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뭐라고, 나도 죽겠어" 할머니 집 얹혀사는 '기러기아빠'

신현식 기자 2015. 5. 6.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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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기러기아빠 20년③-2]자녀들만 유학·국제학교도 대안으로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편집자주] 1990년대 중반 상류층을 중심으로 조기유학 붐이 일면서 아내와 자녀를 해외로 보내고 국내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기러기 아빠'가 사회현상의 하나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20년. 기러기아빠가 대중화하면서 해외로 떠난 상당수 자녀들이 대학진학과 취업, 결혼을 앞둔 청년기에 진입했다. 최근 국내외 경제난, 청년취업난은 물론 달라진 가족관계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기러기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정의 달 기획-기러기아빠 20년③-2]자녀들만 유학·국제학교도 대안으로]

국내에 홀로 남은 '기러기 아빠'의 정서적 외로움이나 불규칙적인 식사로 인해 악화되는 건강이 논란이 된 것이 한두해가 아니다. 처자식이 떠나 비어버린 자신의 둥지를 버리고 부모의 둥지로 되돌아간 기러기 아빠들이 있다.

공기업 간부인 A씨(50)는 6년전 부인과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낸 뒤 3년여를 혼자 살다가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A씨는 "혼자 있다보니 마음이 좋지 못하고 외로워 힘들었다"며 "부모님과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 외로움이 좀 덜해졌다"고 말했다.

대기업 홍보팀 부장인 B씨는 기러기 아빠가 되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B씨는 "혼자 살면 하루 세끼를 대부분 사먹게 되고 건강이 망가지기 쉽다"며 "기러기 생활을 하기 전부터 건강과 가족문제에 대해 세심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B씨는 "기러기 아빠의 건강과 외로움 문제로 부인이 일시 귀국하고 교대로 할머니가 나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자녀들만 해외 유학을 보내거나 유학 기간을 단기로 잡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C유학업체의 한 컨설턴트는 "최근에는 자녀들을 유학보내면서도 아빠를 챙기기 위해 엄마가 가급적 국내에 남는 편"이라며 "아이가 외국에서 사춘기를 겪으며 부모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아 차라리 제3자에 자녀를 맡겨 적당히 거리를 두고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향을 우리 사회 가족형태 분해의 한 단면으로 해석했다. 최양숙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 전임상담사는 "기러기 가족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가족들이 서로 생활 시간대가 다르거나 생존을 위해 각자 도모하는 활동이 달라 가족의 모양새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가족의 개념 자체도 변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가족끼리 떨어져 있는 거리를 줄이면서 조기 유학의 효과도 얻는 '절충안'을 선택하기도 한다. 전 교육과정이 영어로 진행되고 외국대학 진학을 위한 SAT, 토플 위주의 커리큘럼을 가진 국내의 국제학교로 자녀를 진학시키는 것. 국제학교 3곳이 밀집된 제주 지역은 인근 부동산 가격이 출렁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학교인 한국국제크리스천스쿨(KICS)의 김부경 기획팀장은 "어린 자녀를 해외에서 교육시키려면 부모 중 하나는 아이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면 가정이 흔들리는 불행을 겪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미국과 같은 커리큘럼을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외국인학교 시설이 인기"라고 말했다.

신현식 기자 hs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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