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주 가시마 감독의 한탄, "일본, 왜 이리 몸싸움을 싫어하나?"

김태석 입력 2015. 5. 6. 12:50 수정 2015. 5. 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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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왜 이리 몸싸움을 싫어하는가?"

FC 서울에 밀려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에 실패한 일본 명문 구단 가시마 앤틀러스 사령탑 토니뉴 세레주 감독이 남긴 말이다. 세레주 감독이 이끄는 가시마는 지난 5일 저녁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ACL 조별 라운드 6차 최종 홈 서울전서 2-3으로 역전패해 눈앞에 다가왔던 16강 기회를 날렸다. 이 중 세트 피스 상황에서 2실점했다. 세레주 감독은 "선수들이 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당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세레주 감독은 그 원인으로 피지컬 싸움에서 보이는 열세를 거론했다. "일본 축구계가 자신들이 피지컬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라고 전제한 세레주 감독은 "그러나 이기기 위해서는 거칠게 상대 선수와 맞붙어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선수들은 머릿속으로는 그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전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이 솔직하게 느낀 점을 말해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다. 만 18세 고교 졸업 선수 혹은 22세 대학 선수가 프로팀에 입단했을 때 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선수들이 헤딩 혹은 제공권 싸움에 대한 테크닉을 갖고 있지 않다."

1980년대 초반 지쿠와 더불어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 미드필더로 각광받았던 세레주 감독의 진단이다. 어려서부터 패스를 통해 골을 성공시키고 경기를 지배하려는 다분히 교과서적 축구를 구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상대와 다툼에서 승리하는 법에 대해서는 가볍게 여기거나 익히지 않는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세레주 감독은 이날 서울전에서 두 장면을 거론했다. 전반 36분 이웅희에게 내준 실점과 후반 6분 오스마르에게 내준 추가 실점 상황이다. 특히 192㎝에 달하는 오스마르를 무방비로 놔 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세레주 감독은 "192㎝나 되는 선수가 공중으로 점프하면 거의 3m에 육박한다. 공격하는 선수는 골문으로 뛰어가지만, 수비하는 선수는 옆 혹은 뒤로 물러서기 때문에 아무리 점프력이 있어도 닿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세레주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는 아예 골문으로 쇄도하거나 점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그런 경우에는 몸싸움이 필수다. 하지만 가시마 수비수들은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를 귀찮게 하고 때로는 거친 파울로 자극하는 움직임이 없이 정석대로만 수비하려다 당한 것이다. 세레주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을 지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부딪침이 수비의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는 점에 무척 갑갑해 하는 모습이다.

"빈부 격차가 큰 다른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머리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물이 없거나 음식이 없는 상황이 주어질 경우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할 게 아니라 스스로 헤쳐 나가는 법을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절대 전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문화와 의식이 자리 잡혀 있고 어지간해서는 대화로 해결하려는 훌륭한 문화가 있다. 존중한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말하면 맨손으로 싸우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접촉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데, 그렇다면 헤딩 역시 대부분 싫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레주 감독은 일본 선수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를테면 '파울은 나쁘다'는 생각에 몸싸움을 기피하고 정석대로 싸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세레주 감독은 이 정신적 한계를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상대와 적극적으로 부딪칠 것을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주문하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뜻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물러서지 말고 싸우라는 외국인 지도자들의 일침을 일본이 받아들일 것인지 주목된다. 이는 현재 일본 축구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며, 문제점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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