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침묵 깬 MS, 천재들을 깨우다

김우용 기자 2015. 5. 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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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행사 '빌드2015'가 열렸다. 윈도10과 오피스365, 클라우드 등을 3대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개발자 생태계를 유혹하는 MS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모두들 'MS가 미쳤다'고 말했다.

새롭게 발표된 MS의 플랫폼들은 놀라울 정도로 잘 정리돼 있었다. 개발자가 공수를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에 기댈 수 있도록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MS를 향해 개발자들은 환호하고 있다.여러 놀라운 발표 속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따로 있었다. 바로 빌드 컨퍼런스 행사장 곳곳에 있던 MS 직원들의 표정이다. 그들의 얼굴은 생기가 넘쳤고, 우러나오는 자신감으로 가득찼다.

▲ 사티아 나델라 MS CEO

기자는 1년전 동일한 장소에서 열렸던 빌드2014 컨퍼런스 현장에도 있었다. 나름 훌륭한 발표가 많았지만, 올해처럼 활기 넘치는 건 아니었다.

작년 MS 직원들은 일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만났던 MS 직원에게 샐러리맨의 향기가 느껴졌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차분했던 행사였다. 올해 행사는 작년과 너무나도 달랐다. 참석한 수많은 개발자들은 MS가 차려놓은 축제를 즐겼고, 그를 진행하는 MS 직원들도 축제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하이라이트는 홀로렌즈였다. 컨퍼런스장 옆 호텔에 따로 마련된 홀로렌즈 시연장소는 엄중한 보안 속에 허용된 인원만 들어갈 수 있었다. 시연장 곳곳에 배치된 MS 직원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시연 참석자에게 홀로렌즈를 소개하던 직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홀로렌즈를 체험하고 나서, MS 직원들이 어떠냐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참석자들은 '환상적'이란 단어와 환호성으로 답했다. 그러자 직원들의 얼굴에 뿌듯함이 활짝 드러났다. '너희가 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란 표정이다. 같이 홀로렌즈를 체험했던 MS 마케팅 직원도 이때 처음으로 홀로렌즈를 직접 봤다며, 놀랍고, 자랑스럽다고 힘줘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윈도, 오피스, 웹브라우저, 닷넷, 비주얼스튜디오, 애저 등 MS의 수많은 제품엔 엄청난 규모의 인력이 투입된다. 원천기술을 만드는 연구개발조직이 있고, 제품개발팀이 열심히 SW를 만들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테스트 조직이 있다.

또, 제품을 일반인에게 매력적인 물건으로 전달하는 마케팅이 있다. 영업직원은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려 뛰어다닌다. 한편에 미디어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홍보인력도 있다. 서드파티 개발자들을 MS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조직도 있다. 유려하고 쉬운 말로 MS 제품의 모든 걸 전파하는 에반젤리스트 조직도 있다. MS엔 이렇게 많은 조직이 얽히고 섥혀 존재한다.

각 조직은 때론 경쟁하기도, 협력하기도 하는데 최근의 MS를 보면 내부 협력이 정말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윈도와 윈도폰 조직, X박스 조직이 서로 으르렁 거리며 장벽을 치고 총을 쏴대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

사실 MS는 지금껏 미국 내외의 수많은 천재들을 직원으로 거느리고 있던 회사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같은 요즘 뜨는 회사들이 전세계 똑똑한 사람을 직원으로 싹쓸이하는 것 같지만, MS의 맨파워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MS의 저력은 여기 있다. 지난 수년간 호사가들은 MS를 모바일 시대를 맞아 휘청거리고, 유행에 뒤처진 고리타분한 회사로 평가했지만, 꿋꿋하게 할 일을 하던 직원들이 회사를 지탱하고 있었다.

작년초 새로운 CEO에 선임된 사티아 나델라의 역할은 이들의 침묵을 깬 것이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MS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고, 그 중추에 직원들이 있다고 인식시켰다. CEO한명 바뀌었을 뿐인데 MS가 이리도 달라지느냐는 반응이 많은데, MS는 이미 실력을 베일 속에 감추고 있었을 뿐이다.

조직 내 소통이 불가능해지면 직원은 침묵하게 된다. 직원이 잘못된 결정과 방향을 인지하고 의견을 말해도, 상사와 조직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조직을 침묵시킨다. 점수로 사람을 평가해 줄세우면, 점수와 겉으로 드러난 성과 경쟁만 하게 된다. 결국 회사는 피라미드 꼭대기의 몇몇 임원에 의해 움직이고, 회사는 교정의 기회를 잃는다.

MS는 이 침묵을 깨뜨리는데 성공했다. 나델라의 CEO 선임 3개월 전 인사평가에 써오던 사내경쟁시스템 '스택랭킹'을 과감히 폐지했다. 이어 새 CEO가 직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침묵하던 우수한 직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리고 혁신을 만들어냈다. MS 직원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한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품어가고 있다.

올해 빌드 행사장에서 느꼈던 MS 직원의 생기는 이를 반영한 것일 게다. 흥겨웠던 올해 빌드2015는 침묵을 깬 MS 직원들의 흥과 콧노래가 투영된 것이리라.

애플은 스티브 잡스 이후 전과 다른 내부 분위기를 전한다. 혁신에 대한 피로감과, 주가에 신경쓰는 임원진, 잡스가 주입하던 환상의 실종 등으로 구성원들의 이탈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구글도 젊은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으로 쏠리면서 직원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그런 가운데 MS가 애플이나 구글로부터 혁신의 이미지를 가져오려 한다. 전세계의 고급 인력들도 다시 MS를 주목하고 있다. MS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나는 복합적 의미로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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