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속 아수라장

입력 2015. 5. 6. 03:00 수정 2015. 5. 6.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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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83>관람 방해하는 관람객

[동아일보]

“버릇없이 네가 뭔데 감히 손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지난주 서울의 한 공립 미술관 전시실. 조각 작품 위에 아이를 앉혀놓고 사진을 찍으려던 40대 여성이 만류하는 안내직원에게 대뜸 고성을 질렀다. 직원은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묵묵히 조각상 앞을 막아섰다. 직원을 쏘아보던 여자는 아이 손을 잡아끌고 전시실을 나서며 들으란 듯 소리 높여 말했다. “하지 말란다. 어휴,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미술관과 갤러리 직원들이 작품에 대한 정보 못지않게 익혀야 할 중요한 업무 능력이 ‘진상’ 관람객 대처 요령이다.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에 온 부모가 보이는 가장 흔한 반응은 “어린애가 좀 시끄럽게 떠들 수도 있지 왜 별것 아닌 일로 애 기를 죽이느냐”는 것. 작품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듯 뛰어노는 아이들을 말리는 여직원에게 아이 엄마는 오히려 “싱글인가 봐? 어떻게 애들 노는 걸 조금도 이해 못할 수 있지?”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지난달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인 서울 시내 한 미술관에서는 아이스크림통을 하나씩 끌어안은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아버지가 전시실에는 음식물 반입이 안 된다는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관람객은 “이 많은 걸 다 먹고 들어오라는 거냐”며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앉아서 먹겠다”고 우겼다. 한 미술관 안내직원은 “믿기지 않겠지만 ‘껌을 씹으며 입장하면 안 된다’고 하자 ‘그럼 나올 때까지 보관해 달라’며 씹던 껌을 손에 뱉어 내미는 경우도 있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미술관 의자를 독차지한 채 과도한 애정행각에 몰두하는 연인도 심심찮게 눈에 띄는 민폐 관람객이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미술관 역시 영화관 공연장처럼 작품에 몰입해서 감상하는 장소인데 관람 예절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관객의 몰입을 해친다”며 “관람객은 기본적인 관람 예절을 숙지하고, 미술관 역시 입장 관객 수를 제한하거나 예약제를 운영하는 등 좋은 관람 환경 조성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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