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지막 올림픽일 듯.. 평창의 전설이 되겠다"

손장훈 기자 입력 2015. 5. 6. 03:00 수정 2015. 5. 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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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와 최근 결별한 '스키女帝' 린지 본 인터뷰.. 평창 홍보대사로 한국 와] 정선 스키장 건설현장 찾아 "코스 인상적, 한국 아름답다" -두살때부터 아버지 따라 스키 많은 부상 딛고 오뚝이 부활 "시속 140~150km 달하는 활강.. 그 스릴이 나를 질주하게 해" -우즈와 왜 헤어졌나 "SNS에 쓴 그대로 바빠서.. 앞으로의 일에 더 집중할 것"

미국에서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바로 자동차로 인천에서 강원도까지 달렸다.

숙소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11시쯤. 이튿날엔 꼭두새벽부터 산에 올라 3년 뒤 올림픽에서 자기가 누빌 스키장의 건설 현장을 꼼꼼히 둘러봤다. 그리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다음 행선지인 서울에 도착했다. 다른 동행자들은 "쉬고 싶다"면서 다들 방으로 향했다.

'타이거 우즈의 전(前) 여자 친구'로도 유명한 스키 선수 린지 본(31·미국)이 미국스키협회와 대한스키협회 간의 업무협약,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3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우즈와의 결별 사실을 알린 이후 처음 공개 석상에 등장한 것이다.

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본지와 만난 본은 빡빡한 일정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대신 환히 웃으면서 "저녁 먹기 전에 2시간 정도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을 할 것"이라며 "한국의 전통음식은 처음 경험하는데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본의 하루 일과를 보니 결별 이유로 "바쁜 일정"이라고 밝힌 게 조금은 납득이 갔다. 그래도 헤어진 걸 잊으려 일부러 더 바쁜 일상을 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했다. "우즈와 헤어진 심경은 어떤가요? 혹시 결별한 데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가요?"

본은 "SNS에 쓴 그대로"라면서 "사생활이니 더는 묻지 말아달라. 앞으로의 일에 더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본과의 이야기는 우즈와의 연애보다 더 우여곡절이 많았던 스키 선수로의 삶으로 넘어갔다. 본은 "본격적으로 스키 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한 16세 때부터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았다"며 "가족들과 보낸 시간이 거의 없었고, 드레스를 입고 추억을 남기는 프롬(prom·졸업파티)에도 못 갔다. 하지만 스키 선수로 산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본은 스키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2세 때 눈 위에 섰다. 고향 미네소타에서 차로 16시간이 걸리는 콜로라도를 오가면서 기술을 익혔다. 18세의 나이로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복합 7위에 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름이 미국 전역에 알려진 건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였다. 본은 경기를 이틀 앞두고 훈련하다 충돌사고로 허리와 다리를 다쳤다. 헬리콥터에 실려 후송될 정도의 심한 부상에도 출전을 강행해 활강에서 8위, 수퍼대회전에서 7위를 기록했다. 본은 그해 전·현직 미국 국가대표가 뽑은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선수(U.S Olympic Spirit Award)'로 선정됐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심하게 다친 상태에서 경기에 나가는 건 미친 짓이라고 했어요. 사실 나도 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슬로프를 질주할 때의 스피드와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특히 순간 속도가 시속 140~150㎞에 달하는 활강 종목에서 느끼는 스릴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앞으로 몸만 허락한다면 평생 그 느낌을 만끽하고 싶어요."

'스피드광'에겐 그 뒤로도 아찔한 부상이 이어졌다. 2013년엔 무릎 십자 인대가 파열돼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까지 받았다. 결국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은 포기했다. 하지만 오랜 재활 기간을 견디고 복귀해 2014~2015시즌 다시 정상급 실력을 뽐냈고, FIS(국제스키연맹) 월드컵 여자 알파인 스키 역대 최다 우승 기록(67회)을 새로 썼다. 힘든 시간을 참아내는 데는 전 남자 친구 우즈의 도움이 컸다. 본은 당시 "허리 부상으로 힘들어하던 우즈와 서로 격려하면서 시간을 보낸 게 큰 힘이 됐다"고 해외 언론을 통해 전했다.

부활에 성공한 본은 앞으로 2018년 평창에서 벌어질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걸 스키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만약 본이 평창에서 정상에 서면 여자 알파인 스키 선수론 역대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한다.

본은 이날 정선 알파인 스키 경기장 건설 현장에선 끊임없이 소형 카메라와 휴대폰으로 코스를 찍고, 슬로프 관련 질문을 던지면서 사전 정보 파악에 여념이 없었다. 본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마 내 나이로 봤을 땐 마지막 아니겠느냐"며 "경기장이 인상적인 만큼 꼭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전설적인 스키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본은 6일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위촉식과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진행되는 팬 사인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7일 출국한다. 3박4일간 바쁜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본격적인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본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에 온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름다운 한국에 더 오래 있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 시즌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려는 선수에겐 비시즌이라는 게 없다. 스키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는 봄과 여름에도 며칠 정도를 빼면 매일 훈련이나 외부 일정으로 꽉 차 있다"며 "앞으로도 한동안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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