의 남장여자 화이는 과연 이연희에게도 이런 변신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을까. 발성이나 표정연기에서 부족한 면이 여전하지만 그나마 남장여자라는 캐릭터가 주는 힘은 분명히 느껴진다. 적어도 미모를 가리고 연기를 보이려는 노력이 거기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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